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이 주도하던 ‘블록체인(blockchain) 시장에 새로운 강자가 나타났다.
러시아 이민자 출신의 스무살 대학중퇴자인 캐나다인 해커 비탈릭 부테린이 기존 블록체인 시스템을 개편해 만든 에테리움(Ethereum)이라는 가상통화 회사가 그 주인공이다. 캐나다 워털루 대학을 중퇴한 부테린은 에테리움 기술 개발로 IT분야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월드 테크놀로지 어워드를 수상했다. 일반적으로 데이터를 거래할 때 중앙집중형 서버에 기록을 보관하지만 블록체인은 거래 참가자 모두에게 거래내용을 공개하는 분산형 거래 방식을 취한다. 거래참여자들이 모두 분산형으로 블록체인 결제 방식을 활용하면 중개기관과 장부가 필요 없다. 거래가 발생할 때 시스템이 스스로 알아서 모든 사용자들의 거래내역을 대조하기 때문이다. 디지털 화폐 비트코인이 대표적인 블록체인 방식을 이용하는 가상통화다. 비트코인과 마찬가지로 에테리움도 이같은 블록체인에 기반한 가상통화다. 그러나 기존 블록체인은 모든 거래 정보가 하나의 긴 줄로 묶여져 있는 폐쇄적 구조여서 한번에 하나의 장부로만 활용될 수 밖에 없다. 반면 에테리움은 여러 개로 쪼개진 작은 블록체인들이 있고, 이를 다시 유기적으로 연결했기 때문에 결제수단외에 다용도 장부로 사용가능하다. 거래 시간도 기존 비트코인의 경우, 10분 걸리던 것을 에테리움에서는 10초 정도면 된다. 에테리움은 가상통화외에 현재 전자카지노·클라우드 시스템에도 이미 적용되고 있다.
비트코인 가치 하락과 해킹사태 등으로 고전하는 블록체인계에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른 에테리움이 주목받기 시작한 건 가상통화가치가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에테리움이 가상통화 서비스를 시작한 건 지난해 9월. 올초까지만해도 통화가치는 에테르(통화단위) 당 1달러에 불과했지만 최근 12달러까지 치솟았다. 현재 시중에 풀린 에테르의 총가치는 10억 달러 규모다. 기존 시장 지배자인 비트코인이 지난 2008년 시작해 8년에 걸쳐 60억 달러 가치를 만들어냈다는 점을 감안하면 성장 속도가 가파르다.
JP모건, 마이크로소프트(MS), IBM 등 글로벌 기업들도 차세대 블록체인 모델로 급부상한 에테리움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IBM은 사물인터넷(Iot)에, MS는 자사 컴퓨팅 클라우드 어주어(Azure)에 에테리움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 다만 뉴욕타임스는 에테리움 소프트웨어가 아주 복잡해서 비트코인보다 보안상 더 혼란스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며 금융감독 당국도 폰지 구조와 같은 잠재적인 사기 계약 때문에 에테리움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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