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투표용지 인쇄 돌입…막판 단일화 있더라도 효과 못볼듯
입력 2016-04-04 17:09 

4일부터 총선 투표용지 인쇄가 시작되면서 사실상 야권연대가 물건너가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20대 총선은 역대 그 어느 선거보다 다자구도로 치러지는 지역구가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20대 총선 253개 선거구 가운데 일여다야(一與多野), 다여일야(多與一野), 다여다야(多與多野) 등 다자구도로 치러지는 선거구는 무려 180곳(71%)에 달한다.
이같은 상황을 우려해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민주당 등 야권에서는 지역별로 야권연대 움직임이 지속돼 왔지만 심리적 마지노선인 4일이 지나면서 이같은 움직임은 주춤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론적으로 총선 직전인 12일까지도 야권후보 단일화가 가능하지만 투표용지에는 사퇴한 후보의 이름이 그대로 인쇄돼 효과가 반감되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2014년 7·30 재보선에서 정의당 노회찬 후보는 929표차로 새누리당 나경원 후보에게 패배했다. 그러나 막판 후보단일화로 사퇴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기동민 후보의 이름이 투표용지에 인쇄돼 있었고 기 후보에 기표해 무효표로 처리된 표가 1180표로 양 후보간 표차이보다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투표 용지 인쇄 후 단일화 효과가 크지 않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특히 122석의 의석이 걸린 수도권에서는 야권 후보 단일화 무산의 효과가 극대화 될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 122개 선거구중 104개 선거구에서 복수의 야권 후보가 경합을 벌이고 있어 새누리당 후보가 30%대의 득표율로 신승하는 지역도 상당수 나타날 전망이다.
정장선 더민주 총선기획단장은 앞으로 김종인 대표 등 지도부는 수도권 선거에 집중할 계획”이라며 수도권 50개 지역 이상이 새누리당과 더민주, 국민의당 등 3자구도로 치러지고 있고 여야 초박빙 상황이기 때문에 수도권 선거에 모든 당력을 집중해 좋은 선거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야권 후보들의 지지율 합산이 새누리당 후보의 지지율을 넘어서지만 야권 분열로 새누리당 후보가 1위를 달리고 있는 지역이 속출하고 있다. 서울 강북구갑, 마포구을, 강서구갑 등 전통적 야권 강세 지역에서도 이같은 지역이 많다. 수도권에서 최대 50여개 지역구에서 야권 후보 지지율을 합산하면 새누리당의 1위 후보와 격차가 오차범위 내로 들어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민주는 마지막까지 후보자간 단일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지만 당 차원에서는 더 이상 야권연대를 언급하지 않을 방침이다. 대신 유권자들의 사표 방지 심리에 기댄 투표를 통한 단일화에 기대를 걸고 있다. 문재인 전 대표는 3일 서울 지역 유세에서 지금 판세를 보더라도 국민의당과 우리가 단일화만 하면 판세를 역전해 당선시킬 수 있는 곳이 20곳”이라면서 야권 연대 무산 분위기에 아쉬움을 표했다. 이어서 문 대표는 만약에 단일화가 되지 않으면 이제 유권자들이 될 수 있는 후보들에게 몰아 줘야 한다”며 갈수록 유권자들께서 전략적인 선택을 해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역대 선거에서도 유권자들의 사표 방지 심리로 인해 제3정당 후보가 여론조사 지지율만큼 득표하지 못했던 사례가 많았다. 여론조사시에는 자신의 선호를 자유롭게 표현하던 유권자들도 결국 투표장에 들어가면 ‘될 사람 밀어주자는 심리에서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민의당의 경우 선거비용 보전 마지노선인 득표율 10% 달성이 가능해 보이는 후보들이 많아 마지막까지 득표율 제고에 사력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또 국민의당과 더민주 지지층의 성향과 세대가 엇갈리고 있어 사표방지를 위한 교차투표는 역대 선거보다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결국 국민의당과 정의당 후보 지지자 가운데 어느 정도가 더민주 후보에게 투표할 지, 이와는 반대로 당선 가능성과 관계없이 자신의 지지정당과 후보를 고수할 ‘충성심있는 유권자가 얼마나 나올지에 따라 수도권 선거의 향배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임성현 기자 / 박승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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