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조 로보어드바이저 '홀트' 리서치 총괄 톰 힐만 헤드
"글로벌 주식시장 주역이 성장주에서 가치주로 옮겨가고 있지만 가치주라고 다 같은 가치주는 아니다. 실적이 뒷받침되는 알짜 가치주를 찾아야 한다."
전 세계 국부펀드·연기금 등 글로벌 톱티어 기관투자가들이 사용하는 원조 로보어드바이저 '홀트(HOLT)'는 요즘 한창 국내 주식시장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주도주 테마를 한마디로 이렇게 정리했다.
최근 유가 반등과 중앙은행 완화 정책 등에 힘입어 증시 낙관론이 퍼지자 향후 증시 흐름을 주도할 업종에 대한 투자자 관심이 성장주와 가치주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고 있다. 지난 1~2년간 증시에서 주도주 자리를 차지했던 화장품 헬스케어 등 성장주들이 이제 자동차 소재 금융 소비재 등 가치주에 자리를 내줘야 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다.
글로벌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 계량분석 툴에서 출발한 홀트는 현재 전 세계 64개국 2만개 기업의 30년치 재무제표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최적화된 자산 배분까지 제안한다. 이머징마켓 37개국에서 커버하는 아시아·태평양 주식 수만도 9500종목에 달한다. 시가총액으로 따지면 글로벌 주식시장의 98%를 커버하는 셈이다. 증권사 애널리스트와 투자은행 상품기획자, 운용사 펀드매니저가 하는 일을 홀트가 혼자 다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홀트 서비스가 1970년대부터 시작됐다고 하니 요즘 유행하는 '로보어드바이저의 원조'란 얘기를 듣는 것도 이 때문이다.
분석 대상 기업이 하도 광범위하고 기업 현금 흐름과 시장 주가 할인율까지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하다 보니 홀트의 효용성은 금융정보업체 '블룸버그'에 버금간다. 글로벌 주식시장의 가치주 논란은 올 초 글로벌 주식시장 대폭락 이후 시작된 것 같지만 홀트는 이미 지난 연말부터 가치주 주도의 시장 신호를 내보냈다. 지난 2년간 미국 시장에서 S&P500성장주지수 상승폭이 S&P500가치주지수를 15%나 앞질렀는데도 가치주로 갈아탈 때라고 주장했던 것이다.
이런 홀트가 최근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유독 과감히 가치주로 갈아타라고 얘기하지 않았다. 홀트가 기업을 분석하는 근거인 현금 흐름에 따른 기업수익 분석법으로 현재 시장 상황을 분석해보면 과거 일반적인 가치주 주도 시장과는 양상이 달랐기 때문이다. 통상 가치주가 주도하는 시장에서는 기업 수익은 높은데 주가가 낮아서 저평가된 기업이 많이 나타나야 하는데, 지금 국내 주식시장에는 주가만 싸고 현금 흐름은 부실한 기업이 많다는 얘기다. 구조조정으로 저평가 매력이 부각된 조선·해운주 등이 대표적이다. 자산가치 대비 저평가 신호 등이 나타나기는 했지만 옥석을 가려야 한다는 얘기다.
홀트를 이용한 리서치를 총괄하는 톰 힐만 홀트 밸류에이션분석 글로벌헤드(사진)는 최근 서울에서 매일경제 기자와 만나 "홀트는 시장이나 기업 실적을 예측하지는 않는다"며 "다만 기업의 경제적 수익(현금흐름)에 따라 가치를 평가하고 시장에서는 이런 주식이 얼마나 할인 또는 프리미엄돼 거래되는지 찾아내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간단히 말했지만 사실 주식투자에는 이게 전부다. 기업가치(현금흐름)와 시장가치(할인율)만 알면 누구나 쌀 때 사서 비싸게 팔 수 있다. 하지만 전 세계 수많은 기업 중 어떤 기업이 지금 이 시점에 어떻게 거래되는지 알 수가 없으니 홀트를 이용한다는 것이다.
특히 홀트가 전 세계에서 내부 전문가 인력 100명 이상과 함께 외부 아웃소싱 인력 수백 명을 고용하고 있는 것은 국내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내에서도 로보어드바이저가 활성화하면 리서치 어시스턴트나 소규모 자산운용 인력은 일자리를 잃는 게 아니냐는 논란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힐만 헤드는 "1990년대 홀트에 들어왔을 때만 해도 회사에서 매주 펀드매니저를 대상으로 CD에 담긴 기업 분석 업데이트 자료를 우편으로 보내줬다"며 "하지만 지금은 그런 인력은 사라지고 홀트가 내놓는 숫자를 해석하는 회계사 등 전문 인력을 전 세계적으로 고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로보어드바이저 등 기술이 발달하면서 고급 일자리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며 "홀트가 바로 좋은 예"라고 강조했다.
