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삼성전자·현대車 `원低 효과` 온도차 크네
입력 2016-04-04 17:43  | 수정 2016-04-04 19:38
국내 증시를 대표하는 삼성전자와 현대차에 대한 상반된 1분기 실적 전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수출주'라는 공통점에도 불구하고 증권사들은 삼성전자에 대해서는 시장 기대치를 뛰어넘는 호실적을, 현대차에 대해서는 시장 기대치를 밑도는 저조한 실적을 예상하고 있다. 이 같은 차이는 엇갈리는 '환율효과' 탓이 크다는 분석이다.
4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현대차는 전 거래일보다 3.7% 하락한 14만4000원에 마감했다. 2월 중순 12만원대까지 주저앉았던 현대차의 주가는 3월 들어 16만원에 근접했지만 이달 들어서는 14만원대에 머물렀다. 기아차 역시 이달 들어 7% 하락하는 등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현대차를 비롯한 자동차주가 최근 약세를 보이는 이유는 올 1분기 실적 부진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금융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대차의 1분기 연결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은 21조7932억원 및 1조4746억원, 기아자동차는 각각 11조6884억원과 5179억원으로 예측됐다. 영업이익만 놓고 볼 때 3개월 전 예상 실적보다는 현대차의 경우 12.3%, 기아차는 22.2% 줄어든 수치다. 반면 삼성전자는 실적 개선 기대감에 2월까지 110만원대에 머물렀던 주가가 130만원을 넘어서고 있다. 당초 5조원대 초반으로 예상됐던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은 6조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차이는 원화값 하락에 따른 수혜 정도의 차이에서 비롯됐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경우 원화값 하락이 실적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는 평가다. 원화값 하락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부품 가격 하락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를 방어해 주는 지지대가 됐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는 원화값이 약세였던 지난해 3분기에도 부품 사업을 중심으로 8000억원 수준의 환율 효과를 봤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1분기 평균 달러당 원화값은 1201.44원으로 지난해 1분기(1100.26원) 대비 9.2% 하락했다.

반면 자동차 업종은 원화값 약세에도 불구하고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다. 현대차의 경우 올 1분기 판매대수가 110만7000대에 그쳐 전년(118만3000대) 대비 6.4% 줄었다. 내수 판매가 15만5000대에서 16만대로 소폭 증가했지만 수출이 102만8000대에서 94만7000대로 급감한 탓이다.
원화값 하락에 따른 수혜 정도의 차이는 두 업종 간 글로벌 경쟁 구도의 차이에서 비롯됐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일본의 IT산업이 몰락하면서 한국의 IT산업이 일본 경쟁업체를 따돌린 반면 자동차에서는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 두 업종의 환율 민감도, 특히 원·엔 환율에 대한 민감도에 차이를 가져왔다는 설명이다. IT업종은 엔저 영향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반면 자동차 업종은 그렇지 않다는 얘기다. 북미 시장이 대표적인 예다.
현대차에 따르면 올 들어 2월까지 북미 시장 누적 판매량은 9만8000대로 원화값 하락과 미국 경기 호조에도 불구하고 전년 동기 대비 1000대 늘어나는 데 그쳤다. 현대차 관계자는 "북미 시장에서 현대차의 주요 경쟁 상대는 일본차인데, 최근 수년간 엔화가 달러 대비 약세를 보여와 환율효과가 크지 않다"며 "일본 업체들이 엔저에 힘입어 공격적인 프로모션을 실시하는 가운데 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해 마케팅비 등 지출을 늘리면서 수익성이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주력 시장 자체가 다른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현대차의 경우 중국과 브라질, 러시아 등 신흥국 시장 비중이 큰데 이들 시장이 국제 유가 하락 등 원자재 가격 하락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예외 없이 부진에 빠졌다. 중국 시장의 경우 경기가 부진하고 소형 SUV를 중심으로 현지 업체들의 경쟁력이 일취월장하면서 점유율을 뺏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2분기 실적은 1분기에 비해서는 호전될 것으로 전망됐다.
송선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2분기부터 중국에서 현대 아반떼, 기아 스포티지 신차효과가 본격화되고, 기아차 멕시코 공장 가동이 시작된다는 점에서 부진이 다소 개선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노현 기자 / 김태준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