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2호선 삼성역에서 걸어서 5분 거리인 알짜 상권에 있는 15층짜리 엔씨타워 빌딩. 건물주인 엔씨소프트가 판교 새 사옥으로 자리를 옮긴 이곳에는 차병원이 운영하는 건강검진센터인 차움건진센터 삼성분원이 둥지를 틀었다. 임직원용 헬스클럽이 있었던 지하 2층과 사무실로 쓰였던 지하 1층, 지상 2층까지 과거 엔씨소프트 직원들만 오갔던 이 빌딩 3개 층은 이제 건강검진을 받으러 서울 각지에서 찾아온 직장인들로 항상 북새통이다.
오피스 빌딩에서 사무실이 사라지고 있다. 경기 침체로 빈 사무실이 늘어나면서 기업만 유치해서는 좀처럼 임대수익을 올리기 힘들어지자 건물주들이 앞다퉈 병원과 어학원 같은 소매업 매장을 임차인으로 들이고 있어서다. 기존에 오피스가 있었던 곳은 임차 계약이 끝나자마자 리모델링해 근린생활시설용으로 아예 용도를 바꾸는 곳이 잇따른다.
26일 교보리얼코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서울에 새롭게 공급된 오피스 빌딩 연면적은 18만7125㎡로 직전 분기인 지난해 4분기 17만1980㎡보다 9% 늘었다. 반면 무조건 사무실만 넣을 수 있는 '순수' 오피스 공급 면적은 이 기간 8만4808㎡에서 7만1861㎡로 15% 줄어들었다. 단순히 기업만 유치해서는 제대로 임대수익을 거두기 힘들다는 생각에 신축 빌딩은 소매업 임차인을 들일 수 있는 복합시설로 짓고 있기 때문이다.
지하철 9호선 신논현역과 2호선 강남역 사이 강남대로 이면에 있는 지상 15층 규모 에이프로스퀘어도 당초 오피스용으로 지어졌지만 지금은 전체 중 절반이 넘는 4~10층을 영단기어학원, edm아이엘츠, 맑은참피부과에 통으로 임대하고 있다. 덕분에 이 건물에는 어학시험을 준비하는 20·30대 젊은 층부터 피부 관리를 받으러 온 중국 의료 관광객까지 하루에도 수백 명의 방문객이 오간다.
7월 준공하는 강남대로 808타워와 브랜드타워도 업무시설 외에 근생시설, 특히 병원을 유치하는 것을 1순위로 삼고 공격적인 임대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오피스 빌딩 변신이 일어나는 곳은 강남뿐이 아니다. 중구 순화동 삼성생명 에이스타워는 최근 지상 1·2·8층에 자생한방병원을 유치하는 임대 계약을 맺었다. 지하철 5호선 여의도 역세권 업무빌딩인 시티플라자도 이지스자산운용이 삼성생명으로부터 사들인 후 저층부를 소매매장용으로 바꿔 임차인을 물색 중이다.
서울 시내 대표 업무지구인 광화문사거리 디타워에는 지난 22일 이 일대 최초 SPA(생산·유통 일괄) 브랜드인 유니클로 매장이 문을 열어 화제를 모았다.
2000년대 초반 오피스 시장 분위기가 좋았을 때만 해도 건물주들이 가장 원하는 세입자는 기업이었다. 중소·중견기업이라도 사무실로 임대하면 정해진 인원만 건물을 오가는 만큼 관리가 쉽고 식당 같은 소매업 매장보다는 폐업으로 갑자기 방을 뺄 위험도 낮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기가 꺾이면서 문을 닫는 기업이 많아지고 '판교'라는 강력한 대항마가 등장하면서 강남과 종로, 여의도를 떠나는 기업이 많아지자 상황이 달라졌다.
남효준 교보리얼코 LM팀 파트장은 "1분기 서울 오피스 공실률이 8.7%까지 치솟고 그나마 기업들을 유치하기 위해 렌트프리부터 임대료 할인까지 내걸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며 "사무실을 근생으로 바꿔 임대하면 기존보다 최고 30% 더 많은 임대료를 받을 수 있어 건물주들 관심이 리테일로 돌아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때 선호했던 은행과 증권사 같은 금융회사 지점이 이제는 임대 기피 대상으로 전락한 것도 주목된다. 보증금이 높고 월세가 낮아 최근 같은 저금리 시대에는 오히려 들이는 게 손해라는 판단에서다.
은행들이 최근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오프라인 지점을 줄이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이 때문에 기존에 은행이 있었던 곳도 최근에는 식당 등 근생시설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당초 '업무시설'로 건축허가를 받은 만큼 오피스 빌딩에 리테일 매장을 들이려면 관할 구청을 통해 용도변경 허가를 받아야 한다. 현행 법상 오피스 빌딩의 건축물 세부 용도는 '주거업무시설군'으로, 이를 '근린생활시설군'으로 바꾸려면 기존보다 장애인 관련 시설을 늘리고 비상계단을 설치하는 등 근생 건축기준에 맞춰 일부 시설을 더 지어야 하는 것에도 유의해야 한다.
