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접전 선거구가 많아 마지막까지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이번 총선이지만 어떤 결과가 나오든 내년 대선을 앞두고 3당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민의당의 20석 이상 확보가 유력한 상황이라 15대 총선후 20년 만에 제3당이 총선을 통해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이번 선거 후 정계 개편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새누리당의 경우 과반 의석 확보에 성공한다면 일단 절반의 성공을 거두면서 김무성 대표의 대권 행보에도 힘이 실릴 전망이다. 공천 갈등과 옥새 파동으로 당내 분란에 책임이 있지만 어쨌든 총선에서 승리한 김 대표의 공로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물밑에서는 20대 국회 첫 원내대표와 차기 대선을 진두지휘할 당대표 선출을 놓고 친박·비박 간 경쟁이 격화될 전망이다. 특히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생환해 김무성 대표와 차기 대선주자 자리를 놓고 경쟁할 경우 계파 간 이합집산이 일어나면서 한바탕 소란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잠룡으로 분류되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까지 변수로 남아 있다.
만약 과반 획득에 실패한다면 김 대표의 대선가도엔 빨간불이 켜진다. 지도부 총사퇴와 함께 비상대책위원회가 꾸려질 수도 있고 곧바로 전당대회로 넘어갈 수도 있다. 이와 함께 책임공방을 벌이면서 계파싸움도 극심해질 전망이다. 친박계는 옥새 파동 책임론을 제기하면서 김 대표와 비박계를 싸잡아 공격해 당권을 잡으려 할 공산이 크다. 반면 비박계는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의 자의적 공천 문제점이 패전의 원인이라고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
일단 어느 경우든 김 대표의 사퇴로 열릴 전당대회에서는 계파 간 갈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친박계로서는 박근혜 대통령을 옹위하고 레임덕을 막으면서 당권을 가져가기 위해 총력전을 펼칠 전망이고 비박계 역시 친박계의 당내 권력 독점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김종인 비대위 대표가 자신의 진퇴 기준으로 세운 107석 달성 여부가 관건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더민주가 107석 이상을 얻고 새누리당의 과반 의석을 막을 경우 일단 ‘김종인 체제가 정당성을 확보하면서 문재인 전 대표의 입지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안희정 충남지사와의 대권 경쟁에서도 문 전 대표가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높다.
당권 측면에서는 문 전 대표측이 차기 대권을 위해 호남을 배려할 가능성이 커 총선에서 승리한 호남 중진들이 당권주자로 급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107석에 약간 미달할 경우에는 김 대표의 거취를 둘러싸고 논쟁이 촉발될 수도 있다. 만약 100석도 못 얻는 참패를 할 경우 김 대표 사퇴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 경우 제2의 비대위를 만들지, 아니면 조기 전당대회를 개최할지에 대해 당내에서 또다시 격론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문 전 대표와 친노계의 입지도 크게 축소될 수밖에 없다.
국민의당의 경우 3당 중에서는 가장 갈등 요소가 적다. 일단 원내교섭단체 기준인 20석까지는 무난할 것으로 보이고 안철수상임 공동대표가 서울 노원병에서 승리할 경우 당내 대권주자로서 위상에는 흔들림이 없을 전망이다.
만약 30석을 넘을 경우엔 입지가 더 공고해진다.
특히 호남에서 국민의당이 크게 승리할 경우 안 대표는 더민주를 제치고 호남을 대표하는 대권주자로 떠올라 향후 대권구도에서 강한 존재감을 보일 가능성이높다. 하지만 수도권 의석수가 1석 이하로 ‘호남 지역당에 그칠 경우에는 천정배 공동대표와 당권을 두고 주도권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우제윤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