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긴 연휴 앞두고 악재 공시 대기?…‘올빼미 공시’ 주의보
입력 2016-05-04 13:32 

5일 어린이날을 시작으로 이어지는 4일간의 연휴를 앞두고 ‘올빼미 공시에 대한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
4일 증권가에 따르면 이날 장 마감 이후 부진한 1분기 실적, 수주 계약 규모 축소·해지, 추징금 부과 등 부정적인 내용을 담은 기업들의 올빼미 공시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전통적으로 설, 추석 연휴 등과 같은 긴 휴장 기간을 앞두고 기업들이 악재 공시를 기습적으로 내놓는 빈도가 높다. 장 마감 후 벌어지는 일이라 주주들이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없다. 주주들은 오는 9일 개장 전까지 4일간 속앓이를 할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올빼미 공시란 기업들이 연휴나 주말 시작 전날 오후 3시 이후 내놓는 공시를 의미한다. 투자자들의 관심이 소홀해진 틈을 타 긍정적인 내용보다는 부정적인 내용을 담은 공시를 하는 게 대부분이다.

기업은 부정적인 사업 내용이 주가에 적게 반영되도록 하기 위해 올빼미 공시를 악용한다. 시장에서 불명예를 안게 되지만 ‘실보다는 ‘득이 많다고 여기는 게 문제다. 우상향하는 주식의 하락 반전을 막을 수 있고, 선점한 정보를 통해 내부자들이 주식을 매도해 선제 대응할 가능성도 높다.
투자자들과 기업 내부자 사이에 일시적으로 정보 접근성 차등을 만든다는 점에서 궁극적으로 올빼미 공시를 근절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센 상황이다.
올해 설 연휴를 앞둔 지난 2월5일 실적이 악화됐다고 공시한 코스피 상장사는 총 17곳이다. 적자전환한 기업도 5곳에 달했다. 이 중 이구산업을 제외한 삼화전기, LS네트웍스, 신라교역, 한진칼 등 적자전환한 기업 4곳은 오후 5시 이후에 이같은 내용을 공시했다.
영업이익 낙폭 비율이 가장 큰 곳은 오후 5시32분 실적이 내놓은 LS네트웍스였다. LS네트웍스는 지난해 영업손실 683억9016만원을 기록해 전년 영업이익 26억7917만원에 비해 크게 역성장했다. 한진칼도 오후 5시56분 악재공시를 내놨다. 영업손실 48억687만원을 기록해 적자로 전환했다는 내용이다.
최근 현대증권을 매각해 유동성을 확보한 현대상선도 설 연휴를 앞두고 자본잠식 상황을 알렸다. 현대상선은 오후 5시39분 자본금 1조1835억원, 자본총계 4776억원으로 자본총계·자본금 비율이 36.8%를 기록, 자본잠식률이 63.2%에 달한다고 공시했다. 영업손실은 2535억112만원에 달해 전년 대비 7.8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적뿐만 아니라 주가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는 내용은 대부분 올빼미 공시의 대상이 된다. 지난해 9월 추석 연휴 시작 전날에는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이 저조한 수주 실적을 담은 작년 3분기 잠정실적을 내놨다. 두 회사의 수주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6.22%, 17.47% 쪼그라들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말 증시가 열리지 않는 12월31일 아프리카 선주와 맺은 1조3297억원 규모의 드릴십 2척, 1조2486억원 규모의 드릴십 2척 등 총 4척에 대한 계약이 무기한 연기됐다고 공시했다.
STX중공업은 같은달 30일 부산지방국세청으로부터 274억2157만원의 추징금을 부과받았다고 알렸다. 한일시멘트도 쌍용양회공업 주식인수 관련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지 않았다고 공시했으며, 한국가스공사는 지난해 말까지 마무리 짓기로 한 LNG캐나다 지분매각이 지연되고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올빼미 공시 근절을 위해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시성이 요구되는 공시를 뒤늦게 하는 기업에 대해 거래소가 벌점을 매겨 불이익을 줘야 한다는 설명이다. 다만 연휴나 주말 전날 올빼미 공시를 제재하면 목요일에 올빼미 공시가 몰릴 가능성도 있어 실질적인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올빼미 공시 문제를 제도적으로 풀어내기는 쉽지 않다”며 기업들에게 ‘올빼미 공시를 했을 때 손해 본 것이 있었다라는 경험을 주는 시장환경을 만드는 게 먼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외국에서는 올빼미 공시가 나타났을 때 주주들이 매도세로 대응하거나 집단 소송을 해 페널티를 가한다”며 우리나라 시장 문화는 이에 비해 아직 성숙하지 못하다. 소송을 통한 분쟁 해결과 피해 보상이 더 잘 이뤄진다면 시장 발전에 상당히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디지털뉴스국 박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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