[김태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스 빌딩에서 사무실이 사라지고 있다. 경기 침체로 빈 사무실이 늘어나면서 기업만 유치해서는 좀처럼 임대수익을 올리기 힘들어지자 건물주들이 앞다퉈 병원과 어학원 같은 소매업 매장을 임차인으로 들이고 있어서다. 기존에 오피스가 있었던 곳은 임차 계약이 끝나자마자 리모델링해 근린생활시설용으로 아예 용도를 바꾸는 곳이 잇따른다.
26일 교보리얼코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서울에 새롭게 공급된 오피스 빌딩 연면적은 18만7125㎡로 직전 분기인 지난해 4분기 17만1980㎡보다 9% 늘었다. 반면 무조건 사무실만 넣을 수 있는 '순수' 오피스 공급 면적은 이 기간 8만4808㎡에서 7만1861㎡로 15% 줄어들었다. 단순히 기업만 유치해서는 제대로 임대수익을 거두기 힘들다는 생각에 신축 빌딩은 소매업 임차인을 들일 수 있는 복합시설로 짓고 있기 때문이다.
지하철 9호선 신논현역과 2호선 강남역 사이 강남대로 이면에 있는 지상 15층 규모 에이프로스퀘어도 당초 오피스용으로 지어졌지만 지금은 전체 중 절반이 넘는 4~10층을 영단기어학원, edm아이엘츠, 맑은참피부과에 통으로 임대하고 있다. 덕분에 이 건물에는 어학시험을 준비하는 20·30대 젊은 층부터 피부 관리를 받으러 온 중국 의료 관광객까지 하루에도 수백 명의 방문객이 오간다.
7월 준공하는 강남대로 808타워와 브랜드타워도 업무시설 외에 근생시설, 특히 병원을 유치하는 것을 1순위로 삼고 공격적인 임대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오피스 빌딩 변신이 일어나는 곳은 강남뿐이 아니다. 중구 순화동 삼성생명 에이스타워는 최근 지상 1·2·8층에 자생한방병원을 유치하는 임대 계약을 맺었다. 지하철 5호선 여의도 역세권 업무빌딩인 시티플라자도 이지스자산운용이 삼성생명으로부터 사들인 후 저층부를 소매매장용으로 바꿔 임차인을 물색 중이다.
서울 시내 대표 업무지구인 광화문사거리 디타워에는 지난 22일 이 일대 최초 SPA(생산·유통 일괄) 브랜드인 유니클로 매장이 문을 열어 화제를 모았다.
2000년대 초반 오피스 시장 분위기가 좋았을 때만 해도 건물주들이 가장 원하는 세입자는 기업이었다. 중소·중견기업이라도 사무실로 임대하면 정해진 인원만 건물을 오가는 만큼 관리가 쉽고 식당 같은 소매업 매장보다는 폐업으로 갑자기 방을 뺄 위험도 낮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기가 꺾이면서 문을 닫는 기업이 많아지고 '판교'라는 강력한 대항마가 등장하면서 강남과 종로, 여의도를 떠나는 기업이 많아지자 상황이 달라졌다.
남효준 교보리얼코 LM팀 파트장은 "1분기 서울 오피스 공실률이 8.7%까지 치솟고 그나마 기업들을 유치하기 위해 렌트프리부터 임대료 할인까지 내걸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며 "사무실을 근생으로 바꿔 임대하면 기존보다 최고 30% 더 많은 임대료를 받을 수 있어 건물주들 관심이 리테일로 돌아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때 선호했던 은행과 증권사 같은 금융회사 지점이 이제는 임대 기피 대상으로 전락한 것도 주목된다. 보증금이 높고 월세가 낮아 최근 같은 저금리 시대에는 오히려 들이는 게 손해라는 판단에서다.
은행들이 최근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오프라인 지점을 줄이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이 때문에 기존에 은행이 있었던 곳도 최근에는 식당 등 근생시설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당초 '업무시설'로 건축허가를 받은 만큼 오피스 빌딩에 리테일 매장을 들이려면 관할 구청을 통해 용도변경 허가를 받아야 한다. 현행 법상 오피스 빌딩의 건축물 세부 용도는 '주거업무시설군'으로, 이를 '근린생활시설군'으로 바꾸려면 기존보다 장애인 관련 시설을 늘리고 비상계단을 설치하는 등 근생 건축기준에 맞춰 일부 시설을 더 지어야 하는 것에도 유의해야 한다.
[김태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