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인구 기자]
tvN 금토드라마 '기억'은 전작 '시그널'만큼의 시청률 성적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매회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탄탄한 줄거리로 마니아층을 만들어내고 있다.
지난 22일 방송된 '기억'에서는 박태석(이성민 분)이 죽은 아들 동우의 뺑소니 사건 진범이 이찬무(전노민) 아들인 이승호(여회현)라는 것을 알아채 그의 앞에 섰다. 반면 신영진(이기우)는 박태석과 정진(준호)가 자신을 위기에 빠뜨리려고 한 것을 알았다.
'기억'은 아들을 사고로 잃고 성공을 위해 내닫던 박태선이 기억을 잃어가는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다시 인간성을 회복하는 작품이다. 자신 때문에 아들이 죽고, 억울한 사람이 누명을 쓴 것을 흐릿해지는 기억 속에서 찾아낸 박태석은 이를 바로 잡기 위해 권력과 맞선다.
이 드라마는 2,3% 시청률을 오가고 있다. 전작인 '시그널' 마지막 회가 12.5% 시청률(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을 기록한 것에 비해 아쉬운 성적이다. 무전기를 통해 과거와 현재가 바뀌는 '시그널'과 잃어가는 기억 속에서 후회를 찾아 바로 잡으려고 하는 '기억'의 시청률 성적표가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하지만 '기억'을 단순히 '2,3% 시청률'만으로 재단하기에는 아쉽다.
이성민의 연기력은 이미 '기억'이 시작되기 전부터 시청자들이 기대하는 부분이었다. 이를 충족하듯 이성민은 '변호사'와 '알츠하이머 환자'를 오가며 연기하고 있다. 순간적으로 기억을 잃는 모습을 날카로운 시선으로 의뢰인을 바라보던 눈빛이 한순간에 초점을 잃는 표정으로 표현했다.
이성민 외의 배우들도 열연 중이다. 박진희는 과거에 얽매어있는 나은선을 그리고 있고, 김지수는 전처의 아들인 동우를 가슴에 품고 있는 박태석에 복잡한 감정을 가진 서영주로 등장한다. 이기우는 폭력을 일삼고 권력을 쥔 신영진으로, 준호 윤소희는 박태석을 돕는 정진 봉선화로 각각 활약하고 있다.
배우들의 안정된 연기력의 바탕에는 씨실과 날실이 서로 교차하는 듯한 각본이 있다. 박태석이 기억을 잃어가는 것과 동우의 뺑소니 사건 진범을 찾는 과정을 큰 줄기로 두고, 신영진 등 권력자들을 앞세워 주인공이 세상을 향해 가지는 자세가 변하는 것을 짚어냈다.
연기력과 줄거리가 밑바탕이 된 '기억'은 매회 시청자들을 울리고 있다. 박태석 어머니가 아들이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말없이 아들의 가슴을 치는 장면 등은 과장 없이도 보는 이들의 마음을 울렸다.
인물과 사건을 담아내는 그릇인 화면 연출도 좋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박태석이 한순간 기억을 잃은 심리 상태를 겹쳐지고 흔들리는 도로의 모습으로 전했다. 박태석 어머니의 국수집, 황태선(문숙) 회장의 한옥집 등의 장소도 각 캐릭터와 조화를 이뤘다.
배우 줄거리 연출, 삼박자가 맞아떨어진 '기억'이지만, 시청률은 비교적 저조하다. 기억을 잃어가는 주인공의 상황이 다소 무겁게 느껴져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작품 속에는 눈물만 있는 것은 아니다. 박태석은 억울한 누명을 쓴 의로인을 위해 호쾌하게 사건을 해결하고, 정진 봉선화 등은 뒤에서 그를 돕는다. 전개에 영향을 주지 않는 선에서의 '개그 코드'도 담겨있다.
'기억'의 이야기는 이제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박태석이 "이제는 후회하는 일은 하지 않겠다"고 말한 것처럼 과거를 향한 현재의 고군분투가 더욱 밀도 있게 그려질 예정이다. '기억'이 '시그널'의 흥행 성적에 미치지 못할지라도, 더욱 진하게 감성을 다루면서 전작이 못다 흘린 눈물을 흘리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
in999@mk.co.kr[ⓒ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