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일제 강제노동 희생자 기릴 '평화 디딤돌' 전국에 놓인다
입력 2016-03-31 10:32 
평화 디딤돌/사진=연합뉴스
일제 강제노동 희생자 기릴 '평화 디딤돌' 전국에 놓인다



일제강점기 강제노동에 시달리다 숨진 조선인 희생자를 추모하는 상징물이 전국 곳곳에 설치될 예정입니다.

'평화디딤돌'이라는 이름의 이 상징물은 한국과 일본, 독일 등 3개국 민간단체의 협력으로 제작·설치됩니다.

이는 희생자의 고향 땅 길바닥에 놓여 일상공간에서 희생자를 추모하고 평화를 염원하는 취지에서 시작됐습니다.

㈔평화디딤돌은 다음 달 5일 한식을 맞아 일본의 ㈔동아시아시민네트워크와 함께 '평화디딤돌과 기억의 예술(The Art of Memory)' 행사를 연다고 31일 밝혔습니다.


㈔평화디딤돌과 ㈔동아시아시민네트워크는 지난해 추석 일본 홋카이도(北海道)로 끌려가 혹독한 노동에 시달리다 숨진 조선인 115명의 유골을 수습해 광복 70년 만에 3천㎞를 건너 한국으로 봉환한 한일 양국의 민간 단체입니다.

이번 행사는 크게 두 갈래로 진행됩니다.

일단 희생자의 이름, 출신지, 사망연월일 등을 동판에 새긴 '평화디딤돌'(Steppingstone for Peace)을 설치할 예정입니다.

이는 독일의 '슈톨페슈타인'(Stolpersteine·걸림돌)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놋쇠 재질의 걸림돌은 그 지역에 살다가 나치에 끌려가 강제노동수용소에서 죽어간 유대인과 독일인 사회주의자 등의 이름이 새겨져 그들이 마지막으로 살았던 거주지 보도블록에 설치됐습니다.

걸림돌이 발에 걸릴 때마다 억울한 희생자를 떠올리며 일상생활 공간에서 반인도적 전쟁 범죄에 희생된 이들을 추모하자는 의미입니다.

독일인 조각가 군터 뎀니히(Gunter Deming)씨가 1990년대 시작한 이 운동은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20여년 동안 독일과 유럽 전역에 5만 6천여개의 걸림돌이 설치됐습니다.

슈톨페슈타인/사진=연합뉴스


㈔평화디딤돌은 행사 첫날 지난해 봉환한 유골 중 서울에 본적지를 둔 5명의 평화디딤돌을 제작해 종로·영등포 등 길거리에 설치하고 이후 전국으로 확대할 예정입니다.

가로·세로 15㎝ 크기의 동판 재질 평화디딤돌은 옛 주한일본대사관 앞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을 제작한 조각가 김운경·김서경 부부가 만듭니다.

설치 작업에는 군터 뎀니히씨와 전쟁 희생 추모 조형물을 제작해온 일본 조각가 긴조 미노루(金城實)씨, 동아시아시민네트워크 도노히라 요시히코(殿平善彦) 대표도 참여합니다.

첫 행사 다음 날인 6일에는 서울 중구 성공회대성당에서 '기억과 예술' 국제 심포지엄도 개최합니다.

이 자리에는 한국, 일본, 독일에서 전쟁과 반인도적 범죄의 희생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는 대표적인 예술가들이 모여 자신의 작품을 소개할 예정입니다.

평화디딤돌 설치에 참여한 한국과 일본, 독일 조각가의 작품과 함께 작년 유골 봉환을 사진·영상으로 기록한 손승현씨 작품, 정태춘·박은옥 부부의 노래 '달아 높이곰(징용자 아리랑)' 등 조형예술·사진영상·음악 등이 소개됩니다.

정병호 ㈔평화디딤돌 대표는 "평화디딤돌은 숫자로만 기록된 희생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삶과 죽음의 기억을 일상 공간에서 불러일으키는 상징물"이라며 "오늘날 되살아나는 '증오의 정치'를 경계하고 미래의 평화를 염원하는 사람들의 양심을 일깨우는 '기억·진실·평화'의 상징물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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