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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Moview] ‘곡성’, 나홍진 감독이 던진 미끼에 의심을 품었다
입력 2016-05-04 09:15 
영화가 끝나기 전까지 절대 현혹되지 마라


[MBN스타 최윤나 기자] ‘예수께서 이르시되 어찌하여 두려워하며 어찌하여 마음에 의심이 일어나느냐. 내 손과 발을 보고 나인 줄 알라. 또 나를 만져 보라. 영은 살과 뼈가 없으되 너희가 보는 바와 같이 나는 있느니라(누가복음 24장 37절-39절)

영화 ‘곡성은 성경의 한 구절을 언급하며 시작된다.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은 뒤, 다시 부활했을 때 그가 다시 살아났다는 것을 믿지 못한 제자들에게 그가 건넨 말이 위의 구절이다. 눈앞에 펼쳐짐에도 불구하고 갖게 되는 의심, 그 의심에서부터 ‘곡성은 시작된다.

마을의 경찰 종구(곽도원 분)은 어느 날부터 갑자기 발생하기 시작한 의문의 연쇄살인사건에 이상한 기운을 감지한다. 이런 사건들이 벌어지는 와중에, 종구는 사건의 배후에 얼마 전부터 마을에 출현한 외지인(쿠니무라 준 분)이 있다는 소문을 접하게 된다. 외지인을 둘러싸고 각종 추측들이 난무한 가운데, 종구는 그 소문들이 사실이라는 듯 꿈을 꾸기에 이른다.



점점 종구가 이상한 기운으로 인해 쇠약해가던 중, 자신의 딸 효진(김환희 분)이 귀신에 들린 듯 이상한 징후를 보이자 그는 더 이상 이 일이 자신의 문제를 뛰어넘어 마을을 위협하는 문제라고 인식하게 된다. 하루하루 기운을 잃어가는 종구의 앞에 여러 인물들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살인사건을 목격했다고 말하는 무명(천우희 분), 딸 효진의 악령을 쫓아주러 온 일광(황정민 분)이다. 그렇게 외지인의 등장으로 시작된 이상한 징후들은, 여러 인물들의 등장과 어우러져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시작한다.

나홍진 감독은 이 같은 이야기를 다양한 표현기법을 통해 연출했다. 현실과 꿈의 애매한 경계선,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는 속도감의 연속, 비현실적인 요소들이 배치되며 러닝타임 내내 집중이 흐트러지지 않게 긴 이야기를 이끈다.

‘곡성의 시작에서 누가복음의 구절이 인용된 것처럼, 후반부에서도 다시 한 번 이 구절이 한 인물의 입을 통해 흘러나온다. 의심이 추측이 되고, 추측이 계속되면 마치 그것이 사실인 것처럼 받아드려지는 인간의 심리를 나홍진 감독은 ‘곡성을 통해 말하고자 한 듯하다.



또한 지난 3일 진행된 언론시사회를 통해 나홍진 감독이 직접 피해자가 어떤 이유로 피해를 입는 것인지, 그 원인을 찾고 싶었다. 단순하게 그 가해자를 우연하게 만난 것이 이유일 순 없지 않겠는가. 그걸 시작으로 ‘곡성을 구상하게 됐고, 그러다보니 이 영화가 다루는 이야기의 범주가 현실에 국한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자네는 낚시할 적에 뭣이 걸려 나올지 알고 허나? 그 놈은 낚시를 하는 거여. 뭣이 딸려 나올진 지도 몰랐겄제”(‘곡성 대사 中)

누가복음의 구절이 인용된 뒤, 외지인이 낚시를 하기 위해 미끼인 지렁이를 끼우는 장면이 등장한다. 의심 그리고 피해자들이 어떤 이유로 피해를 입는 것인지를, 무엇이 딸려 나올지 모른 채 미끼를 던지는 낚시에 비유하며 영화의 도입 부분에 자신이 영화를 통해 하고자하는 이야기를 함축시켰다.

나홍진 감독이 하고자 했던 두 가지의 이야기가 완벽히 어우러졌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야기들은 나름대로의 상관관계를 유지한 채 전개된다. ‘추격자 ‘황해만큼은 아니지만 나홍진 감독의 느낌이 분명하게 드러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5세 관람가이지만, 등급을 매기지 않는 긴장감이 나머지를 대신한다.

아직 아이가 없는 곽도원의 부성애 연기, 무당과는 무관한 황정민이 굿을 하는 장면, 영화 ‘손님의 느낌과는 전혀 다른 천우희의 존재감과 ‘곡성에서 빼놓을 수 없는 아역 배우 김환희의 발견이 신선하다. 오는 12일 개봉.

최윤나 기자 refuge_cosmo@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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