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부진에 빠진 패션 업계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 히어로물 협업 제품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영화 캐릭터에 너나 할 것 없이 뛰어드는 모양새다.
21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SPA(제조·유통 일괄) 브랜드 유니클로가 마블 캐릭터를 활용한 티셔츠 라인을 14일 발표한 다음날 이랜드 스파오 또한 ‘마블 콜라보레이션 제품을 출시했다. 비슷한 시기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빈폴 액세서리는 마블과 손을 잡고 잡화 라인을 꾸몄다.
한 캐릭터를 두고 불과 3일 간격으로 비슷한 마케팅이 연이어 등장한 것이다.
연달아 이어진 마블과의 협업 제품에 대해 패션업체들은 마케팅을 하는데 문제가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브랜드 색깔에 따라 관련 캐릭터 변형이나 응용이 가능해 상대적으로 중복 출시에 덜 민감하다는 이유에서다.
한 패션업체 관계자는 캐릭터가 동일해도 디자인을 적용할 수 있는 아이템이 티셔츠, 재킷, 가방이나 지갑 등 다양하기 때문에 문제될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일례로 유니클로와 이랜드 스파오는 마블 영화 캐릭터를 그래픽 디자인으로 살린 티셔츠 라인을 선보였다. 빈폴액세서리는 문구 레터링과 마블 로고, 아이콘을 변형해 남성 지갑, 파우치 등 잡화 라인으로 출시했다.
인기 캐릭터의 경우는 많은 업체에서 협업 요청을 보내기 때문에 한 브랜드에서 단독으로 진행하기는 어려운 것 또한 패션업체들이 동일한 캐릭터를 활용하는 이유다.
이랜드 관계자는 마블을 비롯한 히어로 콘텐츠는 마니아 연령층이 다양해 남녀노소 선호도가 높다”면서 지난해 스타워즈 티셔츠가 출시 닷새 만에 3000개 이상 판매되는 등 히어로 협업이 ‘흥행보증수표로 떠올라 (협업을) 진행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과도한 캐릭터 협업 열풍에 대해 비판 목소리를 제기하기도 한다. 차별화를 위해 시도한 캐릭터 협업이 누구나 선보이는 마케팅이 되면서 더는 참신하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 마블 협업 제품의 경우 유사한 디자인을 적용하고 활용 방식도 비슷해 브랜드 구별이 쉽지 않는 상황이다.
업계 전문가는 제품 자체 차별성보다 디자인에 주력한 마케팅이 업계 발전에 긍정적일 수만은 없다”면서 모두가 몰려서 비슷한 제품을 출시한다면 오히려 브랜드 정체성이 모호해지고 소비 매출이 둔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디지털뉴스국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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