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개성 있는 투구 폼들이 많다. 요즘 KBO를 보면서 많은 야구팬들이 낯선 투구 폼에 종종 놀라고 있을 것 같다. 특히 외국인 투수들의 투구 폼은 우리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예쁜 투구동작과 거리가 있는 경우가 꽤 흔한 편이다.
이번 시즌도 4경기 만에 3승을 따내며 안정적인 출발을 보이고 있는 NC 에이스 해커(33)는 대표적인 특이한 투구폼의 투수다. 스트라이드 구간에서 디딤 발을 내딛기 까지가 매우 느릿한 그는 마치 이중 키킹으로 느껴지는 독특한 타이밍을 갖고 있다. 다른 어떤 투수와도 비슷하지 않은 이 유니크한 리듬감 때문에 그와 맞서는 타자들은 타격의 타이밍을 맞추기가 여간 까다롭지 않다. 던지는 타이밍 자체로 타자들의 일반적인 타이밍과 엇박자가 나게 된다.
선두 두산의 강력한 초반 레이스를 이끌고 있는 새 외국인 투수 보우덴(30)의 팔 동작도 정석을 깨트리는 모양새다. 손바닥이 하늘을 향한 채 팔을 들어 올리는 그의 팔꿈치 높이는 백스윙 구간에서 우리가 가르치고 배우는 ‘이상적인 투구폼의 팔꿈치 위치보다 분명히 낮다.
그들이 이런 투구 폼을 갖게 된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해커의 투구폼은 스트라이드 구간과 몸통의 회전구간 사이에 미세한 쉼표를 만들어내면서 불안정한 구간에서 살짝 밸런스를 잡아준다. 중심이 앞으로 빨리 쏟아지는 약점의 해결책이었을 가능성이 있다.
보우덴의 투구폼은 어깨와 팔꿈치를 덜 쓰면서 손목의 코킹에 의존하는 형태다. 처음부터 그런 투구 폼으로 던졌는데 컨트롤과 볼 스피드가 괜찮아서 그대로 굳혀졌을 수도 있다. 혹은 어깨나 팔꿈치에 통증을 겪고 난 이후 변형된 폼일 수도 있다.
투수의 기량이란 결국 원하는 곳에 충분히 강력한 구위의 공을 던질 수 있느냐다. 이를 이루게 해주는 폼이 그 투수의 이상적인 투구 폼이다. 그래서 밸런스가 좋아야 하고, 릴리스타이밍이 일정해야 한다는 주된 목표와 다른 미션의 우선순위를 헷갈려선 안 된다.
상하좌우의 흔들림이 적은 동작이 좋다고 하는 이유는 흔들림이 적어야 밸런스를 잡는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떤 투수가 몸을 많이 열어젖히거나 크게 들썩이는 데도 능숙하게 밸런스를 잡는다면 그의 폼은 나쁘다고 할 수 없다.
스트라이드와 회전구간에서 어깨와 팔꿈치의 이상적인 위치를 말하는 이유는 결국 릴리스포인트를 일정하게 해서 볼 컨트롤에 유리한 조건을 만들기 위해서다. 그런데 어떤 투수가 특이한 백스윙과 어깨 위치로도 안정적인 제구력을 유지한다면 그의 폼을 뜯어고칠 근거가 없다.
투수들의 다양한 투구 동작과 천차만별인 퍼포먼스를 지켜볼수록 우리가 유리한 투구동작을 논할 수는 있어도 모든 투수에게 정답인 이상적인 투구동작을 단언하기는 힘들다는 것을 절감하게 된다. 특히 선수들이 자신만의 해법과 기량을 어느 정도 완성한 이후에 만나게 되는 프로 코치들은 선수의 폼 교정에 더욱 신중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정석적인 투구 폼에 집착하기보다 개별 투수들의 퍼포먼스를 세심하게 들여다봐야 한다. 멋있는 투구 폼에 대한 우리의 상상, 넓고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 (SBS스포츠 프로야구 해설위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번 시즌도 4경기 만에 3승을 따내며 안정적인 출발을 보이고 있는 NC 에이스 해커(33)는 대표적인 특이한 투구폼의 투수다. 스트라이드 구간에서 디딤 발을 내딛기 까지가 매우 느릿한 그는 마치 이중 키킹으로 느껴지는 독특한 타이밍을 갖고 있다. 다른 어떤 투수와도 비슷하지 않은 이 유니크한 리듬감 때문에 그와 맞서는 타자들은 타격의 타이밍을 맞추기가 여간 까다롭지 않다. 던지는 타이밍 자체로 타자들의 일반적인 타이밍과 엇박자가 나게 된다.
