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인구 기자]
장면1. 유치원 원생에게 전날 먹다 남은 음식을 섞어 만든 '꿀꿀이 죽'을 먹인 유치원 원장. 변호사 조들호(박신양 분)는 유치원 원장의 실체를 밝히려고 했지만, 법정에서 불리한 상황에 놓인다. 결국 조들호는 아무도 없는 연극 공연장에서 유치원 원장에게 무릎을 꿇는다. 유치원 원장은 "내 왕국이니까 유치원도, 아이들도 다 내 것"이라고 소리친다. 이때, 공연장 장막 뒤에서는 검사 신지욱(류수영)과 피해 원생들의 부모들이 등장한다. 조들호를 향한 오해와 유치원 원장의 패악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장면2. 조들호와 함께 동네 주민들의 법률 자문을 도와주던 변호사 이은조(강소라)는 새 아버지가 투신 소동을 벌인다는 것을 듣고, 현장으로 향한다. 옥상에서 경찰과 대치하는 이은조의 새 아버지는 "뼈 빠지게 일한 내가 왜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것인지 해명을 듣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조들호와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대화그룹의 하청업체에서 근무 중이었다. 조들호는 "내가 대화그룹 전문가다. 변호사긴 변호산데, 꼴통 변호사다"고 말한 뒤 그의 손을 잡고 에어매트가 있는 곳으로 투신한다.
이번주 KBS 2TV '동네변호사 조들호'에서 등장한 주요 장면이다. 열혈 검사에서 대화그룹 정 회장(정원중) 아들의 살인을 밝혀내려다가 한순간에 동네변호사로 전락한 조들호의 활약상이기도 하다. 시청자들은 권력으로 세상을 자신의 마음대로 주무르는 등장인물을 향해 '한 방 먹이는' 조들호의 모습에 열광했다.
12회가 진행된 '동네변호사 조들호'는 지난 26일 방송에서 12.6% 시청률(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을 기록했다. 10% 이상 시청률을 유지하면서 월화드라마 시청률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지난해 '블러드' '후아유-학교 2015' '너를 기억해' '별난 며느리' '발칙하게 고고' '오마이비너스'가 넘지 못한 10% 시청률을 훨씬 웃도는 수치다.
'동네변호사 조들호'를 통해 KBS는 '월화극의 저주'라고 불릴 만큼 처참했던 부진을 털어냈다. 이전 작품에서 구혜선 안재현 서인국 소지섭 신민아 등 쟁쟁한 배우들을 내세웠지만 성적은 신통치 않았던 것과 다른 뛰어난 성적이다.
'동네변호사 조들호'는 해츨링(김양수)가 쓴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잘나가던 조들호가 검찰의 비리를 고발해 나락으로 떨어진 뒤 벌어지는 통쾌한 법정극을 담았다. 드라마로 제작되고 배우 박신양이 조들호 역할을 맡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드라마를 향한 기대도 높았다.
박신양이 그리는 '동네변호사 조들호'는 성공기를 쓰고 있다. 회차마다 웹툰을 연상하게 하는 급변하는 상황 속에서도 박신양의 연기는 극의 중심을 잡았다. '박신양이기 때문에 어설픈 드라마도 설득력을 얻는다'라는 평가도 이어졌다.
드라마 극본에 대한 논란이 있었던 '동네변호사 조들호'는 인물들의 섬세한 감정 변화 등에 초점을 맞춘 작품은 아니다. 앞선 장면들처럼 위기에 내몰리는 조들호의 속 시원한 반전이 이 드라마가 가진 매력이다. '기승전결'이 뚜렷해 다소 '뻔해' 보일 수 있지만, 이러한 점이 드라마 '동네변호사 조들호'의 성공 요인이다.
웹툰에서 상황을 따온 것 때문인지 장면들은 과장돼 보이기까지 했다. 인물들이 주고받는 대화도 그 속에 숨겨진 의미가 있다기보단 되도록 직접적으로 전달됐다. "내 왕국이니까 유치원도, 아이들도 다 내 것" "내가 대화그룹 전문가다. 변호사긴 변호산데, 꼴통 변호사다"라는 대사는 인물 관계를 확연히 드러냈다.
위기와 갈등 관계가 확실히 설정된 작품 속에서 정점으로 치닫는 에피소드가 조들호의 활약으로 끝맺으면 시청자들의 막혀있던 속도 한순간에 뻥 뚫렸다. 이 과정에서 시청자들은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사회의 정의에 분노하는 조들호에게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동네변호사 조들호'는 매회 전율과 감동을 전달하고 있다. 하지만 어설픈 전개나, 단단하게 짜이지 못한 듯한 줄거리는 항상 문제로 지적됐다. 이 작품이 '박신양의 연기와 더불어 좋은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카타르시스는 물론 시청자들이 고개를 끄덕일 만한 완성도 또한 갖춰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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