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한국사업 줄이는 외국계운용사
입력 2016-04-03 17:31  | 수정 2016-04-03 22:32
외국계 자산운용사들이 잇달아 인력 감축에 나서고 있다. 펀드 성과의 장기적 부진이 자금 이탈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자 구조조정을 통해 몸집 줄이기에 나서는 모양새다. 자산운용 업계에 따르면 JP모간운용은 최근 지원 인력을 포함한 자사 임직원 5명에 대해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전 직원이 40명이 채 안 되는 것을 감안하면 10% 이상 인원을 줄인 것이다. 현재 펀드를 운용 중인 5명의 운용인력(펀드매니저)은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JP모간자산운용은 미국 최대 은행 JP모건체이스의 자회사다. 미국에서의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2007년 국내 시장에 발을 내디뎠다. 외국계 증권사 출신인 차승훈 씨가 10년째 대표이사직을 맡고 있는 JP모간자산운용은 진출 초기만 해도 국내 시장에 생소했던 브릭스(BRICs)를 중심으로 한 다양한 신흥국 펀드와 원자재 펀드를 선보였다. 특히 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JP모간코리아트러스트'는 한때 설정액 5000억원을 웃돌며 투자자들의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JP모간자산운용은 주요 투자 대상인 신흥시장의 침체와 이에 따른 펀드 자금 이탈로 몇 년 전부터 위기설에 시달려왔다. 실제로 국내에서 운용 중인 간판 펀드들의 성과는 매우 부진하다. 'JP모간러시아'(설정액 4600억원)의 3년과 5년 수익률은 각각 -30%와 -47.64%며 'JP모간천연자원'(1800억원)의 경우 5년 수익률이 -72%까지 떨어진 상태다. 'JP모간코리아트러스트'와 'JP모간단기하이일드'에서만 최근 1년 사이 각각 1720억원과 2290억원이 빠져나가는 등 지난해 순유출액만 5000억원이 넘었다. 지난해 4300억원가량의 수탁액이 줄어든 프랭클린템플턴자산운용도 인력 구조조정, 새로운 상품 개발 등 다양한 방법으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프랭클린템플턴자산운용은 각 부서 다양한 직급에서 인력을 축소할 계획이며, 특히 한국채권 부문 책임운용역도 정리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프랭클린템플턴자산운용은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한 국내 투자 비중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 부분에서의 인력 축소로 인해 앞으로 행보가 주목된다.
국내에서 활동 중인 대형 외국계 자산운용사들의 전반적인 실적 부진이 몇 년째 지속되고 있다. 2012년 말 5조2531억원의 수탁액을 올렸던 슈로더자산운용은 지난해 말 수탁액이 2조2444억원까지 줄어들면서 3년 만에 운용자금이 반 토막 났다. 피델리티자산운용도 2012년 말 2조2775억원의 수탁액을 기록했으나 올해 들어서는 1조5488억원까지 떨어지면서 4년 만에 30%가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피델리티자산운용은 지난해 9월 전체 직원(42명)의 14%에 해당하는 6명을 구조조정했다. 맥쿼리, 얼라이언스번스틴 등 중소형 외국계 자산운용사들은 수탁액이 1조원 밑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는 "국내에서 연기금, 대형 은행 등 기관 영업을 위주로 하고 있는 외국계 자산운용사들은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마진이 박해지자 한국 시장을 포기하는 곳도 생겨나고 있다"며 "글로벌 운용사들 기준에서 보면 한국 시장은 그다지 큰 시장이 아니기 때문에 구조조정도 쉬운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예경 기자 / 이용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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