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단독] 공공기관은 총선 몸살 중, 사장·감사 곳곳 비어 낙하산 우려
입력 2016-03-31 17:17 

최연혜 전 코레일 사장, 김석기 전 한국공항공사 사장 등 4·13총선 출마를 위해 공공기관장들이 줄줄이 사퇴한 가운데 이들 자리의 절반 가량이 아직 공석으로 비워져 있다. 이 때문에 총선 이후 ‘정피아(정치인+마피아) 위주의 낙하산 인사가 또다시 되풀이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과거 총선 사례에서 보듯 ‘험지에 출마해 낙선한 국회의원 후보자나 공천을 받지 못한 여당 출신 인사들을 위해 ‘제 식구 챙기기와 ‘보은 인사가 성행할 것이란 전망에서다.
지난달 31일 공공기관경영정보공개시스템(알리오)과 개별 기관에 따르면 4월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 임기 중 사퇴한 공공기관장은 모두 11명에 달한다. 지난달 14일 공직자 사퇴 마감일에 전격적으로 사임한 뒤 당선 안전권인 새누리당 비례대표 5번을 거머쥔 최 전 사장을 비롯해 김 전 사장(경주), 박완수 전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창원 의창구), 곽상도 전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대구 중남구) 등이 대표적이다. 청와대 대변인 출신인 김행 전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장(서울 중구)을 비롯해 김성회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경기 화성 병) , 이재인 한국보육진흥원장(임기만료 후 출마·강서 병), 장석일 한국건강증진개발원장(성남분당갑) 등도 출마를 이유로 사퇴했으나 본선 무대를 밟지 못하고 고배를 마셨다.
이 가운데 사회보장정보원, 정부법무공단,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연구원 등은 새 주인을 맞았고, 한국공항공사와 인천국제공항공사 등 공항을 책임지는 사령탑 자리도 수하물 대란 등 사고가 빈발하면서 최근 서둘러 채워졌다.
하지만 코레일을 비롯해 지역난방공사, 대한법률구조공단 등 5곳은 전임 사장들의 출마 이후 아직도 공석으로 남아있다. 여기에 새누리당 안흥렬 후보(강북을) 출마로 자리가 빈 한국전력 감사나, 지난 2월 호화출장 논란으로 사임한 방석호 국제방송교류재단(아리랑TV) 사장 등을 포함하면 공석인 공공기관 수장·감사·이사 자리는 최대 10곳에 달한다. 총선 후 이른바 ‘폴리 CEO를 위한 거대한 시장이 열릴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법률구조공단은 곽상도 전 이사장이 취임 9개월 만인 지난 해11월 퇴임한 이후 벌써 5개월 가까이 공석이다. 이미 공단 내부에서는 총선 후 낙하산 인사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지역난방공사도 지난해말 사임한 김성회 사장 후임 공모를 2월에야 간신히 시작했지만 적임자를 찾지 못해 조만간 재공모를 실시할 예정이다. 공사 측은 당장 재공모를 시작해도 총선 이후에야 접수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혀 낙하산 인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더욱이 ‘관피아 방지법으로 공직자들의 낙하산 투하가 차단되면서 비어있는 공공기관장 자리를 노리는 ‘정피아(정치인+마피아)들의 공세는 더욱 거세지는 분위기다.
이에 대해 이내영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피아들이) 선거 때만 되면 나가고 또 다른 사람을 찾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공공기관 비효율성이 쌓이고 있다”며 유권자들도 기관장 출신이라는 명함을 ‘스펙으로 보기보다는 업무 성과 등을 꼼꼼히 살펴 무책임한 태도를 심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기업 내부에서도 불만이 쌓이고 있다. 한 공기업 고위관계자는 정치권 출신 인사들이 공기업 경영은 제쳐둔 채 인맥 관리에만 돌아가다 선거판으로 돌아가는 회전문식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외치는 공공기관 개혁 구호는 공허한 메아리일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또한 선거 전에는 유력 후보들의 대거 이탈로 인해 공모 진행이 쉽지 않은데다, 선거 후에는 물밑 조율을 통해 낙하산 인사를 앉히기까지 상당시간 시일이 소요되면서 심각한 경영공백을 초래하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대표적인 예가 코레일이다.
정부 관계자는 코레일은 사실상 장관급 낙하산 인사가 오는 자리”라며 조직 내부 개혁과 철도 요금체계 개편 등 총선 이후 현안이 많은 코레일 사장직 공백이 길어질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정부 안팎에서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당장은 눈에 띄지 않지만 선거 이후 연말까지로 시계(視界)를 넓히면 낙하산 투하가 가능한 공공기관장 직은 최대 18곳에 달한다. 오는 6월 임기 만료되는 변종립 에너지공단 이사장을 시작으로 9월에는 한국수력원자력, 산업단지공단, 남동발전, 서부발전, 농어촌공사 등 7개 기관의 수장이 임기를 마친다.
특히 연말에는 한국마사회, 무역보험공사, 도로공사 등 굵직한 공공기관들이 새롭게 수장 인선에 나서야 해 낙하산 인사들간의 ‘A매치가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박영선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4월 기준 300개 공공기관장 가운데 정피아 비율은 13.4%(53명)에 달한다. 1년 전 12.1%보다 늘었다. 같은 기간 관료 출신 기관장 비율이 40.6%에서 29.7%까지 급락한 것과 대조된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이번 총선 이후 이런 경향은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며 정치권 스스로가 자정과 견제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전정홍 기자 / 김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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