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디애나 경선에서 압승한 도널드 트럼프가 사실상 공화당 대선후보로 확정됨에 따라 정부에서 통상분야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극단적인 보호주의를 내걸고 있는 트럼프가 실제로 미국 대통령이 된다면 통상분야에서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재검토 등으로 한국을 압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부터라도 미국 정·재계의 트럼프 인맥과 핫라인을 구축해 협상력을 길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4일 트럼프가 미국인의 일자리를 뺏는 불공정한 자유무역에 반대한다며 기존에 발효된 FTA를 전면 재검토해 수입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겠다 주장하고 있다”며 트럼프가 당선된다면 통상분야에 큰 어려움이 있을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더구나 트럼프는 1차 타깃으로 바로 한·미 FTA를 지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25일 상원 전체회의에서 트럼프 선거본부의 외교안보 정책 좌장인 제프 세션스 상원의원은 오바마 행정부가 한·미 FTA 타결 후 대 한국 수출이 해마다 100억 달러 증가할 것이라고 했지만 오히려 수입만 120억 달러 늘어났다”며 한미 FTA가 미국 중산층에 혜택을 주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현대자동차 공장이 있는 앨라배마주를 지역구로 두고 있어 2011년 한미 FTA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던 세션스 의원이 입장을 180도 바꾼 것이다.
전문가들은 재검토까지 끝난 문제를 다시 문제제기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트럼프가 미국 의회와 관계가 거의 없기 때문에 돌출행동을 할 수도 있는 만큼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수동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미 추가협상까지 끝낸 마당에 지금와서 다시 협상을 하자는 것은 명분이 없다”면서도 미국 내 친한파 의원들을 만드는 등 물밑작업을 통해서 우리의 입장을 전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트럼프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불참하겠다고 한 것은 한국 경제에 ‘호재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TPP가 조기 발효되면 그만큼 한미 FTA의 선점효과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TPP가 내년에 발효될 경우 한국은 2030년 기준 국내총생산(GDP)가 0.3% 감소하고 수출은 1.0%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정인교 인하대 교수는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TPP를 협정 그대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낮다”며 그만큼 우리로서는 TPP에 대응하는 시간을 버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서동철 기자 /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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