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1분기에 깜짝 실적을 올리며 시장을 놀라게 했다. 신작 스마트폰 갤럭시S7의 판매 호조와 반도체의 기술 혁신, 긍정적인 환율 효과 등 3박자가 잘 어우러진 결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7일 잠정실적 공시를 통해 올해 1분기에 연결 재무제표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37% 증가한 6조6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도 같은 기간 3.99% 올라선 49조원에 달했다.
이는 증권가에서 보는 영업이익 전망치인 5조6000억원보다 1조원 가량 많은 숫자로 시장에서는 ‘어닝 서프라이즈로 보는 분위기다. 불과 3월말에만 해도 시장에서는 영업이익이 5조원에도 못 미칠 것이라는 부정적인 시각도 많았다.
삼성전자 분기 영업이익은 2014년 3분기 4조600억원으로 저점을 찍은 뒤 이후 꾸준히 상승세를 탔다. 하지만 지난해 4분기에 6조1400억원으로 후퇴하면서 성장세가 꺾인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올해 1분기에 6조원 중반대의 영업이익을 낸 것은 시장의 부정적인 의혹을 씻어내기에 충분한 숫자라는 해석이다.
삼성전자가 각 사업부문별 구체적인 실적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증권업계에서는 휴대폰을 담당하는 IM부문이 3조8000억원, 반도체 부문이 2조6000억원, 소비자가전(CE)부문이 5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을 것으로 보고 있다. LCD 가격 급락으로 최악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디스플레이 부문의 경우 30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 실적의 1등 공신은 단연 갤럭시S7의 선전이다. 전작과 크게 차이가 없어 보이는 기능 때문에 시장에서는 S7을 놓고 ‘과연 잘 될까라는 의혹의 눈초리가 많았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의 반응은 달랐다. 전작에 비해 가격을 최대 8% 낮추고 출시 시기를 한 달 가량 앞당긴 것이 판매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특히 가격은 높지만 삼성만이 내놓는 엣지 스타일 스마트폰의 판매가 전체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면서 이익 개선에 한 몫 했다.
이가근 K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전작인 S6가 초기 한 달간 300만대 판매에 그친 반면 S7는 최소 1000만대는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며 2분기 들어서도 매월 700만대 가량은 꾸준히 판매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S7은 소프트웨어를 강화한 반면 하드웨어 기능은 큰 변화를 주지 않아 원가절감도 가능했다. 판매 대수에 비해 이익폭이 두드러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에 따라 IM부문은 2014년 2분기 4조4180억원 이후 7분기 만에 가장 큰 영업이익을 올리게 됐다.
반도체 부문의 공정기술 혁신도 1분기 실적 개선에 도움을 줬다. D램 가격이 1분기에만 30% 가량 떨어지는 악조건 속에서도 삼성전자는 기술혁신에 따른 프리미엄 제품으로 이를 극복해냈다.
D램의 경우 대부분의 라인업을 경쟁사보다 앞선 20나노급 미세공정 기술로 양산해 생산성을 높였다. 여기에 2월말부터는 10나노급인 18나노 제품도 양산에 들어가면서 2분기 실적에 대한 기대도 밝게 하고 있다.
낸드플래시에서도 V낸드 기술을 바탕으로 한 독보적인 3세대(48단) V낸드가 좋은 반응을 얻었고, 시스템LSI 부문도 파운드리(위탁생산) 분야에서 1월부터 2세대 14나노 공정 양산이 시작되면서 수익성 개선에 도움이 됐다. 한마디로 남들은 따라오지 못하는 기술력과 제품으로 가격하락의 악조건을 이겨낸 셈이다.
반도체의 경우 원화값 약세도 도움을 줬다. 지난해 4분기 달러 대비 원화값 평균은 1157원이었지만 올 1분기 평균은 1201원으로 떨어졌다. 국내에서 제품을 생산해 수출하는 반도체의 경우 원화값 약세는 가격 경쟁력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달러로 받은 결제대금을 원화로 환산했을 때 이익을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TV와 냉장고 등의 생활가전(CE)부문도 치열한 글로벌 경쟁 속에서 선전한 것으로 분석된다. 주력 신제품인 SUHD TV가 미국 유럽 등 주요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은 가운데 액티브워시와 애드워시 등 아이디어가 돋보인 세탁기 등이 전세계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디스플레이 부문은 중국 업체 공급과잉 등의 영향으로 1분기에 3000억원 안팎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예상된다. LCD 부문의 적자가 커졌지만 갤럭시S7 선전에 따른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부문이 이를 만회하면서 손실폭은 크게 줄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승훈 기자 / 이기창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