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위례신도시발 역전세난 송파 강남까지 확산?
입력 2016-04-20 16:02 

지난해 말부터 삼성동 아파트 전세 오름세가 주춤하고 있어요. 위례 신도시에서 쏟아지는 입주물량 영향을 무시할 수 없어요.” 강남구 삼성동의 A공인중계업소 대표는 삼성동 개발을 보고 투자했던 아파트 소유자들이 전세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자금난을 겪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20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위례신도시에서 시작된 ‘역전세난이 송파구는 물론이고 강남구와 송파구의 경계인 ‘탄천을 넘어 삼성동, 역삼동 등 강남구 일부지역까지 확대될 조짐이다. 지난 2008년 2만 채에 달하는 재건축 아파트가 입주했던 잠실처럼 위례 신도시같은 매머드 단지가 조성되면 이에 따른 역전세난은 일시적으로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위례 신도시에는 올해 1분기에만 5800여 가구가 새로 입주했고 올해 말까지 8000여가구가 추가로 입주를 완료할 예정이다.
위례는 특히 입주물량이 많은데다 아직 기반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탓에 전세가격이 낮게 형성돼 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위례-신사 경전철, 트램노선, 학교, 상업시설 등 주요 기반시설 공급이 계획보다 늦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위례의 낮은 전세가격에 밀려 송파구 아파트는 이미 역전세난을 겪고 있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위례에 인접한 송파구와 비교하면 잠실 트리지움 전용 59㎡는 전세가 7억원 선이지만 이보다 큰 위례 푸르지오는 전용 84㎡ 전세가 3억원 후반~4억원 초반에 불과하다. 잠실 트리지움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는 보통 1분기에는 전월세 계약을 20건 이상 했는데 올해는 10건 남짓밖에 못했다”고 말했다.

위례가 전세수요를 빠르게 흡수하면서 강남구 일부에서도 역전세난 조짐이 보인다. 부동산 114통계에 따르면 강남구의 월별 전세가격 변동률은 지난해 12월 0.56%를 상승했지만 올해들어 1월과 2월에는 각각 -0.01%, -0.04%로 전세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섰고 지난 3월에는 -0.12%로 낙폭을 키웠다. 특히 전세 선호도가 떨어지는 노후 아파트에서는 전세가격이 떨어지는 현상이 심하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1984년 입주한 삼성 진흥 아파트는 전용 104㎡ 전세가 지난해 하반기에는 5억~5억8000만원에 거래됐지만 올해 1분기에는 같은 크기 전세가격이 4억~5억5000만원선으로 낮아졌다.
역삼동에서도 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역삼동에서는 삼성래미안역삼 전용 59㎡ 전세가 지난해 10~11월 6억7000만원에 5건이 거래됐지만, 지난 2일에 거래된 전세는 6억4000만원으로 떨어졌다. 역삼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역삼동은 교육환경이 좋은 편이지만 높은 전세가격을 감당하기 어려운 신혼부부 등 젊은 층이나 자녀 교육 수요가 없는 노년층이 위례로 전세를 찾아 이사하는 경우가 종종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교육1번지 대치동은 아직까지는 역전세난 전조는 보이지 않는다. 대치동의 공인중개사는 대치동은 교육열기 때문에 전세수요가 탄탄한 편”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강남 지역의 역전세난을 단기현상으로 보고 있다. 고준석 신한은행 PWM 프리빌리지센터장은 위례신도시 주택공급이 늘어남에 따라 실수요자들이 위례로 이주하면서 송파 등 강남권에 역전세난이 분명히 나타나고 있다”면서도 재건축 멸실로 공급이 제한적인 강남 지역에서는 장기적으로 역전세난 우려는 적다”고 진단했다.
[김기정 기자 / 이윤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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