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국제교류복합지구(삼성 코엑스~잠실운동장 일대)에 이어 영동대로 끝자락에 위치한 서울무역전시장(세텍·SETEC)을 인근 동부도로사업소와 묶어 복합개발을 추진한다. 세텍 부지는 서울시와 강남구가 제2시민청 건립을 두고 갈등을 빚던 곳이어서 이번 개발 구상을 계기로 양측이 화해 무드로 접어들 전망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20일 세텍 일대 복합개발을 위한 연구 용역을 지난해 말에 마쳤다”며 국제교류복합지구 개발에 맞춰 세텍 부지 일대에 전시·컨벤션 시설 등이 균형 있게 조성될 수 있도록 상반기 내에 사업타당성 및 기본계획수립 용역을 발주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매일경제신문이 이석주 서울시의원실에서 입수한 'SETEC 일대 연계 복합개발안 수립 용역' 결과에 따르면 서울시는 세텍 용지(4만44㎡)와 양재천을 끼고 약 120m 동쪽으로 떨어진 동부도로사업소 용지, 남부순환로변 가스충전소•주유소 등(5만1897㎡)을 하나로 합쳐 전시•컨벤션, 호텔, 업무·상업시설, 야외공연장·광장 등을 조성할 것으로 관측된다. 개발 초안격인 이 자료에는 세텍 일대 개발사업 면적을 9만1941㎡로 확대하는 방안이 담겼다. 복합개발이 끝나면 종전 SETEC의 두 배로 커지는 셈이다.
현재 세텍은 전시실 3개동으로 구성됐다. 개포지구단위계획구역에 포함됐으며 제3종 일반주거지역이다. 사업소 건물과 창고, 운동장 등이 있는 동부도로사업소는 자연녹지지역으로 지정돼 있다. 서울시 구상대로 복합개발을 추진하면 상업지역으로 종상향될 전망이다.
서울시가 세텍 일대 복합개발을 추진하는 것은 이르면 내년 초 착공하는 국제교류복합지구 개발과 연계해 세텍에 MICE(회의·관광·컨벤션·전시) 시설을 확충하기 위해서다. 세텍 부지는 2014년 국제교류복합지구로 포함됐지만 서울시가 개발구역을 잠실 일대로 변경하면서 빠졌던 곳이다. 지난 2014년 기준 서울 전시·컨벤션시장 글로벌 순위는 15위로 10위권 밖이다. 국내외 회의·전시 수요는 매년 늘고 있지만 서울에 수용 공간이 부족하다는 게 서울시 고민이다.
세텍 부지는 개발 잠재력이 높다는 평가다. 우선 교통 여건이 좋다. 남북 축으로 영동대로가, 동서축으로 남부순환로가 각각 지나는데다 오는 2024년 개통예정인 위례~신사선은 지하철3호선 학여울역에서 환승 가능하도록 조정될 예정이다. 또 수서발 고속철도(SRT),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등 광역교통 인프라가 집적된 철도교통의 요충지로 발전 가능성이 크다. 현재 세텍에서는 연평균 4300여개 중소기업이 참여하는 건축박람회·IT기기전·유아박람회·프랜차이즈 박람회 등 전시·이벤트가 연평균 70여회 이상 개최돼 MICE 기능도 강하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도곡스타PB센터 수석부동산 전문위원은 탄천과 양재천을 낀 세텍 일대가 전시·컨벤션과 문화시설 등으로 복합개발되면 서울을 대표하는 또 하나의 비즈니스·관광명소가 될 것”이라며 중소기업 중심 전시장, K팝·드라마 등 한류관광 활성화 거점으로 차별화한 개발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석주 서울시의원은 "현재 부족한 편의·문화예술 시설을 확충하면 수려한 양재천과 탄천을 품고 있는 SETEC 일대가 국내외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핫플레이스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세텍 부지 개발에서는 양재천으로 단절된 두 부지를 어떻게 연결시키고 수변공간 훼손을 최소화할 지가 관건이다. 세텍 부지 인근 대치쌍용·미도·은마 등 대단지들이 재건축 사업을 추진 중이어서 기부채납 등으로 세텍 기반시설 설치를 지원할 가능성이 높다.
세텍 부지에 건립을 추진 중인 제2시민청을 두고 대립했던 서울시와 강남구 간 갈등이 봉합될 지도 주목된다. 강남구는 영동대로 지하공간 통합개발이 추진되는 이 때가 세텍 현대화사업 최적기인데 가건물로 시민청을 만들면 개발이 지연된다며 계획 철회를 서울시에 요청해왔다. 하지만 시가 타당성 검토에 나서는 등 세텍 복합개발에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는 만큼 ‘해빙 무드가 싹틀 여지가 크다. 서울시는 세텍 개발이 본격화하려면 시간이 걸리는 만큼 공사 전까지 시민청을 한시적으로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제2시민청과 세텍 복합개발은 별개 사안”이라며 세텍 일대 공사가 시작되면 시민청 운영이 사살상 어려운 만큼 새 개발안을 토대로 공간을 마련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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