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월부터 만 12세 여아를 대상으로 하는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이 전국 보건소와 지정 의료기관에서 무료로 시행된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27일 이러한 내용의 ‘정기예방접종이 필요한 감염병 지정 고시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올해 접종은 2003년 1월 1일(초6)~2004년 12월 31일(중1) 출생한 여아를 대상으로 한다. 해당자는 가까운 의료기관을 찾아 자궁경부암 백신인 ‘서바릭스와 ‘가다실 중 한 가지를 선택해 6개월 단위로 2차례 맞으면 된다.
지금까진 30만~36만원(2회 접종 기준)에 달하는 비용을 본인이 내야 했지만 앞으로는 국가가 전액 부담한다. 2003년 이전 출생자는 무료 접종 혜택 대상에서 제외된다.
자궁경부암은 국내 여성암 중 7번째로 많이 발생하는 암이다. 매년 3600여 명의 신규 환자가 발생하고 900여 명이 숨진다. 성관계를 통해 전파되는 인유두종바이러스(HPV) 감염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홍정익 질병관리본부 예방접종관리과장은 백신을 접종하면 HPV로 인한 자궁경부암을 70% 이상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의 자궁경부암 백신 무료 접종 방침에도 딸아이를 둔 엄마들은 우리 딸에게도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을 하겠다”는 결정을 선뜻 내리지 못하고 있다.
일본에서 전해지는 자궁경부암 백신부작용에 대한 공포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지난 3월말 자궁경부암 백신을 맞은 여성 4명이 전신통증, 보행장애, 저림 같은 부작용을 호소하면서 일본 정부와 백신 제조회사인 머크사프앤돔(MSD),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 2013년 6월에는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 후 CRPS(복합부위통증증후군)이란 이상반응이 발생했다는 보고에 따라 일본 후생노동성은 적극적인 접종 권장 홍보를 중단하기도 했다.
초등학생 6학년 딸아이를 둔 유영숙(42·서울 강남구 역삼동)씨는 안전성 논란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는데 딸아이에게 백신 접종을 하도록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유씨는 나중에 우리 부담으로 백신을 접종하더라도 안전성이 확실하게 담보될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덧붙였다.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 대상이 되는 여학생의 일부 학부모들이 갖고 있는 막연한 불안감에 대해 세계보건기구(WHO)나 세계산부인과학회(FIGO) 미국 질병관리본부(CDC) 유럽의약품청(EMA) 등은 일관되게 ‘근거없다며 백신의 안전성을 강조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는 2014년 10월 인유두종바이러스(HPV) 의견서에서 WHO는 자궁경부암과 기타 HPV 관련 질환을 세계 공중 보건 문제로서 중요하게 인식하며, HPV 백신을 국가 예방접종 프로그램에 포함시킬 것을 일부 조건과 함께 재차 권고한다”며 4가 HPV 백신과 2가 HPV 백신 모두 안전성과 효능 프로파일이 우수하다”고 주장했다.
유럽위원회 산하 유럽의약청은 지난 2015년 11월 복합성부위통증후군(CRPS)나 기립성빈박증후군(POTS) 등 자궁경부암 백신 부작용으로 의심되는 증상에 대한 조사를 벌인 뒤 인과관계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유럽의약청(EMA)은 EMA 산하 약물감시위해평가위원회(PRAC)에서 백신 접종 후 보고된 CRPS, POTS에 대해 현재 가능한 모든 데이터를 검토한 결과, 제품 허가사항(PI) 또는 백신 사용에 있어 변경을 권고할 증거가 없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EMA는 또 15~44세의 EU국가 여성들에게 자궁경부암은 유방암에 이어 두 번째로 흔한 암이고 자궁경부암 검사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국가에서는 (자궁경부암) 발병률과 사망률이 현저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으나 자궁경부암 자체는 여전히 EU국가 내 주요 사망원인으로 꼽히고 있다”며 자궁경부암의 90% 이상이 HPV 감염에 의한 것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백신 접종으로 예상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과학적인 입증자료에도 불구하고 자궁경부암 백신의 안전성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본적으로 백신에 대해 반대 운동을 벌이는 안티백신그룹이 존재한다. 이들은 백신과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밝혀지지 않은 증상을 과장하고 이를 확대재생산하는데 특히 일본에 안티백신그룹의 활동이 활발하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박성호 한림대강남성심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일본에 특히 안전성 문제가 부각되는 이유는 일본 내 안티백신 그룹의 활동이 적극적이기 때문이라고 본다”며 안티백신그룹의 활동을 미디어에서 보도함으로써 문제가 불필요하게 확산되는 경우가 많다”고 주장했다.
최중섭 한양대 산부인과 교수도 일본 이외의 다른 나라에서는 자궁경부암 백신의 부작용이 보고된 사례가 없다”며 예외적으로 일본에서만 부작용이 보고되고 있고 예방접종을 원치 않는 NGO 그룹에서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적 권위의 학술지 ‘청소년 건강 저널(The Journal of Adolescent Health)은 ‘백신 이상반응 보고에 관한 미디어와 인터넷의 역할: 인유두종바이러스 예방접종 사례라는 논문을 통해 언론 보도와 특히 인터넷 검색 활동이 이상반응 보고를 증가시킬 수 있음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부정확하고 선정적인 보도가 부작용에 대한 공포를 확대재생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궁경부암 예방의 높은 효과와 과학적으로 입증된 안전성 등을 고려할 때 확인되지 않은 이상반응 우려로 인해 백신 접종을 중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박성호 교수는 인터넷 등을 통해 얻는 정보는 근거가 없으며, 이를 맹신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자궁경부암의 주요 원인인 인유두종바이러스(HPV)로 인한 질환은 자궁경부암 외에도 항문암, 질암, 음경암, 생식기 사마귀 등 다양한데, 자궁경부암 백신은 이런 질환을 전반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질병관리본부 홍정익 예방접종관리과장은 자궁경부암 백신은 전 세계 65개국에서 국가 예방접종으로 도입돼 2억 건 이상 안전하게 접종되고 있는 백신”이라고 설명했다.
[김기철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