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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오션, 해운 불황에도 벌크선 경기는 회복세
입력 2016-05-02 17:35 
◆ 기업 분석 / 팬오션 ◆
최근 한 달 새 벌크선 운임을 나타내는 발틱운임지수(BDI)가 70% 가까이 상승하면서 벌크선 단기계약 비중이 60%에 달하는 팬오션의 실적이 주목된다. BDI는 석탄, 철광석 같은 원자재와 곡물을 운반하는 벌크선의 시황을 나타내는 지수다. 이 지수가 높으면 높을수록 벌크선 운임 경기가 호황임을 나타낸다.
한국선주협회에 따르면 2일 기준 BDI는 704로 전년 말(429)보다 64% 상승했다. 올해 2월 초 290까지 폭락했던 BDI가 최근 다시 상승세를 보이면서 국내 대표 벌크선사인 팬오션이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정상수준인 1000에는 아직 못미치지만 회복속도는 빠른편이다.작년 4분기 기준 팬오션 전체 물동량 중 59%가 BDI 시황의 영향을 받는 단기(스폿) 계약에 의한 것이었다.
팬오션은 작년 7월 회생 절차를 종료한 이후 동종 해운업계의 불황에도 불구하고 점진적인 매출액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다. 작년 4분기 매출액이 5121억원으로 전 분기(4917억원)보다 4% 증가했다. 이 기간 BDI는 작년 8월 연중 최고치인 1222를 찍었지만 연말엔 연중 최저치인 478까지 추락했다. 팬오션은 이와 무관하게 매출액은 오히려 소폭 증가했다.
팬오션 IR담당자는 "기업회생 절차를 거치면서 과거 불리한 장기 용선 계약을 해소해 안정적인 매출을 창출하고 있다"며 "기업회생 기간에 끊겼던 거래처가 살아나면서 연간 물동량이 증가하고, BDI 시황도 개선되면서 단기 용선계약에서도 소폭 영업이익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많은 해운사가 시황이 좋을 때 비싼 용선료를 내고 장기 계약한 것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반면 팬오션은 기업회생 절차에서 불리한 장기용선 계약을 정리해 잠재적인 부실 위험을 털어냈다는 설명이다.
팬오션의 작년 연간 매출액은 1조8193억원으로 전년 대비 10.5%, 영업이익은 2294억원으로 전년 대비 6.2% 상승했다. 당기순이익은 작년 455억원으로 전년 대비 94% 감소했다. 기업회생 절차에 따른 채무상환손실이 일시적으로 재무제표에 반영된 영향이다. 기업회생 절차를 마무리하면서 팬오션의 부채비율은 2014년 220.4%에서 77.4%로 급감했다.
작년 기업회생 절차 종료 후 안정적인 매출 개선세는 올해 주가에도 반영됐다. 지난 2월 12일 연중 최저점으로 2770원을 찍었던 팬오션 주가는 두 달 만에 58% 상승해 연중 최고점인 4380원까지 올랐다. 2일 현재 3000원 선 후반대를 지키고 있다.
팬오션은 작년 말 기준 총 193척의 선대를 운용하고 있는데 그중 직접 보유한 사선이 79척, 나머지 114척은 외부 선주로부터 빌린 용선이다. 작년 물동량이 증가하면서 용선이 86척에서 114척으로 33% 증가했다.
팬오션 IR담당자는 "시황이 안 좋다보니 경쟁 선사들이 어려워지는 반면 역설적으로 비용 구조를 개선한 팬오션은 화물주들의 수요가 증가해 용선을 늘렸다"고 설명했다. 팬오션이 직접 보유한 79척 중 장기 화물 운송 계약을 맺은 벌크선은 26척에 불과하다.
작년 7월 하림그룹에 편입된 팬오션은 곡물 유통 사업에도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팬오션 IR담당자는 "작년 말 곡물사업실을 신설해 곡물 유통 사업을 새롭게 진행하고 있다"며 "올해부터 실적에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팬오션의 올해 예상 매출액은 2조1156억원으로 전년 대비 16%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업이익은 2055억원, 당기순이익은 1647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해운 업황을 낙관하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 시각이다. BDI가 앞으로도 상승세를 이어갈지는 신중하게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신지윤 KTB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BDI는 2007년 1만1000까지 올랐다가 급락했을 정도로 변동성이 크며, 현재 1000 이하인 BDI는 단기계약 부문에서 뚜렷한 실적을 창출하기에 아직 부족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배미정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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