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참패 후 당대표직을 사퇴한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가 5일간의 부산 칩거를 마치고 서울 여의도에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복잡한 당내 현안에 대해선 침묵하며 말을 아꼈다.
김 대표는 20일 새누리당 사무처 국실장과의 송별 오찬 모임을 위해 여의도의 한 중식당을 찾았다. 당직자 격려차 마련된 이날 자리는 화기애애한 분위기속에서 진행됐으며 낮술도 곁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찬 후 김 대표는 비대위원장 임명 논란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대해 그런 것은 묻지 말라. 아무 말 안하겠다”며 당 내 문제에 대해 선을 그었다. 현재 새누리당은 총선 후 계파간 갈등이 이어지며 수습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김 대표는 이날 자리에 대해서도 오래 전에 약속했던 자리로 미안한 마음에 마련했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다만 노동 개혁 등 경제 현안에 대한 논의 정도만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오찬에 참여한 한 당직자 역시 당 현안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며 실무 국장을 위로하는 자리였고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 방향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다”고 밝혔다.
김 대표와 함께 총선 패배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친박 좌장 최경환 의원은 총선 이후 두문불출하며 ‘자숙 행보를 보이고 있다. 14일 대구·경북 총선 선대위 해단식에서 마지막으로 모습을 드러냈던 최 의원은 이후 외부활동을 자제하며 일주일째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유력한 차기 당대표 주자로 꼽혔던 최의원은 당분간 납작 엎드린채 상황을 관망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차기 당대표는 향후 대권주자 당내 경선 관리 등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친박계쪽에선 눈치를 살피며 활동 재개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머지않은 시점에 친박계가 다시 전면에 나설 것”이라며 최 의원 역시 친박계 구심점으로서 전면에 나설수도 있고 또는 2선에서 측근세력을 진두지휘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김 대표의 옥새 파동으로 20대 총선 출마가 좌절됐던 유재길 전 은평미래연대 대표는 이날 김 대표를 상대로 2억4000만원 규모의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이날 오전 서울서부지방법원을 찾은 유 씨는 김무성 대표가 고의로 시간을 끌어 출마기회를 막았다”며 예비후보등록기간과 경선과정에 들었던 비용과 정신적 고통을 받은 것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이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은 김 대표의 반대로 20대 공천 막바지에 유 후보 지역구인 서울 은평을을 포함해 3곳에 대한 공천을 하지 않았다. 같은 이유로 출마하지 못한 대구 동을 이재만 전 후보 역시 지난 19일 대법원에 선거무효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추동훈 기자 / 김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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