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함영주, 권오갑 찾아가 `자구案 압박`
입력 2016-05-01 17:44  | 수정 2016-05-02 00:11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이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을 직접 만나 현대중공업의 추가 구조조정을 압박했다. 1일 하나은행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이들의 만남은 지난달 28일 이뤄졌다. 함 행장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계동 현대중공업 사옥을 직접 방문했다. 주로 울산 사업장에서 근무하다가 마침 이날 서울에 올라온 권 사장은 함 행장과 깊은 대화를 나누며 회사 상황을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현대중공업의 주채권은행인 하나은행에 현대중공업 구조조정과 관련해 선제적 대응을 하도록 지침을 내린 바 있다. 권 사장은 이날 함 행장의 방문을 받고 글로벌 조선업계 업황과 전망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권 사장이 2014년 취임 이후 강도 높은 경영 합리화 작업에 몰두해 온 결과, 올해 1분기 영업이익 3252억원을 기록하며 10분기 만에 흑자 전환했다는 점도 전달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달 28일 임원 25% 감축을 발표하고 사실상 추가적인 구조조정 수순에 들어갔다. 이날 함 행장도 자산 매각과 인력 감축 요구 압박을 강하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두 CEO 회동 자리에는 채권은행과 채무기업 사이의 긴장감과 함께 노사 문제를 둘러싸고 묘한 동질감도 감지됐다는 후문이다. 하나은행도 임금단체협상과 관련해 노사 간 이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하나·외환은행이 합쳐진 후 전산통합을 앞둔 상황에서 앞으로 지점 통폐합 문제와 함께 단일노조 문제가 떠오를 여지가 있다.
함 행장은 이날 권 사장과 만난 뒤 "채권자 입장에서 방문했지만 노조와 각을 세우면서도 회사를 이끌어가는 권 사장을 보니 배울 점이 있었다"고 평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승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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