선두 두산의 강력한 초반 레이스를 이끌고 있는 새 외국인 투수 보우덴(30)의 팔 동작도 정석을 깨트리는 모양새다. 손바닥이 하늘을 향한 채 팔을 들어 올리는 그의 팔꿈치 높이는 백스윙 구간에서 우리가 가르치고 배우는 ‘이상적인 투구폼의 팔꿈치 위치보다 분명히 낮다.
그들이 이런 투구 폼을 갖게 된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해커의 투구폼은 스트라이드 구간과 몸통의 회전구간 사이에 미세한 쉼표를 만들어내면서 불안정한 구간에서 살짝 밸런스를 잡아준다. 중심이 앞으로 빨리 쏟아지는 약점의 해결책이었을 가능성이 있다.
보우덴의 투구폼은 어깨와 팔꿈치를 덜 쓰면서 손목의 코킹에 의존하는 형태다. 처음부터 그런 투구 폼으로 던졌는데 컨트롤과 볼 스피드가 괜찮아서 그대로 굳혀졌을 수도 있다. 혹은 어깨나 팔꿈치에 통증을 겪고 난 이후 변형된 폼일 수도 있다.
두산 보우덴은 손바닥이 하늘을 향한 채 팔을 들어 올리는 상당히 생소한 투구 폼을 갖고 있다. 지난 6일 NC전 투구 모습. 사진=천정환 기자
kt 마리몬은 스트라이드 동작에서 몸이 상당히 벌어진다. 상체의 좌우 흔들림이 크면 밸런스를 잡는데 불리하다는 게 정설이라 ‘이상적이라고 말하는 투구 폼은 아니다. 사진=옥영화 기자
국내 투수들보다 특히 외인 투수들에게서 독특한 투구폼이 많이 보이는 이유 중에는 야구를 가르치는 문화의 차이가 있을 것이다. 우리 야구는 어렸을 때부터 동작과 모양새를 꼼꼼하게 매만지는 지도자가 많은 편이다. 반면 미국은 선수들의 폼을 어떤 틀에 맞추기보다는 투구의 결과, 스윙의 결과를 평가한다고 한다. 즉 결과를 내고 있는 (스스로 원하는 곳에 공을 집어넣고 있는) 투수의 투구 폼은 좀처럼 건드리지 않는다는 얘기다.투수의 기량이란 결국 원하는 곳에 충분히 강력한 구위의 공을 던질 수 있느냐다. 이를 이루게 해주는 폼이 그 투수의 이상적인 투구 폼이다. 그래서 밸런스가 좋아야 하고, 릴리스타이밍이 일정해야 한다는 주된 목표와 다른 미션의 우선순위를 헷갈려선 안 된다.
상하좌우의 흔들림이 적은 동작이 좋다고 하는 이유는 흔들림이 적어야 밸런스를 잡는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떤 투수가 몸을 많이 열어젖히거나 크게 들썩이는 데도 능숙하게 밸런스를 잡는다면 그의 폼은 나쁘다고 할 수 없다.
스트라이드와 회전구간에서 어깨와 팔꿈치의 이상적인 위치를 말하는 이유는 결국 릴리스포인트를 일정하게 해서 볼 컨트롤에 유리한 조건을 만들기 위해서다. 그런데 어떤 투수가 특이한 백스윙과 어깨 위치로도 안정적인 제구력을 유지한다면 그의 폼을 뜯어고칠 근거가 없다.
투수들의 다양한 투구 동작과 천차만별인 퍼포먼스를 지켜볼수록 우리가 유리한 투구동작을 논할 수는 있어도 모든 투수에게 정답인 이상적인 투구동작을 단언하기는 힘들다는 것을 절감하게 된다. 특히 선수들이 자신만의 해법과 기량을 어느 정도 완성한 이후에 만나게 되는 프로 코치들은 선수의 폼 교정에 더욱 신중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정석적인 투구 폼에 집착하기보다 개별 투수들의 퍼포먼스를 세심하게 들여다봐야 한다. 멋있는 투구 폼에 대한 우리의 상상, 넓고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 (SBS스포츠 프로야구 해설위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