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상장사들 작년 투자보다 배당 늘렸다
입력 2016-04-06 17:33  | 수정 2016-04-06 19:50
■ 코스피·코스닥 1644社 최근 3년 재무제표 분석
지난해 국내 상장사들이 늘어난 이익을 투자 확대보다는 배당을 늘리는 데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금 및 현금성 자산도 크게 늘어 기업들이 여전히 내부에 현금을 쌓아둔 채 시장을 관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매일경제가 금융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의뢰해 6일까지 집계된 코스피·코스닥 상장사 1644곳의 최근 3년(2013~2015년) 재무제표를 전수조사한 결과다.
국내 상장사 재무제표의 특징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배당 확대와 안정성 강화'다. 기업 투자활동 지표 가운데 하나인 신규 유·무형 자산 취득 규모는 2014년 130조원에서 작년 138조원으로 늘긴 했지만 6.4% 증가에 그쳤다. 지난해 코스피와 코스닥 상장사 순이익이 전년보다 15.3% 늘어났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부진한 수치다.
게다가 국내 상장사 중 가장 많이 유·무형 자산을 취득한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전체 상장사 유·무형 자산 취득 규모 증가율은 4%에 그쳤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유·무형 자산 취득액은 27조239억원으로 전체 상장사의 19.6%를 차지했고 현대차의 2.9배에 달했다. 전체 상장사의 유·무형 자산 취득액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2년 전인 2013년보다 2.4%포인트 증가했다.
반면 상장사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2013년 161조원, 2014년 168조원, 작년 200조원으로 해마다 가파르게 늘었다. 전년 대비 증가율도 2014년 4.2%에서 작년 18.9%로 높아졌다. 특히 삼성전자는 2014년 16조8408억원이었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지난해 22조6367억원으로 늘어나 증가율이 34.4%나 됐다. 삼성전자를 뺀 나머지 기업들의 지난해 현금자산 증가율은 17.2%였다.

또 기업들이 재무구조 개선에 힘써 부채비율이 2013년 346%, 2014년 325%, 작년 321%로 꾸준히 낮아졌다. 영업이익으로 금융이자조차 갚지 못하는 소위 '한계기업'은 2013년 490개에서 2014년 504개로 늘었다가 지난해 468개로 줄었다. 기업들이 쌓아둔 이익잉여금은 꾸준히 늘고 있다. 2013년 777조원, 2014년 842조원, 작년 917조원으로 매년 8% 넘게 증가했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난해 전체 상장사의 유·무형 자산 취득액이 소폭 증가하긴 했지만 현금 및 현금성 자산과 이익잉여금 증가율이 여전히 훨씬 높다"며 "아직도 기업들이 내부에 돈을 쌓아둔 채 경기 상황을 관망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배당금 지급 규모는 기업소득환류세제 영향으로 크게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2013년 13조2767억원, 2014년 16조6779억원, 작년 21조2766억원으로 매년 20% 이상 증가했다. 작년 배당금 총지급액은 삼성전자 3조687억원, 한국전력 1조9901억원, 현대차 1조796억원, SK텔레콤 7081억원, 신한금융지주 6310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배당금 총지급액 기준 상위 10개 기업 중 배당금이 줄어든 곳은 하나도 없었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여전히 국내 상장사 전체 평균 배당수익률은 1.7%로 여전히 전 세계 최하위권"이라며 "외국인 투자자들 발길을 잡으려면 앞으로 배당수익률을 더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배당금이 늘고 있지만 배당지급액이 기업 잉여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다"며 "기업 유보금을 끄집어내 경기 활성화를 유도하려면 투자가 큰 폭으로 늘어야 하는데 경기 여건이 좋지 않다 보니 기업소득환류세제 등 정부 정책에도 기업들이 크게 반응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용환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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