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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태제과 `부활 축포`…15년만에 증시 컴백
입력 2016-04-22 16:01  | 수정 2016-04-22 20:28
2001년 11월 호남의 대표 기업 해태제과가 증권거래소에서 퇴출됐다. 1972년 상장 후 29년 만이었다. 한때 재계 24위(1996년)에 올랐던 해태그룹 모태인 해태제과의 몰락은 큰 충격이었다. 임직원들은 통한의 눈물을 흘렸고, 프로야구단 '해태 타이거즈' 팬들도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해태제과의 뿌리는 194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광복 직후 일본 기업 영강제과 직원 박병규, 민후식, 신덕본, 한달성이 회사를 인수해 해태제과합명회사를 설립했다. 1959년에 전남 광주 출신 박병규가 경영권을 인수해 해태그룹을 키워나갔다.
해태제과는 30여 년간 승승장구하면서 탄탄한 회사로 발돋움했지만 외환위기의 파고를 넘지 못했다. 그룹 차원의 무리한 사업 확장이 화근이었다. 1997년 부도를 내고 2001년 UBS컨소시엄에 제과 부문만 매각한 후 청산됐다. UBS컨소시엄이 새로 설립한 현 해태제과식품은 2005년 크라운제과에 인수됐다. 영욕의 세월을 보낸 해태제과가 다음달 11일 재상장한다. 성공적인 인수와 허니버터칩 대박에 힘입어 '부활의 축포'를 울리게 된 것이다.
전남 해남 출신 윤영달 크라운해태제과 회장은 2005년 인수 직후 "나는 점령군이 아니다"며 "제과 명가 해태 혼을 살리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해태제과 직원들의 마음을 얻었다.
윤 회장은 인수 초창기 해태와 크라운의 이질감 극복을 위해 두 회사 임직원들을 이끌고 매주 산에 올랐다. 함께 땀을 흘리고 성취감을 느끼면서 두 조직의 화학적 결합을 유도했다. 매주 수요일에는 타워호텔(현 반얀트리호텔)에 두 회사 간부급 직원을 모두 모아놓고 '모닝아카데미'를 열어 대화의 장을 마련했다.
신정훈 대표
두 회사는 서로의 영업망을 공유하면서 물류·인건비를 절감하는 등 시너지 효과를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양사의 장수 제품을 유지하면서 신규 혁신 제품 개발이라는 두 바퀴를 끊임없이 굴려간 것이다. 해태제과는 창립 당시인 1945년 출시한 연양갱을 비롯해 부라보콘(1970년), 에이스(1974년), 맛동산(1975년), 홈런볼(1981년), 오예스(1984년), 고향만두(1987년) 등 많은 '국민 간식'을 보유하고 있었다.
윤 회장 사위인 신정훈 대표는 해태제과에 '창조적 DNA'를 입히는 역할을 했다. 그는 외국 출장을 갈 때마다 과자를 직접 사와 마케팅·연구소 직원들과 함께 먹어보며 맛을 연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금은 임직원들도 출장 때 현지 과자를 사오는 게 관행처럼 굳어졌다. 해태제과 관계자는 "신 대표가 풍부한 독서와 경험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 트렌드에 밝았기 때문에 해태도 젊은 조직으로 점차 변해갔다"고 말했다.
트렌드에 민감한 문화는 시장 판도를 단박에 바꿀 수 있는 혁신 제품 생산으로 이어졌다. 그 대표 상품이 2014년 8월 출시한 '허니버터칩'이다. 신 대표는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역발상이 허니버터칩 성공의 요체"라고 말한다. 허니버터칩이 등장하기 전만 해도 감자칩 시장에서는 짠맛 제품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감자칩에 벌꿀 단맛을 가미한 새로운 형태 허니버터칩은 감자칩 시장 만년 꼴찌였던 해태제과를 대혁신시킨 계기가 됐다. 허니버터칩은 기존에 없던 감자칩 맛으로 곧장 스낵 시장 1위로 떠올랐다.
해태제과는 다음주 중 공모가를 최종 확정할 방침이며 오는 27~28일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공모 청약을 받을 예정이다.
[전지현 기자 / 서진우 기자 / 송광섭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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