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촉발한 4차 산업혁명이 미래의 일자리를 없애는 대신 O2O(Online to Offline) 융합 등이 새로운 수요와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는 청사진이 제시됐다. 바람직한 디지털 사회를 위한 거버넌스도 제안됐다.
26일 창조경제연구회가 주최한 ‘디지털 사회의 미래를 주제로 한 포럼에서 이민화 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은 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 등의 디지털 기술로 서비스 생산성 향상과 기존의 모든 산업분야서 O2O융합을 통해 새로운 일자리와 수요가 창조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서 생산과 분배, 수요와 공급이 선순환하는 사회를 위한 거버넌스 구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포럼 참석자들은 4차 산업혁명을 통해 기술, 경제, 사회, 인문의 O2O융합이 이뤄진 사회가 도래하고 있다는 점에 모두 동의했다. O2O융합은 그간 오프라인에서 불가능했던 분석과 예측이 기술의 발전으로 온라인 세계에서 구현 가능해지면서 오프라인 세계를 최적화시키는 것을 뜻한다. 일례로 미국의 콘텐츠 기업 넷플릭스의 추천 서비스는 기존의 소비자들이 자신이 보고 싶은 콘텐츠를 탐색해 추천해주는 서비스로 일회성 서비스 대신 소비자 니즈를 충족시켜 지속적인 구매로 이어지게 만든다. 이각범 카이스트 교수는 지금까지의 사회시스템은 잊어라. 시간, 공간, 사람이 융합하는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민화 이사장도 2010년 당시 30개에 불과했던 기업가치 1조원이 넘는 벤처(유니콘)들이 5년만에 250개를 넘어섰다”라며 현실세계와 가상세계이 만나 ‘우버(Uber)나 ‘에어비앤비(Airbnb)와 같은 경험을 중시하는 경제가 탄생해 새로운 일자리가 등장할 것”이라고 전했다.
4차 산업혁명이 불러올 일자리 혁명에 부합하는 새로운 인간의 모습도 거론됐다. 과거 산업화 시대의 인간이 지식과 기술을 바탕으로 물건이나 제품을 만드는 ‘호모 파베르(Homo Faber)의 정체성을 지녔다면 일자리 혁명의 주역은 ‘호모 루덴스(Homo Ludens)형 인간으로 일 자체를 즐기며 의미 있는 목표에 도전하는 사람이다. AI나 로봇이 반복적인 일을 수행하면 인간은 창조적인 일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김태유 서울대 교수는 과학기술과 제4차 산업혁명의 맬서스적 비관론과 유토피아적 낙관론에 관한 논의가 필요하다”라며 미래 사회상에 대한 보다 활발한 대화의 장이 마련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AI의 등장 이후 바람직한 디지털 사회를 구현하기 위한 거버넌스가 필요하다는 점도 지적됐다. 기술발전과 O2O가 생산성 향상과 일자리를 만든다 하더라도 한국경제가 처한 고질적인 저성장과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투명한 조세제도와 분권화된 권력으로 지속가능한 분배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는 견해다.
특히 고도화된 서비스 경제, 경험경제로 나아간 디지털 사회에서는 빅데이터를 지닌 집단이 권력을 독점할 우려가 높기 때문에 권력을 분산시키기 위한 장치로 블록체인 기술이 부각됐다. 본래 가상화폐 거래에서 해킹을 막는 기술로 등장한 블록체인은 개방·분산 구조로 모든 정보를 공개해 상호검증을 가능케 함으로써 투명한 거버넌스를 구축할 수 있다. 박창기 블록체인 OS 대표는 제4차 산업혁명이 초래할 초생산사회의 중심에서 블록체인 기술이 주요 역할을 할 것이다”고 주장했다. 손욱 행복나눔125회장도 디지털 미래 사회에 어떻게 대응하는가에 국가의 운명이 달려있다는 위기의식이 필요하며 그 근본바탕을 이루는 정신문화와 리더십을 정립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거버넌스의 필요성에 동의했다.
이민화 이사장은 바람직한 디지털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서 국가는 7대 실천방안으로 △탈규제, 데이터 개방, 기업가정신을 통한 융합 촉진 △혁신 없는 지대추구 저지 △실패에도 최저생활을 보장하고 재도전을 장려 △신뢰, 명예 등 사회적 가치와 경제가치의 교환 △블록체인을 통한 민주화, 투명한 정책 △기업재무 개방, 개인세금 공개 등 투명한 경제구조 △선순환 철학의 정립 등을 제안했다.
미래창조과학부 관계자는 인간 중심의 저비용, 고효율 지능정보사회를 구현할 새로운 기술발전을 우리경제의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활용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라며 정부는 이와 관련한 중장기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있으며, 6월경에 발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창조경제연구회는 다음달 24일 ‘재기 기업가를 위하여를 주제로 제26차 공개포럼을 진행할 계획이다.
[안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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