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총선 비용분석 ‘선관위 신고 못하는 뭉칫돈 숭숭 나가네’
입력 2016-04-01 14:02 

4.13 총선 문턱을 넘는 국회의원 300명의 옷깃에 달릴 금배지. 가격 3만 5000원이다. 값싼 금도금 배지에 불과하지만 아무나 달고 다닐 수 없다. 이 금배지를 달기 위해 4년마다 수천명의 정치 신인들이 여의도를 기웃거린다. 20대 총선 전체 253개 지역구에 출마한 후보자는 모두 944명. 경쟁률은 3.73대1이다. 예비후보까지 포함하면 1465명에 달한다.
이들은 본선 무대를 밟기도 전에 경선비로만 보통 2~3억원을 쓴다. 물론 이기든 지든 돌려받지 못하는 돈이다. 경선비는 한도가 없다. 주로 여론조사로 승자를 결정하기 때문에 정치신인들에게 불리한 싸움이다. 돈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 ‘유전당선, 무전탈락이 허튼 말이 아니다. 본선에 오르면 선거구마다 정해진 법정 선거비용 한도에서 써야 하는데 평균 1억 7800만원이다. 뒷돈으로 지지자를 확보하는 일도 끊이질 않는다. 정치권 관계자는 시골에선 총선 뿐만 아니라 시·군·구의원 선거다 조합장 선거다 해서 선거가 끊이질 않는다”며 아예 이사람을 써야 선거에 이긴다고 하는 톱클래스 선거꾼까지 있다”고 전했다.
더불어민주당 서울 지역 경선에 도전했던 박석진(가명) 후보는 지난해 4월부터 표밭을 다져왔다. 최근 경선에서 떨어지고 선관위에 제출할 선거비용 지출내역서를 작성하면서 착잡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박 후보는 돈은 돈대로 쓰면서 선거에 뛰어들었는데 남은건 영수증 밖에 없다”며 다음 4년을 기약해야 할지 접어야 할지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박 후보는 예비후보 등록때 선관위에 300만원을 냈다. 당에도 등록비로 200만원을 내고 여론조사를 명목으로 경선 참여비용 1500만원까지 써야했다. 본격적으로 선거운동에 나서면서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만 갔다. 명함, 팸플릿 등 홍보물 제작과 발송 비용만 3000만원이 넘게 들었다.

현재 스코어를 알아야 선거 전략을 짤 수 있다. 이때문에 자체 여론조사는 필수다. 박 후보는 신뢰도가 떨어지는데도 불구하고 ARS 여론조사를 활용했다. 돈이 없어서다. 그럼에도 ARS 여론조사비만 1000만원 넘게 나왔다.
사무실 임대료와 직원들 월급과 같은 고정비도 큰 부담이다. 박 후보는 82.6㎡ 짜리 사무실을 6개월간 임대했다. 월 250만원씩 깔세로 총 1500만원을 냈다. 이 지역구는 유급 행정직원을 3명까지 둘 수 있다. 한사람당 200만원씩 5개월간 3000만원이 들었다. 여기까진 선관위에 사후 신고하는 지출 내역이다.
박 후보는 사실 선관위에 제출하는 비용만으로는 경선을 치를 수 없다”며 법적으로 허용된 직원 외에 별도의 운동원을 쓸 수밖에 없고 이들에게 용돈이라도 쥐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유권자들에게 식사 대접은 불법이지만 곧이 곧대로 따르는 후보들은 없다는게 박 씨의 주장이다. 운동원 유지비와 식사비만으로 박 씨는 수천만원을 썼다고 털어놨다.
본선과 달리 예선격인 당내 경선에는 선기비용 한도가 없다. 한정된 유권자를 대상으로 하는 당내 경선인 만큼 조직 동원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물론 실탄은 돈이다. 경선은 각 당에서 진행하기 때문에 선거법으로 보전해줄 길도 없어 떨어지면 생돈만 날린다.
1억원으로는 어림도 없어요. 2~3억 넘게 쓰고 떨어지는 후보가 수두룩해요.”
경북지역 새누리당 경선에 참가했던 이진호(가명) 후보는 한숨부터 내쉬었다. 이 후보는 당내 경선에 참여하면서 당에 2000만원을 냈다. 홍보 문자 발송에 4000만원, 자체 여론조사 비용으로 2000만원을 썼다. 홍보물 제작에 1000만원 가까이 들었다. 사무실 임대료, 인건비 등 다 포함하면 2억원 넘게 썼다. 결선까지 진출했다가 떨어졌으면 추가로 당에 1500~1700만원을 냈어야 했는데 그걸 위안으로 삼아야할지 쓴웃음이 나온다. 이 후보는 당에 내는 돈만 수천만원인데 실제 사용내역은 알길이 없다”며 당이 남겨먹는 돈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본선에 뛰어들면 경선 비용 이상의 돈이 들어간다. 공식 선거운동 기간은 2주다. 지난달 31일 자정부터 4월 12일 자정까지다. 일단 선관위에 공식 후보로 등록하기 위해선 1500만원을 또 내야 한다. 법정 선거비용은 지역구마다 다르지만 평균 1억 7800만원이다.
명함 찍고 현수막 내걸고 유세차량 빌리고 홍보물 돌리고. 모두 돈이다. 공식 선거운동 기간에는 일반 유권자도 후보자를 위한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전화·인터넷·문자메시지를 통한 지지 호소에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간다. 게다가 사무실 임대료, 지정 유세차 외 홍보차량 등 선거비용 한도액에 포함되지 않는 항목 등은 사실상 금액 제한이 없다. 돈을 쓴만큼 ‘표로 돌아올 것이라는 유혹을 당해내기 어렵다. 야권의 경우 야권연대가 현실화된다면 최종 후보를 확정하기 위한 여론조사 비용을 후보가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19대 총선때는 이긴 쪽이 60%, 패한 쪽이 40%를 나눠냈다.
물론 예선과 달리 본선 선거비용은 정부에서 전액 보전해준다. 단 투표결과 유효투표 총수의 15% 이상을 얻었을 때 얘기다. 득표율이 10~15%라면 절반만 돌려받을 수 있다. 10%도 못 얻었을 때는 한푼도 돌려받을 수 없다. 기탁금(1500만원) 역시 득표율에 따라 차등적으로 돌려받는다.
금배지의 벽은 높다. 4년마다 300명이 금배지를 달지만 반대로 수천명은 탈락의 고배를 마신다. ‘밑빠진 독에 물붓기처럼 선거자금을 쏟아부어야 하지만 금배지를 향해 뛰는 정치 신인들은 넘쳐난다. 4전 5기, 7전 8기도 수두룩하다. 무게 6g에 불과한 금배지, 이들에겐 결코 가볍지 않다.
[임성현 기자 / 문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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