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만에 또 대통령 운명 좌지우지…브라질 ‘막후정치’ 실력자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의 탄핵안이 하원에서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해 상원으로 넘어가자 상원의 막강한 ‘공룡정치인 한 명에게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주인공은 현재 상원의장이자 호세프 정권의 ‘오른팔 이었던 레난 칼헤이로스(60) 상원의원이다. 그는 브라질 최대 정당이자 호세프가 이끄는 노동당 최대 연정파트너였던 브라질민주운동당(PMDB) 소속이다.
PMDB는 최근 탄핵정국 속에서 노동당과의 연정 파괴를 선언한 바 있다.
특히 칼헤이로스 의장은 24년 전에도 자신의 최측근이었던 브라질 대통령의 탄핵정국을 주도한 바 있어 더 눈길을 끌고 있다. 그는 당시 ‘브라질의 케네디로 불렸던 페르난도 콜로루 지멜루 대통령을 당선시킨 선거캠페인의 핵심 참모였다.

그러나 당선 3년 뒤인 지난 1992년 그는 지멜루 대통령과 그의 소속정당인 국가재건당의 부패스캔들이 불거지자 되레 증거자료를 언론에 폭로하며 국정조사를 주도했고 결국 지멜루 대통령을 권좌에서 몰아냈다. ‘배신의 정치라는 비난을 받았지만 결과적으로 그는 지멜루 대통령을 희생양 삼아 성공적으로 당적을 PMDB로 갈아탔다.
이번 역시 상황은 닮은 구석이 많다. 그가 상원의장까지 오른 것은 정권초기 연정파트너였던 호세프정부의 전폭적인 지지를 등에 업었던 결과다. 이런 보은 때문에 지난해 탄핵여론이 시작됐을때도 호세프 정권을 옹호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검찰이 부패 덩어리로 지목한 국영석유기업 페트로브라스와 관련한 블랙리스트 정치인 명단에 최근 그 역시 포함돼 조사대상에 올랐다.
현지 언론과 로이터통신은 18일(현지시간) 탁월한 생존 본능을 가진 브라질 상원 우두머리는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호세프를 위기에서 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는 지난 2007년에도 상원의장을 지냈는데 자신의 딸이 한 건설회사로부터 뇌물수수 혐의와 탈세조사를 받자 상원의장직을 포기하는 ‘승부수를 통해 정계에 살아남았다.
그가 브라질에서 가장 가난한 도시인 하나인 아라고아스(Alagoas)출신으로 서슬퍼렇던 군부시절 정치에 입문해 누구의 도움도 없이 중앙정계로 진출한 것 역시 이런 생존 본능 때문이다.
파올로 페레이라 다 실바 브라질 노동단체 대표는 칼헤이레스는 누가 살아남았는지 똑똑히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브라질 상원은 전체 81석중 노동당이 13.5% 수준인 11석에 불과하다. 또 이미 44~47명의 의원들은 탄핵 찬성 의사를 표시한 상황이다. 판세가 이미 기울었음을 칼헤이로스 의장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얘기다.
그가 호세프 대통령의 직무정지 이후 승계 1순위인 미셰우 테메르 부통령과 같은 PMDB의 양대 권력축이라는 점도 그가 호세프대통령에게 마지막 ‘치명타를 날릴 것이라 예상할 수 있는 강력한 배경이다. 테메르 부통령은 이미 호세프 대통령 탄핵이후에 대비해 각 정당과 유력 정치인들에게 연정을 제의한 상황이다.
[이지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