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단독] "수익 못내면 수수료 반값만" 공모펀드도 성과제
입력 2016-04-21 17:50  | 수정 2016-04-21 19:42
# 지난해 초 국내주식형펀드 2개에 가입한 직장인 이 모씨는 최근 자산운용보고서를 받아보고 화가 치밀었다. 두 펀드 모두 지난해 각각 -5%와 -10%대 저조한 성적을 냈지만 운용보수와 판매보수 명목으로 수수료를 1% 넘게 떼갔기 때문이었다. 이씨는 "전문가를 믿고 돈을 불려달라고 투자한 건데 손실이 나도 수수료를 이렇게 많이 받아서야 누가 펀드에 투자하겠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씨처럼 마음고생하는 투자자들이 한결 줄어들 전망이다. 금융위원회가 이르면 하반기부터 공모펀드도 고정 운용보수를 낮추고 투자자 수익에 연동해 성과보수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 변경을 추진 중이기 때문이다.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황성택 트러스톤자산운용 대표 등 국내주식형펀드 대표주자들은 앞으로 운용 성과에 따라 성과보수를 받는 공모펀드를 따로 내놓겠다는 방침이다. 국내 공모펀드 시장에서 본격적인 성과 경쟁이 벌어지면서 투자자 신뢰 회복의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는 이달 말 △공모개방형 펀드의 성과보수 도입 허용 △공모펀드 성과보수 최저투자한도 폐지 △벤치마크(BM) 대비 초과수익에 자율적 성과보수 부과(상한은 1%선)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공모펀드 성과보수 도입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기존 펀드에도 성과보수를 받을 수 있는 유형(클래스)을 추가하는 방식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성과보수를 받는 클래스는 대신 고정 운용보수가 크게 낮아진다. 다음달 자본시장법 관련 시행령 개정 입법예고와 규제개혁위원회 검토를 거쳐 이르면 7월부터 성과보수형 공모펀드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현재 사모펀드는 운용사가 자율적으로 성과보수를 초과수익의 10% 범위 내에서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공모펀드는 환매 시기가 미리 정해진 폐쇄형이고, 개인당 최저투자한도가 5억원 이상인 소위 '큰손용 펀드'만 성과보수를 받을 수 있었다. 이러다 보니 거액자산가를 대상으로 한 주식이나 채권 부동산 특별자산(항공기·선박 등)에 투자하는 펀드는 대부분 사모펀드로 옮겨가고, 대중을 상대로 하는 공모펀드는 시장 자체가 점점 쪼그라들고 있다.
다만 금융위는 성과보수형 공모펀드 도입을 일률적으로 강제하지 않고 운용사 자율에 맡기기로 했다. 부작용을 염려하는 목소리도 작지 않기 때문이다. 판매사가 현재 전산시스템으로는 투자자별 성과를 측정하기 쉽지 않은 데다, 상당수 대형 자산운용사들은 고정 운용보수 감소로 오히려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라고 염려한다.
하지만 메리츠자산운용(3조2172억원) 에셋플러스자산운용(1조1561억원) 트러스톤자산운용(1조2183억원) 등 국내주식형 공모펀드 설정액이 1조원 이상이면서도 상대적으로 우수한 성적을 내온 운용사들은 성과보수 도입을 환영하고 있다.
강방천 에셋플러스 회장은 "수익을 얼마를 내든 천편일률적으로 0.5%밖에 운용보수를 못 받는 현행 보수 체계에선 유능한 펀드매니저들이 운용사에 남아 있으려 하겠느냐"며 "공모펀드에도 성과제가 도입돼야 운용사와 투자자 모두 윈윈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는 "고정 운용보수는 낮추고 초과 성과에 대해 추가 보수를 내는 구조의 펀드를 투자자가 선택할 수 있다면 긍정적인 변화가 될 것"이라며 "판매사와 협의를 통해 가능하다면 성과보수형 클래스를 추가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성과보수제가 도입되면 펀드매니저가 과도하게 특정 종목에 '몰빵 투자'를 할 염려가 있어 보수 상한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황성택 트러스톤자산운용 대표는 "성과보수를 받으려 과도한 수익률 경쟁을 벌이면 거꾸로 변동성이 커질 위험이 생긴다"며 "보수한도를 두고 고객이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삼성 미래에셋 KB 한국투신 등 대형 운용사들은 "구체적인 정책 방향이나 고객 반응을 지켜본 뒤 도입 여부를 검토하겠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최재원 기자 / 이용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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