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피는 봄은 상춘객의 계절이지만 봄나들이가 고통스러운 이들이 있다. 바로 요실금과 같은 배뇨장애를 겪는 환자들이다.
요실금은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자신도 모르게 소변이 흘러나오는 현상으로 일상생활에 지장을 준다.
사실 요실금은 치료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생명을 위협하는 중한 질환은 아니다. 다만 삶의 질을 저하시키는 대표적인 질병이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유출된 소변으로 인해 쾌적한 생활이 어려운 것은 물론, 외출과 같은 바깥 활동에 제약이 발생하며, 자긍심 손상 및 자신감 결여로 이어질 수 있고 심한 경우 우울증과 같은 정신적 고통까지 수반하게 되기 때문이다.
해외 여러 논문에서도 요실금은 긴장과 불안을 유발하며, 증상을 은폐하려는 중압감과 증상 노출로 인한 수치감으로 자아개념이 저하될 뿐 아니라 가족관계, 가사활동, 정신적 안녕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된 바 있다. 또한 이러한 상황에 적응하지 못하면 정서적 불안 반응과 우울 반응이 나타나고 계속적으로 요실금 상태가 지속되면 정서 장애나 외상성 신경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대목동병원 비뇨기과 윤하나 교수는 평범한 일상을 방해하는 요실금은 매우 흔하게 발생하는 질환이지만 노화로 인한 당연한 현상으로 받아들이거나 수치스럽고 부끄러운 질병이라 생각해 병원을 찾지 않고 병을 키우는 환자가 상당수”라며 만약 하루에 8회 이상 자주 소변을 보거나 소변을 잘 못 참고, 화장실로 가는 도중 소변이 새는 경우,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소변이 샌다면 요실금이 있다고 인지하고 빠른 시간 안에 병원을 방문해 전문의에게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요실금은 남녀 모두가 겪을 수 있는 매우 흔한 질환이지만, 여성에서 더 흔하게 발생한다.
대한배뇨장애요실금학회에 따르면 여성 10명 중 4명이 요실금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자료에서도 2014년 요실금 진료인원중 여성 환자(11만 4,028명)가 남성(1만79명)에 비해 약 10배이상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30대에서 40대로 넘어갈 때 진료인원이 5배 많아지고, 40대 이상의 여성이 전체 진료인원의 약 91%를 차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중년 여성들에게서 요실금이 유독 많이 발생하는 이유는 임신과 출산, 갱년기, 폐경 등으로 인해 요도와 방광 기능이 약해지고 이들을 지지하는 골반 근육이 약해지며 이로 인한 요도 폐쇄 능력이 저하되기 때문이다. 특히 방광염을 자주 앓거나 현재 방광염이 있는 경우 요실금은 더 일찍 생기고 증상이 일시적으로 심해지며 만성적인 통증이 동반되기도 한다.
요실금은 원인에 따라 복압성 요실금, 절박성 요실금, 두 가지 이상의 원인을 가지고 있는 혼합성 요실금으로 크게 나뉜다.
여성 요실금의 가장 흔한 유형은 기침이나 재채기, 웃음, 줄넘기 등으로 갑작스럽게 복압이 증가할 때 방광의 수축없이 소변이 누출되는 ‘복압성 요실금이다. 전체 요실금의 약 80~90%에 해당하는데, 분만 후 또는 노화로 골반 근육이 약화되어 기침 등과 같은 복압이 상승할 수 있는 상황에 방광과 요도를 충분히 지지해주지 못하거나 소변이 새지 않게 막아주는 요도 괄약근이 약해져 발생한다. 이때는 골반근육훈련과 전기자극치료와 같은 행동요법이나 요도 뒤쪽에 끈을 걸어 요도를 지지해주는 수술치료를 우선적으로 시행하고, 필요에 따라 약물치료를 진행하곤 한다.
요실금의 20~30%를 차지하는 ‘절박성 요실금은 소변이 마려운 순간 강하고 급작스런 요의 때문에 소변의 누출이 발생하는 것으로, 소변이 몹시 급해 빨리 화장실에 가지 않으면 소변이 새서 속옷을 적시거나 화장실에서 속옷을 내리면서 소변이 새어 속옷이 젖는 것을 주로 경험한다. 이때에는 방광의 용적을 늘려 배뇨 조절을 돕는 행동요법을 주로 쓰는데, 하부 요로 기능에 대한 환자 교육, 수분 섭취 조절, 방광 훈련, 골반저근의 물리치료 등과 같은 방법이 있다. 또한 상황에 따라 약물치료나 수술치료를 시행하기도 한다.
윤하나 이대목동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요실금은 유형에 따라 효과적인 치료법이 각기 다르므로 전문 의료진의 검진을 통해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간혹 요실금을 진단 받고 나면 자신감 저하나 우울감 등이 극대화되는 경우가 있으나, 막연히 걱정하기 보다는 의료진의 안내에 따라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하고 올바른 배뇨 습관 및 규칙적인 운동 등 생활습관을 교정한다면 다시 일상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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