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애플 앱스토어 가격정책 탓에 `한국고객은 호갱님`
입력 2016-04-07 17:28  | 수정 2016-05-16 15:45

김승희 씨(35·여)는 지난 6일 스마트폰으로 영국 게임 모뉴먼트 밸리를 애플 앱스토어에서 다운받았다. 가격은 4.39달러로 환율(1160원)이 적용돼 실구매가는 5092원이었다. 반면 김 씨 친구는 이 게임을 4000원에 구매했다. 같은 게임인데 왜 가격이 달랐을까. 김 씨는 아이폰 사용자고 친구는 안드로이드폰을 쓰는 게 그 이유였다. 이 사실을 알고 김 씨는 ‘바가지 쓴 기분을 느꼈다고 했다. 불쾌한 경험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카카오 이모티콘 무지와 콘 스페셜 에디션을 샀을 때도 그랬다. 애플 앱스토어에선 2.19달러(약2540원)에 샀는데 똑같은 이모티콘을 구글 플레이에선 2000원에 팔고 있었다. 김 씨는 아이폰은 애플 앱스토어만 허용하기 때문에 가격이 마음에 안들어도 달리 선택권이 없다”며 호갱(만만한 고객)이 된 기분”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애플 앱스토어 가격 정책이 논란을 빚고 있다. 똑같은 제품이 애플 앱스토어에선 다른 마켓보다 더 비싸기 때문이다. 달러 결제만 허용되고 결제 수단이 제한되는 등 폐쇄적 결제 시스템도 소비자 편익을 저해한다는 지적이다.
한국무선인터넷산업연합회에 따르면, 애플 앱스토어는 국내 앱 마켓 콘텐츠 매출에서 34.9%를 차지하는 2위 마켓이다. 1위는 구글 플레이스토어(51.7%)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는 기본적으로 운영체제(OS)가 다르다. 구글 플레이스토어는 구글이 만든 운영체제 안드로이드에서 작동하고, 애플 앱스토어는 애플 iOS에서 작동한다.
가격 정책도 다르다. 구글 플레이스토어는 개발자가 상품 가격을 원화로 자유롭게 책정할 수 있다. 반면 애플 앱스토어는 전세계 150여개 국가에 애플이 고안한 결제 기본 단위 ‘티어를 사용한다. 1티어 0.99달러, 2티어 1.99달러, 3티어 2.99달러식으로 가격을 1달러씩 구역화 것이다. 국내 애플 앱스토어도 이 기준을 따른다. 여기에 지난해 7월 앱 마켓 사업자가 국내에서 판매되는 해외 애플리케이션 부가가치세(VAT)를 대신 납부하도록 세법이 개정됨에 따라 국내 티어 기준은 약 10%씩 인상됐다. 그래서 국내 앱스토어에서 1티어는 1.09달러다.

문제는 상품 가격이 티어와 맞지 않을 때다. 예를 들어 상품 정가가 500원인 경우 최소 티어가 1.09달러(약 1276원)이므로 의도와 달리 700원을 인상하는 셈이다. 카카오톡 이모티콘 가격이 구글과 애플 간 차이가 나는 이유다. 카카오 관계자는 원래 무지 스페셜 에디션 가격은 2000원으로 책정했다”면서 애플에 해당 가격대가 없어 2티어(2.19달러)로 맞추다보니 가격이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구글 플레이를 비롯한 다른 마켓은 이런 단위가 없다. 자유롭게 가격을 책정할 수 있다. 결국 소비자는 애플의 일방적 제도 때문에 불필요한 요금 인상을 경험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애플코리아 측은 티어 제도는 본사의 방침으로 구체적 이유는 알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애플은 한국과 달리 일부 국가에 대체 티어 단위를 제공해 가격 선택권을 주고 있다. 중국, 인도, 영국, 멕시코, 인도네시아에 대체 티어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중국 1티어는 6위안(약 0.93달러)이지만 애플은 중국에 1위안(0.15달러)짜리 대체 티어A, 3위안(0.46달러) 짜리 대체 티어B를 제공한다. 중국 앱 개발자들은 가격 선택권을 더 가진 셈이다.
티어 단위가 달러인 점도 소비자 입장에선 부담이다. 요즘처럼 환율이 상승세일 때 국내 아이폰 이용자는 본의 아니게 더 많이 지불하게 된다. 원화 결제가 가능한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다른 점이다.
애플은 각 국가 통화로 결제하면 앱스토어 결제 시스템 통합성이 깨진다고 주장한다. 애플 앱스토어가 서비스되는 150여개 국가를 각각 결제 단위를 달리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애플은 유럽연합 유로, 영국 파운드, 일본 엔, 중국 위안 결제는 허용하고 있다. 원화 결제가 불가능하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박지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간사는 중국, 영국 등 자국 통화로 결제하는 국가가 있다는 것은 한국도 원화 결제가 가능하다는 이야기”라며 애플이 한국 소비자를 무시하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송영신 한양대 교수는 소비자 불편이 명백히 보이는데도 애플은 본사 정책이라면서 개선 가능성 자체를 차단하고 있다”며 소비자가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기업의 우선 책무이다. 애플의 태도는 기업 책무를 저버리는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이선희 기자 / 오찬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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