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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체 분석|11일 5골 권창훈, 작년과 무엇이 달라졌나?
입력 2016-04-15 06:00 
물 올랐다 권창훈… 리그, 챔피언스리그 포함 시즌 4경기 연속골을 기록하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매경닷컴 MK스포츠 윤진만 기자] 권창훈(22·수원삼성)이 일으키는 골 폭풍이 매섭다. 13일 포항스틸러스전에서도 골맛을 봤다. 4경기 연속, 11일 5골이다. K리그 클래식과 AFC 챔피언스리그 포함한 지난시즌 기록은 11골이었다. 시즌이 개막한 지 두 달도 채 지나지 않아 절반에 조금 못 미치는 골을 만들었다. 기세가 심상치 않다.
권창훈에게 직접 비결을 물었다. ‘팀(Team)이란 단어만 무한 반복했다. 팀 동료 덕분에 골을 넣었다, 골이 나 혼자 잘한다고 해서 들어가는 게 아니다, 팀 조직력이 좋다 등등이다. 하지만 공격수도 아닌 미드필더가 4경기 연속골을 뽑았다는 건 팀‘만으론 설명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예년과 어떻게 달라졌는지 자세히 들여다봤다.
크게 네 가지의 결론에 이르렀다.

먼저 정신력(멘탈)을 짚을 수 있다. 서정원 수원 감독은 어린 선수가 멘탈을 유지해 나가기가 쉽지 않다. 멘탈이 상당히 강하다”고 했다.
명문구단 수원을 먹여 살리는 ‘청년가장이다, ‘권창훈 없으면 어쩔 뻔이라는 둥 부담이 될 법한 말들이 쏟아진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권창훈은 시즌 초 9경기에서 한결같이 많이 뛰고, 빨리 뛰고, 슛을 쏘아댔다.
구단 관계자는 권창훈이 올림픽 최종예선에서 팀의 준우승에 기여하는 과정에서 골도 넣고 좋은 경기를 했다. 팀의 동계훈련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지만, 그 점이 시즌 초 동기부여가 된 것이 아닐까 싶다”고 했다.
시즌 전 유럽 진출이 무산한 상황도 잊어선 안 된다. 불만을 품지 않고 더 앞으로 나아가는 중이다.

경기력도 진일보했다.
공격 2선에서 ‘문전으로 돌아들어가는 움직임이 더 날카로워졌다는 선수단 자체 평가가 있다. 지난 6일 멜버른빅토리전에서 권창훈은 순간적으로 오프사이드 트랩을 뚫은 뒤 염기훈의 패스를 받아 골망을 갈랐다. 4월 2일 상주상무전에서 골이 나오기까지 ‘우당탕의 과정이 있었지만, 첫 슈팅을 하기 전 순간 돌파는 발 빠른 상주 수비수들조차 따라잡기 버거워보였다.
이러한 ‘라인 브레이커 능력 외에도 프로 4년차를 맞아 시야도 넓어지고, 어깨싸움 노하우도 생겼으며, 슈팅 센스도 자연스레 발전한 것으로 보인다.
국가대표의 힘. 국가대표도 살 찌우고, 본인도 살 찌워 일석이조. 사진=MK스포츠 DB

‘유비 유상철은 1998 프랑스 월드컵을 마치고 K리그로 돌아와 ‘다른 선수들이 발밑에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고 했다. 월드컵과 같은 다수의 국제대회를 경험하며 자신도 모르게 실력이 향상한 것이다. 권창훈도 지난해부터 국가대표와 올림픽 대표를 오가며 더 ‘큰 선수로 성장한 게 아닐까 싶다.
포항전을 관전한 박건하 국가대표팀 코치는 자세히는 모르지만, 여기서 보기엔 자신감이 더 붙은 것 같다”고 했다.
자신감은 움직임, 패스, 드리블 그리고 슈팅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난다. 그중에서도 슈팅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올해 권창훈은 공간이 생기거나, 슈팅 각이 나오면 왼발을 휘두른다. 지난시즌 리그 35경기에서 총 62개의 슈팅을 쐈는데 올 시즌에는 5경기에서 17개를 때렸다. 챔피언스리그까지 포함할 때 8경기에서 27개를 기록 중이다.
크리스티아노 호날두(레알마드리드)가 몸소 보여주듯, 슛을 쏘지 않으면 득점할 수 없다.
또 하나의 비결로 권창훈이 강조하는 ‘팀을 들 수 있다. 권창훈은 우리 팀이 저에게 의존하지 않는다. 오늘 보면 알겠지만, 저한테 쏠려서 뭘 하지 않는다. (백)지훈이형이 공을 빼앗았고, 주위에서 도움을 줘서 골을 넣을 수 있었다. 나는 팀이 하고자 하는 걸 같이 하려고 할 뿐”이라고 의젓하게 말했다.
권창훈이 "팀"을 이해하기 시작하자 더 무서워졌다. 사진=MK스포츠 DB

권창훈은 훈련장에서도 달라졌다. 나이는 아직 어린 축에 속하지만, 매탄고 후배들이 하나둘 팀에 입단하며 선배가 지녀야 할 책임감도 생겼다. 작년까지 귀여움을 받던 막내가 이제는 누군가를 챙겨주는 입장이 되었다. 이 과정에서 스스로 원숙해진 모양새다.
구단 관계자는 빵집을 하는 부모님 가게에서 빵도 가져와 선수들에게 나눠준다. 평소 조용한 편인데, 올해는 대화도 많아졌다. 작년까지 본인의 축구를 신경 썼다면 올해는 팀을 보기 시작한 게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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