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비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좋아하는 이는 우산을 쓰지 않고 걷는 사람만 봐도 멋지다거나 내리는 비와 함께 들리는 노랫소리가 좋다는 식이다. 반대쪽은 비가 내리면 음산한 분위기가 싫고, 비릿한 냄새도 싫다며 경멸하기까지 한다.
영화 곡성도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릴 것 같다. 비가 내리며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하는 영화는 평온했던 시골 마을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이 비릿한 피 냄새를 진동시키며 관객의 관심을 사로잡는다.
온몸에 괴상한 발진이 생긴 남자는 정신이 나가 있고, 방안 가득 피칠갑된 사건 현장이지만 나홍진 감독의 전작들을 떠올리면 그리 거부감을 느끼게 하진 않는다. 겁 많고 소심한 경찰 종구(곽도원)의 시선으로 따라간 현장은 전체 사건이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하게 하는 워밍업 수준이다.
또 다른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마을 사람들은 공포에 휩싸인다. 마을에 이방인(쿠니무라 준)이 들어오면서부터 이상한 일이 생겼다는 이야기가 돌고, 그 이방인의 존재를 종구도 각인하게 된다. 아울러 종구의 딸 효진(김환희)이 죽어 나간 사람들의 증세와 비슷해지면서 이야기는 복잡해진다.
무당 일광(황정민)은 종구가 건드려서는 안 될 놈을 건드렸다고 하고, 살인사건이 이방인 때문이라고 말하는 무명(천우희)은 종구를 혼란스럽게 한다.
6년 만에 돌아온 나홍진 감독은 추격자나 황해와는 전혀 다른 도전을 했다. 현실의 범주를 넘어선 캐릭터가 등장하는 이야기로 현실과 초현실을 넘나든다. 고민의 흔적이 역력하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 대사가 그들이 놀라고 무서워하여 그 보는 것을 영으로 생각하는지라. 예수께서 이르시되 어찌하여 두려워하며 어찌하여 마음에 의심이 일어나느냐. 내 손과 발을 보고 나인 줄 알라. 또 나를 만져 보라 영은 살과 뼈가 없되 너희 보는 바와 같이 나는 있느니라라는 누가복음 24장 37∼39절을 오프닝으로 사용한 것과 맞물리는 게 대표적이다.
아무런 이유 없이 피해자가 되어버린 마을 사람들과 종구 가족. 이들이 피해를 보는 이유는 뭘까. 감독은 이들뿐 아니라 자주 들려오는 참담한 뉴스 속 피해자들에 관심을 두고 이야기를 방대하게 만들어 갔다. 물론 이유를 찾기는 쉽지 않다. 종교적인 물음까지 다가갔고, 이 영화가 6년 만에 나온 이유이기도 하다.
감독은 일광의 말을 빌려 무심한 듯 묻고 답한다. "자네는 낚시할 적에 뭣이 걸려 나올지 알고 허나? 뭣이 딸려 나올진 지도 몰랐겄제"라는 대사는 영화 전체 맥락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특히 천주교와 무속신앙을 대치시켜 인간의 나약함을 표현한 건 관객의 이해도를 높이는 데 편한 방법이다. 초월한 믿음을 가지지 못한 부제(副祭)를 통해 완전하지 못한 종교인을 그려냈고, 공권력의 상징인 경찰 역시 그저 한 사람일 뿐이라는 사실도 인간의 두려움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시종 음산한 분위기와 함께 공포감을 극대화하는 까닭이기도 하고, 엉성한 듯 보이는 몇몇 캐릭터들의 등장 이유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감독은 관객들에게 영화의 결말과 캐릭터들에 대한 해석을 맡겼다. 나태하다기보다 충만한 자신감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친절하지 않아도 나 감독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응축했다.
곽도원이 첫 주인공을 맡아 다양한 감정의 폭을 선보인다. 황정민과 천우희는 비중이 크지 않은데도 자기 할 일을 다 했다.
올해 칸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진출했으나 한국에서는 어떤 평가를 들을지는 모르겠다. 어떤 초월적 캐릭터들의 관계와 상황은 어렵게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이해하려고 하면 영화는 더 어렵다. 추격자나 황해보다 긴장감과 스릴은 덜 한데, 쫀쫀하지 않기에 대중성은 떨어진다.
할리우드 메이저 영화사인 이십세기폭스사의 한국법인이 투자했다. 나홍진 감독의 전작 황해를 부분 투자한 데 이어 이번에는 주요 투자자로 나서 6년간 믿음을 드러냈다.