[한예경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글로벌 주식시장 주역이 성장주에서 가치주로 옮겨가고 있지만 가치주라고 다 같은 가치주는 아니다. 실적이 뒷받침되는 알짜 가치주를 찾아야 한다."
전 세계 국부펀드·연기금 등 글로벌 톱티어 기관투자가들이 사용하는 원조 로보어드바이저 '홀트(HOLT)'는 요즘 한창 국내 주식시장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주도주 테마를 한마디로 이렇게 정리했다.
최근 유가 반등과 중앙은행 완화 정책 등에 힘입어 증시 낙관론이 퍼지자 향후 증시 흐름을 주도할 업종에 대한 투자자 관심이 성장주와 가치주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고 있다. 지난 1~2년간 증시에서 주도주 자리를 차지했던 화장품 헬스케어 등 성장주들이 이제 자동차 소재 금융 소비재 등 가치주에 자리를 내줘야 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다.
글로벌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 계량분석 툴에서 출발한 홀트는 현재 전 세계 64개국 2만개 기업의 30년치 재무제표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최적화된 자산 배분까지 제안한다. 이머징마켓 37개국에서 커버하는 아시아·태평양 주식 수만도 9500종목에 달한다. 시가총액으로 따지면 글로벌 주식시장의 98%를 커버하는 셈이다. 증권사 애널리스트와 투자은행 상품기획자, 운용사 펀드매니저가 하는 일을 홀트가 혼자 다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홀트 서비스가 1970년대부터 시작됐다고 하니 요즘 유행하는 '로보어드바이저의 원조'란 얘기를 듣는 것도 이 때문이다.
분석 대상 기업이 하도 광범위하고 기업 현금 흐름과 시장 주가 할인율까지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하다 보니 홀트의 효용성은 금융정보업체 '블룸버그'에 버금간다. 글로벌 주식시장의 가치주 논란은 올 초 글로벌 주식시장 대폭락 이후 시작된 것 같지만 홀트는 이미 지난 연말부터 가치주 주도의 시장 신호를 내보냈다. 지난 2년간 미국 시장에서 S&P500성장주지수 상승폭이 S&P500가치주지수를 15%나 앞질렀는데도 가치주로 갈아탈 때라고 주장했던 것이다.
이런 홀트가 최근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유독 과감히 가치주로 갈아타라고 얘기하지 않았다. 홀트가 기업을 분석하는 근거인 현금 흐름에 따른 기업수익 분석법으로 현재 시장 상황을 분석해보면 과거 일반적인 가치주 주도 시장과는 양상이 달랐기 때문이다. 통상 가치주가 주도하는 시장에서는 기업 수익은 높은데 주가가 낮아서 저평가된 기업이 많이 나타나야 하는데, 지금 국내 주식시장에는 주가만 싸고 현금 흐름은 부실한 기업이 많다는 얘기다. 구조조정으로 저평가 매력이 부각된 조선·해운주 등이 대표적이다. 자산가치 대비 저평가 신호 등이 나타나기는 했지만 옥석을 가려야 한다는 얘기다.
이렇게 간단히 말했지만 사실 주식투자에는 이게 전부다. 기업가치(현금흐름)와 시장가치(할인율)만 알면 누구나 쌀 때 사서 비싸게 팔 수 있다. 하지만 전 세계 수많은 기업 중 어떤 기업이 지금 이 시점에 어떻게 거래되는지 알 수가 없으니 홀트를 이용한다는 것이다.
특히 홀트가 전 세계에서 내부 전문가 인력 100명 이상과 함께 외부 아웃소싱 인력 수백 명을 고용하고 있는 것은 국내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내에서도 로보어드바이저가 활성화하면 리서치 어시스턴트나 소규모 자산운용 인력은 일자리를 잃는 게 아니냐는 논란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힐만 헤드는 "1990년대 홀트에 들어왔을 때만 해도 회사에서 매주 펀드매니저를 대상으로 CD에 담긴 기업 분석 업데이트 자료를 우편으로 보내줬다"며 "하지만 지금은 그런 인력은 사라지고 홀트가 내놓는 숫자를 해석하는 회계사 등 전문 인력을 전 세계적으로 고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로보어드바이저 등 기술이 발달하면서 고급 일자리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며 "홀트가 바로 좋은 예"라고 강조했다.
[한예경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