'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가습기 살균제 제조사 옥시레킷벤키저(현 RB코리아)의 의뢰를 받아 실험을 진행했던 조 모 서울대 수의과대학 교수를 4일 긴급 체포했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은 옥시 주문대로 '가습기 살균제와 폐 손상 간 인과관계가 없다'는 유리한 실험 보고서를 써주고 연구용역비 이외에 뒷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조 교수를 이날 뇌물수수 등 혐의로 긴급 체포했다.
또 이날 옥시 연구용역을 맡았던 조 교수와 유 모 호서대 교수 연구실과 주거지 등을 전격 압수수색하고 실험 일지와 개인 노트, 연구 기록이 담긴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다. 검찰은 서울대와 호서대 연구팀이 '가습기 살균제가 폐 손상의 원인'이라는 질병관리본부 조사 결과를 반박하기 위해 옥시가 원하는 결과가 도출되도록 실험 조건을 설정했고, 실험 보고서 조작에 책임이 있다는 의혹을 갖고 수사해왔다.
검찰은 이미 조 교수를 한 차례 소환해 "연구용역비 2억5000만원 이외에 1000만여 원을 개인 계좌로 입금받았다"는 자백까지 확보한 상태다. 다만 조 교수 측이 '자문료' 명목으로 돈을 받았을 뿐이라고 해명하고 있어 조 교수를 피의자 신분으로 긴급 체포해 실제 자문계약이 이뤄졌는지, 정확한 용처와 대가성 여부를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연구용역비 외에 별도 계좌로 뒷돈을 받은 조 교수에 대해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하고 있다. 유 교수에 대해서도 연구용역비 1억원 외에 금품을 수수한 배임수재 등 혐의로 형사처분을 검토 중이다.
검찰 등에 따르면 옥시는 질병관리본부가 2011년 8월 '가습기 살균제가 폐 손상의 원인'이라는 결과를 발표하자 2011년 10월 1일 서울대 연구팀에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 농도를 가정용 살균제의 1배 2배 4배로 높여가는 저농도 흡입 독성 실험을 의뢰했다. 검찰에 제출된 서울대 연구팀 최종 보고서에는 실험쥐의 폐가 딱딱하게 굳는 '폐 섬유화'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유리한 결과만 담겨 있었다.
한편 서울대 자체적으로도 검찰 수사와 별도로 옥시 연구용역을 맡았던 조 교수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서울대는 조 교수가 △연구윤리를 위반하지는 않았는지 △연구용역을 받아 결과를 제출하는 과정에 절차상 하자는 없었는지 △실험 결과에 과학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등 세 단계에 걸친 조사를 마치고 "문제가 있다"고 잠정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요청이 오는 대로 조사 결과를 넘길 계획이다.
전날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가족 모임도 옥시 연구보고서를 작성한 교수들을 징계해달라는 내용의 항의서한문을 서울대와 호서대에 전달하며 강력한 처벌을 촉구한 바 있다.
[김윤진 기자 / 황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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