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美지폐에 사상 첫 흑인…그리고 첫 여성
입력 2016-04-21 16:26 

미국 달러화 지폐에 사상 처음으로 흑인 여성이 등장한다.
미국 재무부는 20일(현지시간) 20달러 지폐 앞면 인물을 흑인 인권운동가 해리엇 터브먼으로 변경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20달러 지폐는 미국 ATM(자동현금입출금기)에서 인출되는 지폐로 한국의 1만원권에 해당하는 대표 지폐다. 현재 20달러 지폐 앞면을 차지하고 있는 제7대 대통령 앤드류 잭슨은 20달러 지폐 뒷면으로 자리를 옮긴다.
당당히 20달러 지폐 앞면을 차지하게 된 터브먼은 한국에는 다소 생소하지만 미국에서는 흑인과 여성의 인권을 위해 노력한 대표적인 인물로 꼽힌다. 노예 출신으로 자신이 태어난 농장을 탈출한 후 남부의 다른 노예들을 북부로 탈출시키는 선봉에 섰다. 남북전쟁에도 직접 참전했으며 전쟁 이후에는 여성과 흑인 인권운동에 일생을 바쳤다.
흑인이 미국 지폐에 등장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여성이 등장한 것도 1891년부터 1896년까지 잠시 통용된 1달러짜리 은 태환증권 이후 처음이다.

여성을 지폐에 등장시키기 위해 퇴출이 예상됐었던 10달러 지폐 앞면의 초대 재무장관 알렉산더 해밀턴은 자리를 유지하게 됐다. 초대 재무장관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지폐에서 사라지는 것은 피한 셈이다.
재무부는 대신 10달러 지폐 뒷면에 다수의 여성참정권 운동가들의 모습을 추가하기로 했다. 또 5달러 지폐 뒷면에 마틴 루터 킹 목사와 엘레노어 루스벨트 등 인권운동가들을 더할 방침이다.
도안 변경을 예고한 20, 10, 5 달러 지폐 최종 디자인은 4년 후인 2020년에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2020년은 미국에서 여성참정권을 보장한 100주년이 되는 상징적인 해다. 변경된 디자인의 지폐는 늦어도 2030년 이전에 첫 발행과 함께 유통이 시작될 전망이다.
제이콥 루 재무장관은 여성이 미국 지폐에서 너무 오랫동안 소외돼 있었다”면서 가급적 빨리 새 지폐를 유통시키겠다”고 밝혔다.
재무부는 지난 해 6월 10달러 지폐의 인물을 여성으로 바꿀 계획이 있다고 발표하고 관련 의견을 수렴해 왔다. 하지만 10달러 지폐에서 초대 재무장관을 지낸 해밀턴을 빼기보다는 20달러 지폐에서 인디언 탄압으로 비난을 받아온 잭슨 전 대통령을 제외하자는 여론이 비등해 이를 받아들였다. 또 미국 여성단체 투표에서 새로 지폐에 추가될 여성 인물로 흑인 인권운동가 터브먼이 선정됐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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