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정국에서 청년층의 존재감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4·13 총선에 참여할 유권자 4205만명 가운데 20대는 671만명(16%)으로 4년 전보다 비중이 0.5%포인트 더 낮아졌다. 투표율을 대입할 경우 선거에 미치는 영향력은 더 줄어든다.
지난 19대 총선에서 20대는 전체 유권자의 16.5%를 차지했지만 투표자 비중으로 보면 12.5%에 그쳤다. 반면 유권자의 20.7%를 점유한 60대 이상은 실제 투표자의 26.1%를 차지했다. 20대의 투표율이 가장 낮고, 60대 이상은 가장 높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다.
인구구조 변화와 세대별 투표율 격차가 맞물리면서 고령층은 ‘과대 대표되는 반면 청년층은 ‘과소 대표되는 기형적 현상이 고착화하고 있는 것이다.
20대의 무관심은 특히 국회의원 선거에서 두드러진다. 총선과 대선이 함께 치러진 2012년의 경우 20대의 대선 투표율은 68.5%였던 데 비해 총선에선 41.5%로 뚝 떨어졌다.
눈치 빠른 정치권이 이를 모를 리 없다.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의 청년 공약은 국제인턴·청년희망아카데미 확대 등 수혜자가 미미한 ‘양념 수준에 그쳤다. 더불어민주당은 청년 일자리 70만개, 공공기관 고용할당 확대, 국공립대 등록금 인하 등 장밋빛 일색이지만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 반면 고령층 공약은 여야 모두 훨씬 구체적이다.
기성 정당의 외면 속에 청년들의 정치 참여는 갈수록 부진하다. 이번 총선에 나선 비례대표 후보 158명 가운데 20대는 6명이지만 당선 안정권에선 이름을 찾아보기 어렵다. 지역구 출마자도 20명에 불과한데다 당선 가능성 역시 희박해 보인다. 정치 선진국 스웨덴의 구스타프 프리돌린 교육부장관이 19세에 의원이 됐고, 45세에 미국 하원 의장이 된 폴 라이언이 이미 의원 16년차인 것과 대조적이다.
독일의 언론학자인 엘리자베스 노엘레 노이만은 1972년 ‘침묵의 나선 이론을 제시했다. 1965년 서독 총선에서 선거 전 여론조사와 실제 투표 결과가 뒤집힌 현상을 분석한 이론이다. 선거 당일 투표권을 행사했던 소수가 선거 전 설문조사에서는 속내를 드러내지 않았다는 결론이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의 청년층은 침묵에서 벗어나 투표장으로 걸어나오지 않는다.
결국 청년층의 정치적 냉소주의가 스스로 대표성을 약화시키는 악순환을 가져오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정희 한국외대 교수는 20~30대가 70% 투표율을 보이면 정치권이 깜짝 놀랄 것”이라며 그래야 일자리 등 제대로 된 청년 공약이 쏟아져 나온다”고 말했다.
[신헌철 기자 / 전정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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