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의 텃밭으로 분류되는 부산·경남(PK)이지만 낙동강벨트만은 치열한 격전지로 불린다. 영남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세가 가장 큰 곳이 부산 북강서·사상·사하, 경남 김해·양산 등이기 때문이다. 지난 19대 총선에서도 문재인 의원, 조경태 의원, 민홍철 의원 등이 이 지역에서 뱃지를 달았다. 새누리당 당선자도 야권 후보와의 치열한 접전 끝에 승리한 곳이 대다수였다. 현역 의원인 박민식 새누리당 후보와 세번재 맞붙는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대표적이다. 18대 총선에서 전 후보는 박 후보에게 18.7% 포인트 차이로 패배했지만 19대에는 4.8% 포인트 차이까지 좁혔다. 그가 이번에 더욱 묵직한 바람을 몰고 왔다. 지난 3일 매일경제·MBN·리얼미터 공동 여론조사에서 전 후보(42.3%)는 박 후보(41.8%)를 근소하게 앞서는 이변을 연출했다. 이에 새누리당과 더민주는 자체 판세 분석에서 이곳을 ‘경합우세와 ‘경합으로 분류했다. 매일경제는 낙동강벨트에서 가장 치열한 부산 북강서갑의 두 후보들과 동행하며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봤다.
◆ 朴 ‘구포시장 월남댁이 아들 친근함 무기로 표밭 누벼
비가 오면 항상 우산이 되겠습니다. 우산이 되지 못하면 함께 비를 맞겠습니다” 박민식 새누리당 후보는 초선에 도전할 때 썼던 구호를 아직까지 새기고 있다며 발걸음을 뗐다. 봄비가 내리는 부산 구포시장에 도착한 박 후보는 자신의 말처럼 우산을 쓰지 않은 채 시장 상인들과 인사를 나눴다.
박 후보는 ‘익숙함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이 곳을 자주 방문한다는 박 후보는 일장연설보다 간단한 인사말로 표심에 도장을 찍었다. 그를 먼저 알아보고 손을 맞잡는 시장 상인들도 있어 유세는 점포마다 계속 이어졌다. 구포 시장에서 건어물 상점을 하는 김모씨(58)는 우산이 되겠다카는데 우산도 쓸 필요 없데이. 시장 지붕 올려준 게 박민식이 아이가”라며 민식씨가 애살있게(욕심있게) 일 잘한데이. 우리는 민식씨다”라고 엄지를 세웠다.
시장 유세를 끝낸 박 후보에게 지역 주민들에게 다가가는 전략을 물으니, 처음 출마했을 때 강조했던 구포시장 월남댁 아들로서 친근한 이미지를 쭉 이어가고 싶다”고 답했다. 그는 전 후보와의 세번째 맞대결에 대해서도 전쟁은 공성보다 수성이 어렵지만 박빙으로 생각하고 열심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유세에는 김무성 새누리당 공동선대위원장과 김정훈·하태경·김도읍 의원 등 부산 현역들이 지원사격에 나서기도 했다. 특히 김 대표는 박민식을 3선 의원, 국회 예결위원장으로 만들어서 북구 팔자한번 고쳐 봅시다”며 박 후보를 응원했다.
◆ 田 ‘3번 떨어져도 북강서 우직함으로 바람몰이
표 중에 가장 가치있는 표는 동정표다.” 전재수 더민주 후보는 뜻밖의 말로 전략을 밝혔다. 전 후보는 이 지역에서만 세번 떨어졌는데 지역 주민들이 ‘기가 찰 정도로 우직하다며 혀를 내두른다”며 당도 옮긴 적도 없고 지지율도 들쭉날쭉한 게 아니라 꾸준히 오르면서 이번에는 ‘아 임마 되겠네하는 바람이 있다”고 덧붙였다.
전 후보의 유세활동은 ‘마라톤과 같았다. 그는 이날 수행비서 한 명만 대동하고 구포시장 전역을 누볐다. 전 후보는 하루에 12시간씩 지역구 끝에서 끝까지 걸어다닌다”며 선거 때마다 명함만 평균 20만장 돌리는데, 다른 후보들보다 명함을 4배 정도는 더 쓰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12년 동안 도전해온 만큼 지역 주민들의 응원에는 진심이 묻어났다. 전 후보는 2006년 부산 북구청장에 도전해 고배를 마신 후 18대 총선에 이어 19대 총선까지 낙선한 ‘선거 4수생이다. 이갑산 씨(78)는 유세 다니다가 배고프면 칼국수 집에 내 이름이라도 달고 끼니 챙겨 먹어라”며 아는 참 괜찮은데 이제 마 일 좀 시키줄 때 안됐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산 = 유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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