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해운사 부실도미노…은행 실적공포 현실로
입력 2016-04-27 17:31  | 수정 2016-04-27 19:57
NH농협은행이 중견 해운업체의 법정관리로 직격탄을 맞았다. 현대상선, 한진해운 등 대형 해운사가 휘청이는 가운데 중소형 해운사들도 차례대로 쓰러지면서 은행 건전성에 악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창명해운은 지난 11일 서울중앙지법 제3파산부에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2014년 실적 기준 국내 벌크선사 중 12위였던 이 업체는 자산이 740억원(지난해 말 기준)에 불과하지만 부채가 1조1870억원에 달해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이 기업이 법정관리 절차를 밟게 되면서 돈을 빌려준 은행들은 6000억원대 대출금 중 상당액을 떼일 처지다. 기업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채권은행은 해당 업체의 채권을 '회수의문'이나 '추정손실'로 분류해 대출액 중 50% 이상을 미리 회계상 비용(대손충당금)으로 쌓아야 한다.
농협은행을 비롯한 4대 은행이 창명해운에 빌려주거나 지급보증을 선 금액(익스포저·위험노출액)은 총 6044억원에 달한다. 우선 농협은행의 경우 익스포저가 4032억원으로 가장 많다. 이어 신한은행 723억원, 우리은행은 704억원, 국민은행이 585억원이었다.
농협은행은 당장 1분기 실적에 빨간불이 켜졌다. 창명해운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회수하기 어려워진 대출금에 대해 1분기에만 대손충당금 2332억원을 쌓았기 때문이다. 영업으로 본 수익을 리스크 관리 실패로 다 날려버렸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농협은행의 1분기 순이익은 400억원 내외일 것이라는 전망이 일고 있다. 농협은행이 창명해운에 대해 다른 은행보다 5배 많은 익스포저를 보유한 것은 적시에 여신을 빼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농협은행 고위 관계자는 "창명해운에 대한 대규모 대출은 2007년 전후 나간 10년짜리 장기 만기 대출로 최근 해운 업황이 악화되면서 손쓸 수 없을 정도로 회사가 나빠졌다"며 "10년을 약속하고 대출했는데 만기가 아직 오지 않았는데 (회사 상황이 나빠졌다고) 갑자기 상환하라고 하기도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신호가 왔을 때 회수했으면 좋았을 부분인데 그러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현재 충당금으로 쌓은 부분 외 대출금은 해당 회사의 배 등 자산을 매각해 회수할 것이며 가장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는 시기를 살펴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앞으로도 위험에 노출된 농협은행의 기업 대출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농협은행은 현재 한진해운에 761억원, 현대상선에 758억원의 익스포저가 있다. 한진해운의 익스포저에 대해서는 18억5000만원의 대손충당금을 적립했는데 한진해운 자율협약이 시작되면 충당금 64억원을 더 쌓아야 한다. 이미 농협은행은 조건부 자율협약에 들어간 현대상선에 대한 대출도 고정으로 분류하면서 총 445억원의 충당금을 쌓았다. 농협은행 고위 관계자는 "다른 곳에서 벌어들인 이익이 충당금 전입으로 많이 깎인 측면이 있다"며 "내부적으로는 앞으로는 조선·해운업 등에 여신을 취급하지 않겠다는 논의도 할 정도"라고 말했다.
농협은행은 작년 4분기에는 STX조선해양 여신에 대한 충당금 5000억원을 비롯해 7632억원을 충당금으로 쌓으면서 255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다른 시중은행들도 창명해운 익스포저에 대한 충당금을 쌓으면서 손실을 피할 수 없었다. 우리은행은 400억원, 신한은행은 610억원, 국민은행은 522억원의 충당금을 1분기에 쌓았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창명해운의 경우 지난해 12월 이미 자본잠식 상태여서 대손충당금을 3월 말에 반영했다"며 "해운사 가운데서는 현대상선에 (익스포저가) 100억원 있었는데 이미 충당금을 반영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조선사의 경우도 중소 조선사에 대한 익스포저는 없으며 대형 조선사에 얼마간 갖고 있지만 다른 은행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는 적은 편"이라고 말했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등 대형 해운사들의 금융권 익스포저가 1조7700억원에 달해 앞으로 금융사들의 손실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의 경우 '빅2' 해운사의 익스포저는 4350억원으로 비교적 적다. 일부 은행은 미리 위험을 감지하고 여신 축소를 감행한 반면 일부 은행은 여신을 적시에 빼내지 못해 실적 악화가 불가피하다. 해운을 비롯한 조선 등 산업 구조조정이 본격적으로 이뤄지면 시중은행들의 명암은 리스크관리를 통해 드러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효성 기자 / 박윤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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