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을 두고 여당의 공천파동과 여권의 분열로 인해 여여·야야 구도가 이뤄진 지역이 상당한 가운데, 자신의 정치 명운을 걸고 출사표를 내건 거물들의 귀환에 정치권 안팎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줄곧 몸담고 있던 당 내에서 다선에 도전하는 인물들이 대부분이지만, ‘백색 무소속 옷으로 갈아입고 복당을 위해 뛰는 거물들도 있어 향후 정치권 구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여야 정치권에 따르면 12일 기준으로 4선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 전·현직 의원들은 총 63명으로 나타났다. 전체 의석수(300석)의 1/5 규모다. 물론 이들이 모두 100% 여의도에 재입성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지만, 19대에 비해 대폭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19대에 4선 이상 의원들은 30명이었다. 5선 이상 의원 역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번 20대 총선에 5선에 도전하는 인물은 14명, 6선 도전은 7명, 7선 도전은 2명, 8선 도전은 1명이다. 총 24명으로 19대 때 5선 이상 의원수(13)보다 10명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이들은 1~2명을 제외하곤 모두 지역구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상태다.
가장 큰 관심의 대상은 무소속 출마를 한 인사들이다. 새누리당 공천파동 중심에 섰던 유승민 의원이 대표적이다. 공천 막판 대구 동을에 나서려던 이재만 후보의 출마가 좌절되면서 여의도 재입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평가가 대다수다. 3선 의원이던 지난해 원내대표를 지낸 만큼, 당선 후 복당이 가능하다면 당 대표직도 노려볼 수 있다. 다만 그의 측근들로 회자되던 인물들이 대다수 살아남지 못해 당내 세력화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비슷한 이유로 새누리당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하게된 이재오 의원은 서울 은평을에서 여론조사 1등을 다수 차지했지만, 국민의당 고연호 후보의 추격이 만만치 않다. 이를 뿌리치고 6선에 성공한다면 북당 후 옛친이계와 비박계를 연계해 비주류의 얼굴이 될 가능성이 높다. 야권에서 공천 탈락 후 무소속 출마한 이해찬 의원도 다시 한번 금배지를 거머쥔다면 7번째 당선이 된다. 비슷한 선수로는 여론조사에서 분위기가 나쁘지 않아 후에 국회의장직을 노릴 것으로 예상되는 새누리당 서청원 의원(8선), 이인제 의원(7선)이 있다.
새누리당에서 6선을 내다보는 인물은 김무성 대표와 황우여 의원이고, 더민주에서는 문희상·이석현·정세균 의원이다. 국민의 당에선 천정배 공동대표가 당내 최다선을 노린다. 다만 이들 중 황우여 의원과 정세균 의원은 지역구에서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어, 결과를 확신할 수 없는 상태다.
4선 이상 의원에 대해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이들이 국회의 주요 직책과 정당의 투톱인 당 대표와 원내대표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누가 요직에 앉느냐에 따라 향후 정국을 가늠할 수 있다. 이런 면에서 본다면 20대 국회에서 여야 3당의 주도권 개편은 복잡하게 돌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보통 원내대표 급에 나서는 4선 의원의 경우 새누리당은 13명, 더민주는 15명, 국민의당은 6명이나 된다. 당 대표직에 오를 수 있는 5선 의원도 새누리당은 6명, 국민의당은 7명에 달한다. 특히 김종인 더민주 대표는 비례로만 5선에 오르게 돼 총선 결과가 불리하지 않을 경우, 당권을 계속 쥐어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9대 때보다 4선 이상 의원들이 많아진다면, 우선 국회 운영이 안정감을 가질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게 된다. 그동안 국회가 들어왔던 지적 중 하나가, 초·재선 의원수가 너무 많다는 것이었다. 특히 초선 의원의 경우 국회 생활에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소요되느라 의정 활동을 제대로 해보지 못하고 재선을 준비하게 된다는 점이 항상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이에 반해 10년 이상 의정활동을 해본 인물들이 국민들의 선택을 받아 재입성한다면, 그만큼 국회의 효율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국회의 다선 의원들이 많아진 탓에 국회 혹은 당내에서 암묵적으로 지정해놨던 선수(選數)가 높아질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현재 분위기로 가면, 여당 내 4선 이상 굵직한 인물들은 많아지지만, 정책위의장을 맡을 3선은 찾아보기 힘들 것 같다”며 당대표 5선 이상, 원내대표 4선, 정책위의장 3선 등으로 매겨진 직책 선수의 조정이 필요할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고 전했다. 국회 내 요직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현재 6~7선 의원들이 당선돼 7~8선으로 국회의장직에 도전한다면, 국회부의장직은 자연스레 5선급에서 정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 고령의 다선 의원들이 많아질 경우 정치권이 기존 사고방식과 기득권에 집착하게 돼 정치 혁신을 구현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명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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