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M+개그人] 개그맨들의 방송사 이동, 결코 ‘배신’이 아니다
입력 2016-04-03 14:43 
사진제공=코미디빅리그
우리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이들을 만나봅니다. ‘멋있음 대신 ‘웃음을 택한 용기 있는 자들이 꿈꾸는 코미디는 어떤 모습일까요? 웃음 뒤에 가려진 이들의 열정과 고통, 비전에 귀를 기울이는 시간입니다. <편집자 주>


[MBN스타 유지혜 기자] 개그맨들의 방송사 이동 소식이 속속 들려오는 요즘이다. 이들이 타 방송사 무대에 서는 이유는 무엇일까.

3일 오전 tvN ‘코미디 빅리그 측은 허안나, 김영희, 이상구가 ‘코미디 빅리그(이하 ‘코빅)에 출격한다”고 알렸다. 이들은 2016년 2쿼터에 새 코너를 들고 찾아온다. 김영희는 ‘시그날, 허안나와 이상구는 ‘로 to the 봇으로 컴백하는데, ‘개그콘서트 출신의 이들이 ‘코빅에 오르는 건 처음이다.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이하 ‘웃찾사)에도 이동 소식이 들렸다. KBS 공채 출신으로 ‘개그콘서트에서 오래 활동했던 황현희가 ‘웃찾사에 새 코너 ‘덕후월드를 열고 안착한 데에 이어 MBC 공채 출신인 손헌수, 맹승지가 합류해 각자 새 코너에 합류했다.



사실 개그맨들의 방송사 이동은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MBC 라디오로 데뷔한 김미화는 KBS에서 개그우먼으로 이름을 알렸고, KBS에서 활동했던 강성범은 지금 SBS ‘웃찾사의 제일 큰 선배가 됐다. SBS 출신인 김준호는 KBS2 ‘개그콘서트를 통해 지금의 자리를 잡아 개그페스티벌을 열 정도로 대선배가 됐다.

최근 개그맨들의 방송사 이동이 주목받게 된 이유는 시간이 지날수록 견고하게 자리잡은 방송사 공채 개그맨 제도 덕분이다. 개그맨들에게 ‘개콘 출신 혹은 ‘웃찾사 출신 등의 수식어가 붙을 만큼 프로그램의 정체성이 강해졌다는 뜻이다. 이에 해당되지 않는 유일한 프로그램이 ‘코빅으로 ‘코빅은 기성 개그맨들이 뭉쳐 프로그램을 시작한 것이기 때문에 개그맨들의 아이덴티티가 프로그램의 그것보다 더 강해서 생긴 이례적인 경우다.

워낙 ‘개콘 혹은 ‘웃찾사 출신이라는 수식어가 강력하기 때문에 간혹 개그맨들의 프로그램 이동 자체가 화제가 되기도 한다. 최근 개콘‘ 출신의 개그맨들이 웃찾사‘ 혹은 코빅‘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아 일각에서는 개콘‘의 위기를 단적으로 보이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기도 했다.

사진제공=웃찾사


지금은 ‘개콘 출신의 개그맨들이 다른 프로그램에 진출하는 경우가 많지만 불과 2014년만 해도 타 방송사 개그맨들이 ‘개콘에 몰려들었다. 당시 신입 공채 경쟁률이 150대 1이었는데, SBS 공채 출신으로 8년차 개그우먼이었던 김승혜, SBS 공채 출신 3년차 개그우먼 이현정, tvN ‘코빅 출신 2년차 임종혁이 ‘신입 개그맨으로 KBS에 입사하기도 했다.

이는 오랜 기간 동안 개그 무대를 꾸준히 보여줬던 ‘개콘이 안정화된 시스템 속에서 개그맨들을 스타로 길러내는 것을 여러 차례 입증했기 때문에 빚어진 ‘쏠림 현상이었다. 최근 ‘개콘 출신들의 타 방송사 진출이 많은 것처럼 느끼는 것도, ‘개콘에서 안정적인 시스템을 통해 수많은 개그맨들을 배출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더 많아보이는 것뿐이라는 시각이 있을 정도다.

개그맨들은 이런 ‘00출신이 다른 곳을 간다라는 말에 큰 부담을 느낀다고. 실제로 개그맨들은 방송사를 넘어 ‘개그맨이라는 이름 아래에서 하나로 뭉치는데, 자꾸만 외부에서 프로그램 별로 개그맨들을 나누니 그 시선이 부담스럽다는 심경을 밝혔다.

최근 열린 ‘한국PD대상에서 코미디언 부문을 수상한 유민상은 사실 개그맨 친구들은 ‘코빅이든 ‘개콘이든 ‘웃찾사든 서로 다 응원하고 친구처럼 지내고 있다. 지금 MBC 개그맨 친구들이 놀고 있다. 조속한 시일 내에 MBC에 코미디 프로그램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방송사 상관없이 개그에 대한 열정은 모두 같다고 설명했다.

사진제공=개그콘서트


MBC 출신인 손헌수는 MBC 개그 프로 폐지 이후 개그 무대를 찾다가 ‘웃찾사로 영입된 경우다. 손헌수는 ‘웃찾사 출연에 대해 본의 아닌 긴 휴식 시간 동안 나를 되돌아보고 많은 것을 생각하면서 개그에 대한 갈증과 무대에 대한 그리움이 컸다”고 말하며 개그 무대에 대한 그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황현희는 오히려 이런 타 방송사의 개그맨 영입이 더 자유로워져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황현희는 제가 ‘웃찾사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저로 인해 시청률이 조금이라도 올라간다면 각 방송사에서 후배들의 영입 경쟁이 이뤄질 것 같다”며 ‘영입 경쟁을 통해 개그맨들이 더욱 좋은 대우를 받고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들의 ‘이유 있는 이동을 ‘배신이라고 하기 어려운 이유다. 아직도 신입 공채 경쟁률이 100대 1을 기록할 만큼 ‘개그맨들의 둥지로 여겨지는 ‘개콘이나 공격적으로 새로운 인물들을 영입해 안정적인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란 ‘웃찾사, 기성 개그맨들의 ‘경쟁을 통해 질 높은 웃음을 선사하겠다는 ‘코빅의 특성에 맞게 개그맨들이 서로를 추천하기도, 자신의 색깔이 잘 맞는 곳을 찾아가기도 하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개그맨들을 그룹지어 바라보는 것도 개그맨들이 아닌 외부의 시선일 뿐이다.


◇ 선배들이 오고 나서 훨씬 분위기가 좋아졌어요.”

오히려 최근에는 이런 활발한 이동 덕분에 개그계가 전반적으로 활기를 띄게 됐다. ‘웃찾사 관계자는 황현희, 손헌수 등이 들어온 뒤 더 서로가 ‘으쌰으쌰하는 게 있다. 분위기가 훨씬 활기차졌다”고 말했다. ‘코빅으로의 ‘개콘 개그맨들의 영입 또한 화제가 되면서 ‘흥미진진한 대결 구도가 형성돼 시청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침체된 개그계가 조금씩 활기를 되찾아가고 있는 셈이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