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백두산 아래 마그마 있다…北·美·英 공동연구진 밝혀
입력 2016-04-16 03:02 
북한 지진국 소속인 송리경 박사와(왼쪽) 송리정 박사가 백두산에 지진계를 설치하고 있다. [사진제공 = 사이언스 어드밴스]

북한 정부 소속 과학자들이 미국·영국과 공동 연구를 통해 백두산 밑에 서울시 두배 면적의 마그마가 존재한다는 것을 입증했다. 북한 과학자들이 백두산과 관련된 연구를 국제학술지에 게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 지진국과 평양국제새기술경제정보센터,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공동 연구진은 백두산 천지에서 반경 60㎞이내에 지진계를 설치해 지진파를 분석한 결과 백두산 아래 5~10㎞ 인근에 1256㎢ 면적의 마그마가 존재한다고 밝혔다.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인 ‘사이언스 어드밴스 15일자(현지시간)에 게재됐다. 논문 저자 11명 중 7명이 북한 정부기관 소속 과학자다.
과거 사화산으로 알려졌던 백두산은 1990년대 말부터 마그마가 존재한다는 연구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활화산으로 분류됐다. 마그마는 땅 속의 높은 온도와 압력 때문에 암석이 녹은 것으로 땅 위로 분출되면 용암이 되어 흐른다. 하지만 기존 연구는 백두산 인근 중국 지역에서 관찰한 결과를 토대로 내린 결과였다.
북한 지진국과 UCL 연구진은 백두산과 인접한 지역 8곳에 지진계를 설치했다. 이중 6곳은 장군봉, 백산리 등 북한 지역이었다. 연구를 이끈 제임스 해먼드 UCL 교수는 지진계 설치를 위해 북한을 방문하기도 했다. 송석구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중국에서만 하던 연구를 북한 지역으로 확대했다는데 이번 연구의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2013년 8월 이후 백두산 인근에서 발생한 지진의 P파와 S파를 분석했다. 지진이 발생하면 땅이 흔들리는데 이 진동은 크게 P파와 S파로 나뉜다. 속도가 빠른 P파는 세로로 움직이고 S파는 가로로 움직이는데 S파는 액체를 만나면 속도가 느려진다. 따라서 지진이 발생하는 지역의 P파와 S파의 비율을 구하면 땅속이 어떤 암석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 분석 결과 백두산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 측정한 P파/S파 값은 약 1.75가 나왔다. 하지만 백두산 천지 인근 20㎞ 지역의 P파/S파 값은 2.0으로 높게 나타났다. S파 값이 작아진 것이다. 이윤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은 S파 값이 작아진 것은 백두산 천지 20㎞ 인근에 액체가 존재한다는 의미”라며 이 지역에 용융된 마그마가 존재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화산인 백두산 밑에 마그마가 존재한다는 것은 화산활동 가능성이 존재함을 시사한다. 과거 기록에 따르면 백두산은 946년 대폭발을 일으킨 뒤 현재까지 휴지기 상태다. 지난 2002~2005년까지 백두산 인근에서 미세한 지진이 자주 발생하면서 화산폭발 가능성이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하지만 화산 폭발 여부는 땅을 뚫은 뒤 마그마의 상태가 어떤지를 파악하는 연구가 추가로 필요하다. 지난 2014년 한국과 중국이 함께 백두산 연구를 시작한 뒤 북한과도 공동연구가 추진 중이었지만 올해들어 남북 관계가 경색되면서 중단됐다. 이윤수 책임연구원은 마그마의 위치를 확인했으니 어떤 위험성이 있는지 알기 위해서는 심부시추를 통해 마그마를 직접 조사해야 한다”며 중국과 계속해서 관련 연구를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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