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1분기 반도체 실적이 모두 하락할 전망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해석은 엇갈린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분기 역대 1분기 최대 실적을 기록한 점을 감안하면 양호한 성적을 거뒀지만, SK하이닉스는 업황악화에 미세공정전환 지연이라는 악재까지 겹쳤다는 평가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1조5885억원 대비 64.6% 감소한 5620억원을 기록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실적은 오는 28일 발표할 예정이지만 지난 7일 발표된 1분기 전사(全社) 잠정 영업이익 6조6000억원 중 2조5300억원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해 1분기 영업이익 2조9329억원 대비 13.74% 줄어든 수치다.
두 회사 모두 영업이익이 하락했다. 하지만 역대 1분기 실적을 비교해보면 실상은 다르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이 1분기에 영업이익 2조원을 넘긴 것은 역대 1분기 최대 실적을 기록한 지난해 1분기뿐이다. 따라서 올해 1분기 실적이 2조원 이상을 기록할 경우 역대 두 번째다.
반면 SK하이닉스는 2014년 1분기 1조573억원이던 영업이익이 작년 동기 1조5585억원으로 50.25% 늘어났지만 올해는 급락했다. 또 2014년 1분기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7분기 연속 영업이익을 1조원 이상 기록했지만 같은해 4분기부터는 줄기 시작했다. SK하이닉스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전분기 9889억원 대비 24.1% 감소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두 업체 모두 메모리 반도체 쪽에서는 실적이 둔화되는 것은 똑같다”면서도 삼성전자가 미세전환공정에서 앞서 있어서 원가하락 속도가 빨라 이익률에서 앞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삼성전자는 가격이 비싼 기업용(서버) SSD 시장 점유율이 높은데, SK하이닉스는 1분기에 가격이 낮은 낸드 플래시 단품 판매가 많았다”며 평균판매가격 하락에서도 SK하이닉스의 낙폭이 더 컸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업황 악화는 공급과잉에 따른 가격하락과 세트업체들의 수요부진으로 유발됐다. 박성욱 SK하이닉스 사장도 지난달 최근 중국이 국가적인 지원을 받아 반도체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 우리가 힘을 합쳐서 대응해야 한다”며 공격적 인수합병(M&A), 급변하는 기술과 시장환경으로 새로운 도전과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SK하이닉스는 신성장동력으로 차량용 메모리 반도체 분야를 내세우고 있지만 아직 가시적인 성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또 차량용 반도체 시장이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와 같은 시스템 반도체를 중심으로 형성돼 있어 이를 통한 실적 개선의 여지도 크지 않아 보인다. SK하이닉스도 이같은 이유로 미세공정전환을 가속화해 20나노 D램 생산량을 늘릴 계획이다. 또 2세대(36단) 3D 낸드 이용한 1TB(테라바이트) 이상급의 PCIe NVMe SSD 판매에 돌입하며 D램과 낸드 플래시 관련 연구개발(R&D)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작년 대비 D램 팹(Fab·공장) 투자가 감소하지만 올해는 감소분을 1X급 D램 개발을 위해 연구개발(R&D) 설비 투자에 집중하고 3D 낸드 투자는 2~3분기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차량용 메모리 반도체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3D 낸드 플래시(브랜드명 ‘V낸드) 사업을 수익원으로 삼으면서 자체 개발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로 시스템 반도체 시장까지 넘보고 있다. 현재 3세대(48단) 3D 낸드 플래시 제조 업체는 삼성전자가 유일하다. 이달부터 양산을 시작한 15.36TB 용량의 2.5인치 기업용 SSD는 SSD 마지막 양점이던 저용량 문제까지 종식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고사양 제품을 요하는 기업용 SSD 분야에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지난해 전체 SSD 시장에서 39% 점유율을 기록하며 2·3위 업체인 인텔(14%), 샌디스크(9%)를 큰 차이로 따돌렸다.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는 시스템온칩(SoC) 제품인 엑시노스가 보폭을 넓히고 있다. 이미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스마트폰과 보급형 스마트폰에 탑재해 기술력을 입증했고, 이제 공급선 다변화 정책에 따라 국내·외 거래선을 확대해 실적을 부양하겠다는 전략이다. 타겟 제품도 스마트폰 외 차량, 드론 등 다양화되고 있다고 전해졌다.
앞서 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겸 시스템LSI 사업부장 사장은 시스템 LSI에 온 힘을 쏟고 있다. 메모리에 비해 매출도 작고, 시장점유율도 전 세계 5%도 채 되지 않지만, 거꾸로 뒤집어 생각하면 95%의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디지털뉴스국 박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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