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배타고 육지로 나와·만삭의 몸으로...시민들 `소중한 한 표` 줄이어
입력 2016-04-13 16:26 

궂은 날씨도 뜨거운 투표 열기를 식히진 못했다.
휠체어를 타고 온 장애인, 배와 버스를 갈아타며 ‘육지 속 섬을 건너 온 유권자 등 불편한 몸이나 지형적인 제약은 참정권 행사에 걸림돌이 되지 못했다.
만삭의 몸을 이끌고 나온 임신부, 자녀들에게 투표의 의미를 알려주려고 온 가족이 투표소를 함께 찾은 사람도 있었다. 모두 대한민국의 새로운 4년을 만들 ‘한 표를 위해 기꺼이 발걸음을 옮긴 진정한 시민들이다.
20대 국회의원 선거가 시작된 13일 오전 6시부터 전국 투표소는 종일 유권자 발길로 분주했다.

화천댐·대청댐 건설로 육지속 섬이 된 강원도 화천군 동촌리 마을 주민 10명과 충복 옥천군 막지리 주민 7명은 배와 버스를 번갈아 타며 ‘산 넘고 물 건너 투표소를 찾았다. 막지리 노인회장 이수길씨(73)는 투표소 가는 길이 멀어도 우리 마을은 늘 80% 넘는 투표율을 기록한다”며 자랑스럽게 말했다.
장애인 유권자의 발길도 이어졌다. 전주 동암재활원의 장애인 40여 명은 휠체어를 타거나 직원 도움을 받으며 효자4동 제6투표소를 찾았다. 지체장애 2급인 정영화씨(64)는 전북을 발전시키고 장애인 인권을 지켜줄 인물을 뽑으러 왔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숭인 1동 주민센터에서 휠체어를 타고 온 김옥희씨(83·여)는 몸은 많이 아프지만 투표는 꼭 하고 싶었다”며 내가 지지하는 후보가 당선돼 국정 활동을 벌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소중한 한표를 행사한 유권자들의 마음은 한결 같았다. ‘화합의 정치 속에 경제를 살리고 민생을 챙기는 20대 국회를 기대했다. 이들은 한 목소리로 여야 모두 정쟁에 열 올려선 안 된다”, 선거때 보여준 초심을 잃지말고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해 달라”고 주문했다.
만삭의 몸을 이끌고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제1투표소 서울농학교를 찾은 정영희씨(43)는 정쟁을 멈추고 민생 관련 법안들을 조속히 통과시켜 달라”며 특히 환경 문제에 많은 신경을 써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구 신길 1동 영신초등학교에서 만난 회사원 김영진씨(48)는 아이 둘을 키우다보니 교육비 부담이 상당하다”며 사교육비 경감, 등록금 문제 등 실생활과 밀접한 문제를 개선하는 20대 국회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울산의 자영업자 박상혁씨(39)는 정책 승부 대신 상호 비방을 하는 구태가 이번에도 반복돼 안타까웠다”며 국회의원이 되더라도 자기 고집대로만 하지 말고 여러 의견을 경청하는 정치를 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창원시 사파초등학교에서 한 표를 행사한 가정주부 황영미씨(37)는 지난해에는 무상급식으로 시끄러웠는데 위정자들의 갈등 때문에 애꿎은 서민들만 혼란스러웠다”며 20대 국회는 민생을 최우선으로 챙겼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전남 담양의 이모씨(43·건설업)는 지역적으로는 광주와 붙어있는 담양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킬 비전이 있는 후보를 찍었지만 비례대표는 안정적으로 국가운영이 가능할 수 있는 정당을 선택했다”면서 여야가 자기 이익을 위해 싸운 19대 국회와 달리 20대 국회는 나라와 국민을 위한 국회로 거듭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역대 최악의 취업난에 시달리고 있는 청년들도 시민의 권리이자 의무인 투표를 잊지는 않았다. 투표소를 찾은 청년들은 20대 국회가 실효성 있는 일자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취업 스터디에 앞서 이른 시간 짬을 내 서울 영등포구 영신초등학교 투표소를 찾은 김선홍씨(28)는 내가 열심히 공부하고 준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능력 있는 국회의원들이 입법을 통해 안정적인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내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 한 표를 행사했다”고 강조했다. 취업준비생인 춘천의 지혜수씨(25·여)는 제발 20대 국회에서는 청년 취업난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데 여야가 힘을 모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이번 총선에서 19세와 20대 유권자는 379만명으로 전체 유권자(4205만명)의 17.6%를 차지한다.
투표 문화 선진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유권자들도 많았다. 두 아들을 데리고 서울 종로구민회관을 찾아 투표한 김광일씨(43)·이희숙씨(39) 부부는 아이들에게 소중한 한 표를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며 우리 아이들의 꿈과 미래를 현실로 만들어 줄 수 있는 국회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전의 임창희씨(49·부동산중개업)는여당이 잘하면 찍어주고 못하면 야당이 다소 미흡하더라도 찍어주는 것이 민도를 높이는 길이라 생각한다”며 이런 주권자의 태도가 보다 진전된 민주주의를 성숙시키는 일이고 국회의원들을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강제하는 국민의 힘이 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공천 파동으로 새누리당 후보가 나오지 못한 대구 동구을 투표소에서 만난 김기수씨(55)는 공천 파동으로 새누리당에 실망을 많이 했다”며 실망감을 투표로 심판했다”고 밝혔다.
투표 관리에 헛점이 드러나기도 했다. 경기도 남양주에서는 투표소 사무원 실수로 정당투표를 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졌다.이날 오전 6시께 남양주 해밀초등학교에 마련된 진접읍 제15투표소를 찾은 유권자 7명은 투표소 사무원이 정당명이 인쇄된 투표용지를 실수로 주지 않아 정당 투표를 하지 못했다. 이들이 정당투표를 요구하면 추가 투표가 가능하지만 투표소에 설치된 CCTV로 동일인임을 확인하기 어려워 추가 투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선관위는 밝혔다. 경남 함안과 대구에서는 술에 취한 60대 남성이 비례대표는 찍을 게 없다”며 정당 투표 용지를 찢거나, 기표를 잘못했다”며 용지 재교부를 요구하다 거부당하자 투표용지를 훼손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공직선거법상 투표용지를 훼손할 경우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서울 = 백상경 기자 / 김희래 기자 / 박윤구 기자 / 지방팀 종합 = 조한필 기자 / 지홍구 기자 / 최승균 기자 / 서대현 기자 / 우성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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