3일 곡성이 언론에 처음 공개된 날에도 비가 내렸다. 그 비를, 영화를 좋아하는 이도 싫어하는 이도 있었을 테다. 156분. 15세 이상 관람가. 12일 개봉 예정.
jeigun@mk.co.kr
비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좋아하는 이는 우산을 쓰지 않고 걷는 사람만 봐도 멋지다거나 내리는 비와 함께 들리는 노랫소리가 좋다는 식이다. 반대쪽은 비가 내리면 음산한 분위기가 싫고, 비릿한 냄새도 싫다며 경멸하기까지 한다.
영화 곡성도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릴 것 같다. 비가 내리며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하는 영화는 평온했던 시골 마을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이 비릿한 피 냄새를 진동시키며 관객의 관심을 사로잡는다.
온몸에 괴상한 발진이 생긴 남자는 정신이 나가 있고, 방안 가득 피칠갑된 사건 현장이지만 나홍진 감독의 전작들을 떠올리면 그리 거부감을 느끼게 하진 않는다. 겁 많고 소심한 경찰 종구(곽도원)의 시선으로 따라간 현장은 전체 사건이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하게 하는 워밍업 수준이다.
또 다른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마을 사람들은 공포에 휩싸인다. 마을에 이방인(쿠니무라 준)이 들어오면서부터 이상한 일이 생겼다는 이야기가 돌고, 그 이방인의 존재를 종구도 각인하게 된다. 아울러 종구의 딸 효진(김환희)이 죽어 나간 사람들의 증세와 비슷해지면서 이야기는 복잡해진다.
무당 일광(황정민)은 종구가 건드려서는 안 될 놈을 건드렸다고 하고, 살인사건이 이방인 때문이라고 말하는 무명(천우희)은 종구를 혼란스럽게 한다.
6년 만에 돌아온 나홍진 감독은 추격자나 황해와는 전혀 다른 도전을 했다. 현실의 범주를 넘어선 캐릭터가 등장하는 이야기로 현실과 초현실을 넘나든다. 고민의 흔적이 역력하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 대사가 그들이 놀라고 무서워하여 그 보는 것을 영으로 생각하는지라. 예수께서 이르시되 어찌하여 두려워하며 어찌하여 마음에 의심이 일어나느냐. 내 손과 발을 보고 나인 줄 알라. 또 나를 만져 보라 영은 살과 뼈가 없되 너희 보는 바와 같이 나는 있느니라라는 누가복음 24장 37∼39절을 오프닝으로 사용한 것과 맞물리는 게 대표적이다.
아무런 이유 없이 피해자가 되어버린 마을 사람들과 종구 가족. 이들이 피해를 보는 이유는 뭘까. 감독은 이들뿐 아니라 자주 들려오는 참담한 뉴스 속 피해자들에 관심을 두고 이야기를 방대하게 만들어 갔다. 물론 이유를 찾기는 쉽지 않다. 종교적인 물음까지 다가갔고, 이 영화가 6년 만에 나온 이유이기도 하다.
감독은 일광의 말을 빌려 무심한 듯 묻고 답한다. "자네는 낚시할 적에 뭣이 걸려 나올지 알고 허나? 뭣이 딸려 나올진 지도 몰랐겄제"라는 대사는 영화 전체 맥락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특히 천주교와 무속신앙을 대치시켜 인간의 나약함을 표현한 건 관객의 이해도를 높이는 데 편한 방법이다. 초월한 믿음을 가지지 못한 부제(副祭)를 통해 완전하지 못한 종교인을 그려냈고, 공권력의 상징인 경찰 역시 그저 한 사람일 뿐이라는 사실도 인간의 두려움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시종 음산한 분위기와 함께 공포감을 극대화하는 까닭이기도 하고, 엉성한 듯 보이는 몇몇 캐릭터들의 등장 이유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감독은 관객들에게 영화의 결말과 캐릭터들에 대한 해석을 맡겼다. 나태하다기보다 충만한 자신감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친절하지 않아도 나 감독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응축했다.
곽도원이 첫 주인공을 맡아 다양한 감정의 폭을 선보인다. 황정민과 천우희는 비중이 크지 않은데도 자기 할 일을 다 했다.
올해 칸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진출했으나 한국에서는 어떤 평가를 들을지는 모르겠다. 어떤 초월적 캐릭터들의 관계와 상황은 어렵게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이해하려고 하면 영화는 더 어렵다. 추격자나 황해보다 긴장감과 스릴은 덜 한데, 쫀쫀하지 않기에 대중성은 떨어진다.
할리우드 메이저 영화사인 이십세기폭스사의 한국법인이 투자했다. 나홍진 감독의 전작 황해를 부분 투자한 데 이어 이번에는 주요 투자자로 나서 6년간 믿음을 드러냈다.
3일 곡성이 언론에 처음 공개된 날에도 비가 내렸다. 그 비를, 영화를 좋아하는 이도 싫어하는 이도 있었을 테다. 156분. 15세 이상 관람가. 12일 개봉 예정.
jeigu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