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팀이 DNA에 결합해 생명체의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단백질인 ‘억제인자와 항억제인자의 새로운 구조를 밝혀냈다. 기존의 방식과 다른 결합·분리 작용이 일어난다는 것을 규명해 향후 식중독균을 제어할 수 있는 신규 항미생물제제 개발 가능성을 제시했다.
억제인자는 DNA에 결합해 유전자의 발현을 저해하는 조절 단백질이다. 억제인자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만들어야 원하는 유전자의 발현이 시작된다. 유도체 분자를 억제인자에 결합시켜 DNA로부터 떼어내는 것이 대표적이다. 유도체 분자의 결합은 억제인자의 3차원 구조를 변화시키거나 억제인자를 분해시키는 방법으로 이뤄진다.
억제인자를 DNA로부터 떼어내는 또다른 방법으로는 항억제인자를 사용하는 것이 있다. 항억제인자는 억제인자 단백질에 결합해 억제인자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단백질이다.
살모넬라균과 같은 식중독 원인균은 다양한 병원성 유전자를 발현해 식중독을 일으킨다. 서울대학교 농생명공학부 유상렬, 화학부 이형호 교수 연구팀은 살모넬라균을 특이적으로 감염시키는 박테리오파지(세균만을 감염시키는 바이러스)인 SPC32H로부터 기존에 보고된 것과는 종류가 다른 억제인자·항억제인자 쌍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X-선 결정학 기법을 이용해 두 단백질의 고해상도 3차원 구조를 규명했다. 그 결과 지금까지 대부분의 억제인자는 2량체(단백질 분자 2개가 모여 기능을 나타내는 단위체)를 이뤄 DNA에 결합했지만 이번에 발견한 단백질은 4량체를 이뤄 DNA에 결합했다.
항억제인자 4량체는 억제인자 4량체 가운데서 억제인자와 결합해 이형 8량복합체를 형성했다. 이로 인해 억제인자가 더 이상 DNA에 결합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결과는 다학제분야 세계적인 학술지 PNAS 온라인판 20일자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억제인자의 새로운 작동 방식과 항억제인자의 결합에 의한 DNA로부터의 분리 메커니즘을 밝혀 기존의 방식 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억제인자가 작용해 유전자의 발현을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을 처음 밝혀냈다.
유 교수는 유전자의 발현을 저해하는 조절 단백질이 DNA에 어떻게 결합·분리되는지에 대한 새로운 발견”이라며 식중독 원인균에 대한 새로운 항미생물제제 개발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연구의의를 밝혔다.
[이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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