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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의 ‘꼭!’ 공연]‘헤드윅’, 전설은 계속되어야 한다
입력 2016-04-01 17:18  | 수정 2016-04-05 17:37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
아리스토파네스의 신화에 따르면, 오래전 우리는 남자와 여자로 갈라지기 전 하나의 쌍으로 이루어진 완성체였다고 한다. 세 가지의 성이 있었던 셈인데, 즉 소년과 소년이 하나로 붙어있는 ‘태양의 아이들과 소녀와 소녀가 붙어있는 ‘땅의 아이들, 그리고 소년과 소녀가 하나로 붙어있는 ‘달의 아이들이 있었단다.
하지만 완성체로 당당하게 살아가는 인간의 능력에 위협을 느낀 제우스 신이 번개로 그들을 둘로 갈라 내 버렸고. 서로 떨어지게 된 인간들은 자신의 반쪽을 찾아 완성된 하나를 이루기 위해 끝없는 열망을 지니게 됐다. 그것이 바로 사랑. 그래서 신화에서 사랑은 잃어버린 반족과 다시 결합해 오래전 그 행복한 상태로 다시 돌아가려는 열망으로 묘사되고 있다.
나를 기억해 두 개로 갈라진 후, 너는 나를 보고 나는 너를 봤어 널, 알 것 같은 그 모습 왜 기억할 수 없을까…오랜 옛날 춥고 어두운 어느 밤, 신들이 내린 잔인한 운명. 그건 슬픈-얘기 반쪽 되어 외로워진 우리 그 얘기 -THE ORIGIN OF LOVE 중에서”
‘헤드윅이라는 인물은 이 같은 사랑 혹은 하나됨(wholeness)을 끊임없이 갈망하는 인물이다. 파란만장한 그의 인생역정은 ‘사랑의 기원으로 되돌아가려는 기나긴 여정이다. 어린 시절 아버지로부터 수차례 성폭력을 당했고, 상처와 가난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트랜스젠더가 됐다. 정체성과 맞바꾼 도피였지만, 미군이었던 첫 남편에게서 버림받고, 진정한 사랑이라고 믿었던 이마저 그에게 등을 돌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여전히 사랑을 부르짖는다. 웃고 또 울며, 절규하고 농을 던지면서도 ‘헤드윅을 에워싸고 있는 테마는 오로지 ‘사랑이다. 그리고 그 믿음은 그를 진정 자유롭게 만든다.
남김없이 모든 걸 주고 따뜻한 온기를 불어, 차가운 도시를 녹인 아름다운 너, 이제는 받아들여 보아요 당신 존재의 이유를, 두려워 말고 건너요 -WICKED LITTLE TOWN [REPRISE] 중에서..”
‘사랑에도 자격이 있는 걸까? ‘헤드윅을 보는 내내 머릿속엔 원초적인 질문들로 가득 해진다. 그인지 그녀인지 정확히 칭할 수 없지만, ‘헤드윅의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그 정의가 얼마나 의미 없는 것인지를 깨닫게 한다. 그리고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님을, 선입견이 가진 무시무시한 폭력을 알게 된다.
운명이 널 시험해도 힘들어하지 말고 헤쳐 나가길, 미움과 증오에 지쳐 원망과 좌절에 빠져 뜨겁고 차가운 바람 세차게 몰아쳐, 길잃고 해매는 당신 따라와 나의 속삭임 -WICKED LITTLE TOWN 중에서..”
매번 뮤지컬 ‘헤드윅이 공연될 때마다, 관객들이 미친 환호를 부르는 건 이 때문이다. 비단 스타 캐스팅이나 화려한 퍼포먼스 덕이 아니다. 겉은 화려하지만 꽉 찬 속. ‘헤드윅의 몸짓, 이야기는 자극적이고 때론 우스꽝스럽기까지 하지만 그 이면에는 원초적이고 근원적인 심오한 메시지가 있다. 그 어떤 자격도, 경계도 있어서는 안 될 ‘사랑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헤드윅은 자신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통해 있는 그대로의 영혼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1994년 뉴욕에서 시작된 ‘헤드윅 신드롬이 나라와 시대, 성별 그리고 연령을 불문하고 지금까지 오랜 시간 사랑받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가 겪었던, 혹은 지금도 겪고 있는 ‘동-서(남-북)의 분리, 억압-자유의 분리, 남-여의 분리, 이성애자-동성애자의 분리, 나-너의 분리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 그 반쪽을 찾아 나서 이해하고 결국 하나 되어가는 과정이 우리의 인생이 아닐는지.
한편, 국내에서 ‘헤드윅은 2005년 서울 초연을 시작으로 10주년 공연까지, 총 9번의 시즌이 성공적으로 공연됐다. 국내 중소극장 공연 역사상 최고의 객석점유율과 최다 누적 관객 동원하는 등 소극장 뮤지컬의 신화로 불리고 있다. 올해에는 특별히 뉴욕 오리지널 프로덕션의 브로드웨이 공연에 발맞추어 ‘뉴 메이크업이라는 부제로 새단장을 마쳤다.
조승우 윤도현 조정석 변요한 정문성이 출연,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5월 29일까지 공연된다.
kiki2022@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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