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행동주의 펀드에 KO 당한 日 유통업계 전설
입력 2016-04-08 14:29 

미국 기업들을 쥐락펴락하고 있는 행동주의 펀드가 일본 ‘유통의 전설로 불리는 스즈키 도시후미(鈴木敏文) 회장마저 퇴진시켰다. 일본에서도 행동주의 헤지펀드의 경영 간섭이 크게 늘고 있는데 따른 후폭풍이다.
세븐일레븐으로 일본에 편의점 개념을 처음으로 도입한 스즈키 세븐&아이홀딩스 회장 겸 최고경영자(83)가 경영일선에서 물러난다고 7일 밝혔다. 세븐&아이홀딩스 이사회에서 세븐일레븐 사장 교체 안건이 부결된뒤 나온 결정이다. 스즈키 회장은 도쿄 도내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아들에게 세븐일레븐 사장직을 물려주려한 사장 교체안이 부결된 책임을 지고 은퇴하겠다고 밝혔다. 사장 교체안건 부결은 미국 행동주의 헤지펀드로 유명한 서드포인트가 주도했다. 서드포인트의 대니얼 러브 CEO는 스즈키 회장이 아들인 야스히로에게 세븐일레븐 경영권을 준뒤 모회사인 세븐&아이홀딩스 회장직까지 물려줄 가능성이 있다”며 반대했다. 서드포인트의 경영세습 반대 요구가 받아들여지면서 사장교체안은 부결됐고 스즈키 회장 시대는 막을 내리게 됐다.
서드포인트는 지난해에도 세계 최대 로봇·정밀기계업체 화낙을 겨냥해 자사주 매입을 늘리라는 요구를 해 이를 관철시키기도 했다. 홍콩계 헤지펀드 오아시스는 게임업체 닌텐도 주식을 사들인 후 수익성 개선을 끈질기게 요구했다. 결국 닌텐도는 모바일 시장 진출은 없다”는 기존 입장을 번복한 뒤 모바일 게임시장에 진출했다. 행동주의 헤지펀드가 투자 기업 경영진 교체나 기업 분사, 고배당 등을 요구하는 사례는 미국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야후에 투자한 헤지펀드 스타보드밸류는 지난달 야후 이사진을 모두 교체하겠다”며 9명의 새로운 이사진을 추천했다. 야후의 형편없는 경영실적을 개선하기위해 주주 이익에 가장 잘 부합하는 리더십을 재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스타보드밸류 등이 헤지펀드들이 야후 핵심사업인 인터넷사업부 매각을 재촉했고 결국 야후 이사회는 인터넷사업부를 내다 팔기로 했다.
창립 100년을 맞은 글로벌 복사기 제조업체 제록스는 프린터와 복사기 등 사무기기를 제조하는 회사와 사무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로 쪼개지게 됐다. 제록스는 영업 실적이 신통치 않아 돌파구 마련을 모색해왔다. 제록스의 분사 결정에는 행동주의 투자자 칼 아이칸의 영향력이 작용했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그는 지난해 11월 제록스 지분 7.1%를 인수해 2대 주주로 올라섰다. KFC, 피자헛, 타코벨 등 유명 패스트푸드 브랜드를 보유한 미국 외식업체 얌브랜드는 행동주의 펀드인 코벡스매니지먼트의 공세에 밀려 중국사업부 분사를 모색중이다.
[뉴욕 = 황인혁 특파원 / 도쿄 = 황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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