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한국 금융투자업계, AI발 패러다임 변화 시작
입력 2016-04-03 18:48 

인공지능(AI)과 생명공학 등 기술 발전으로 앞으로 5년간 전세계 주요 15개국에서 500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입니다.”
올해 초 세계경제포럼(WEF)가 공개한 ‘일자리의 미래 보고서의 핵심내용이다. 앞서 2013년 영국 옥스포드대의 연구결과 역시 앞으로 20년 안에 스포츠심판, 운전기사 등 직업이 로봇으로 대체돼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금융권도 예외는 아니다. 이미 미국에선 로봇 애널리스트, 로봇 펀드매니저가 점차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인공지능과 금융투자의 만남은 이제 겨우 걸음마 단계다. 올들어 증권·운용사는 물론 은행·보험사까지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그러나 투자자 입장에선 ‘인공지능 투자가 믿을 만한 지에 대해 의문의 여지가 많이 남아있는 상황이다. 매일경제가 주최하는 ‘로보어드바이저 투자대회는 인공지능 자산관리를 검증하는 계기를 마련하는데 목적이 있다. 이를통해 투자자들에겐 인공지능 자산관리에 대한 올바른 인식 기회를 제공하는 한편 미래 신성장 먹거리로서 핀테크 산업의 발전에도 밑거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금융투자 AI로 패러다임 시프트= 미국 뉴욕타임스는 지난 2월 말 세계 최대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켄쇼 프로그램을 한면에 걸쳐 다루면서 로봇이 월스트리트를 침공했다”고 보도했다.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빠르게 대체하고 있으며 금융투자와 같은 전문직 분야에서도 예외는 아니라는 것이다. 켄쇼는 기업 실적과 주요 경제수치, 주가의 움직임 등 방대한 금융데이터를 분석해 투자자들의 질문에 답을 주는 프로그램으로서 사실상 증권사 애널리스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펀드매니저 영역은 이보다 더 빠르게 로봇에 잠식되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인 AT커니와 크레디트스위스에 따르면 미국 상위 11개 업체의 로보어드바이저 자산관리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510억달러(58조원)에서 오는 2020년에는 미국 내 투자금액의 6%인 약 2조달러(2300조원)로 40배 가까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이 지난해 8월 로보업체 ‘퓨처어드바이저를 인수한데 이어 미국 2위 운용사 피델리티자산운용도 ‘피델리티 고 란 이름의 로보어드바이저를 자체 개발했다. 선진국에선 펀드매니저와 애널리스트로 대표되는 금융 전문직 인력이 이미 상당부분 로봇으로 대체가 시작된 것이다. 씨티그룹은 지난달 30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유럽과 미국의 은행들이 핀테크 기업에 시장을 잠식당하면서 앞으로 10년간 현재 인력의 30% 이상인 170만명을 감원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실전투자대회 어떻게 진행하나= 이번 주식 실전투자대회는 오는 8일부터 10월 7일까지 6개월에 걸쳐 진행한다. 지난달 중순 진행된 참가자 모집에 6~7개 로보어드바이저 업체가 응모했다. 이 가운데 로봇 자산관리 알고리즘이 비교적 제대로 갖춰진 삼성증권 쿼크투자자문 위즈도메인 등 3개사를 AI 대표 참여업체로 선정했다. 이번 대회는 모의가 아닌 실전투자로 진행된다. 참가 업체는 각사별로 10억원씩을 로보어드바이저를 통해 운용할 예정이다. 수익률 검증 및 공표는 에프앤가이드와 신한금융투자가 각각 맡는다.
성과평가 기준인 벤치마크는 코스피200지수다. 코스피200지수 대비 초과수익률과 위험조정수익률(샤프지수·Sharpe ratio)을 함께 평가한다. 투자대회인 만큼 수익률이 주요 잣대가 될 수밖에 없지만 시장 변동성 대비 얼마나 안정적으로 성과를 냈느냐도 중요한 평가항목 중 하나라는 얘기다. 여기에 참여업체가 미리 정한 목표수익률도 보조지표로 평가에 반영할 예정이다. 로보어드바이저의 목적이 단순히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개인별 투자성향에 따라 원하는 수익률을 맞춰내느냐 여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종합점수에서 최우수 성적을 낸 업체에는 대회가 끝나는 10월 중순께 별도로 시상도 할 계획이다.
◆AI와 금융투자의 미래 제시= 매경은 로보어드바이저의 개념을 정의하고 미래 발전 방향을 제시할 자문단도 구성했다. 이미 10년 전부터 존재했던 퀀트 펀드나 시스템 트레이딩과 로보어드바이저의 차이가 불분명해 혼란스럽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학계에서 로보 분야 최고 전문가로 손꼽히는 문병로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를 필두로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김군호 에프앤가이드 대표, 김철배 금융투자협회 전무 등이 자문단에 참여했다.
대회기간 참가업체 및 인간 대표들의 일별 수익률 현황은 이달 하순부터 매경인터넷과 신한금융투자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수 있다. 매일경제는 매주 또는 격주 단위로 참가업체별 주요 투자 업종과 종목, 스타일 등 포트폴리오를 분석해 투자자들에 판단에 도움을 줄 예정이다. 박진환 한국투신운용 마케팅기획본부장은 알파고와 이세돌 대결을 계기로 마케팅 측면에서 너도나도 로봇을 내세우고 있다”며 로봇을 금융산업에 잘 활용해 투자자들에게 진정으로 도움이 되려면 개념 정의를 제대로 하고 옥석을 가리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재원 기자 / 채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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