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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정지우의 `4등`, 우리가 알던 `은교` 감독이 아니다
입력 2016-04-01 17:15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수영장에서 레인을 그으면 경쟁에서 이겨야 하는 것만 남는다. 하지만 레인을 걷으니 수영장이 목욕탕 같기도 하고, 다른 환경이 만들어지더라. 우리 사회를 통으로 바꿀 순 없겠지만 사회의 레인을 걷어 조금만 행복한 판단의 고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
정지우 감독이 1일 오후 서울 용산CGV에서 열린 영화 '4등' 언론시사회에서 이같이 연출의 변을 밝혔다. 영화 '해피 엔드'와 '은교'로 파격적인 이야기를 했던 것과는 달리 우리 현실을 절묘하게 꼬집어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4등'은 재능은 있지만 만년 4등인 선수 준호(유재상)가 1등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하는 엄마(이항나)로 인해 새로운 수영 코치 광수(박해준)를 만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국가인권위원회가 기획하고 제작한 작품이라 따분하고 지루할 거라는 생각을 들게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자식을 가진 부모의 마음이 고스란히 들어있는 동시에 웃음과 재미 등 상업적인 요소도 충분하다.
특히 캐릭터들이 너무나 현실적이라 눈길을 사로잡는다. 경쟁사회에서 자식을 1등 하게 하려 아등바등하는 엄마, 또 엄마의 등쌀에 여기저기 불려 다니는 아이들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나 혹은 너, 또는 주변 엄마들의 모습 그대로다.
정 감독은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제안을 받고 많은 체육인을 인터뷰하는 과정에서 이 이야기로 정돈됐다"며 "4등은 한국사회에서는 완벽한 실패자로 인식된다. 그 실패자가 포기하면 마음 편한데 사실 4등은 승리나 금메달이 손끝에 왔다 갔다 하는 마음이 있어 얼른 포기 못 하는 것 같다. 안타까운 경계에 있는 느낌을 구현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상업영화를 하면 마음대로 못하는 면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마음껏 만들어 보고 싶었다"는 정 감독은 수영을 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기록이 좋게 나오지 않은 선수가 물속에서 울면서 헤엄치는 모습 등을 제대로 그려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어느 정도 충족한 것 같다"고 만족해했다.
실제 아이를 키우고 있는 배우 이항나는 "이땅에 살아가는 사람들이 생존에 큰 불안을 느낀다는 것을 많이 생각했다"며 "이 영화를 하기 전에는 '엄마들이 왜 아이들을 못살게 굴까'라는 생각을 했는데 참여하고 나서 '엄마들만의 잘못은 아닌 것 같았다. 엄마들만의 책임으로 돌리기에는 우리 사회의 많은 문제가 얽혀 있다"고 짚었다.
정 감독은 "폭력을 둘러싼 인물 관계에서 일방적인 가해자와 피해자만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며 "가해자, 피해자가 한사람 몸 안에 들어있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다. 준호를 제외한 어른들은 모두 문제가 있다. 하지만 결함이 있는 사람들이 악하다거나 나빠서라기보다 우리가 사는 사회에서 일정부문 결함을 갖고 있지 않으면 버틸 수 없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만들어진 캐릭터가 특히 광수와 엄마"라고 강조했다.
박해준이 국가대표 천재 수영 선수였으나 구타로 인해 수영을 포기한 비운의 코치 광수를 연기했다. 준호를 1등으로 만들기 위해 과거의 아픈 경험이 있음에도 아이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등 종잡을 수 없이 괴팍한 모습을 선보인다. 박해준의 새로운 모습도 팬들에게 즐거움을 전할 전망이다. 13일 개봉 예정.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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