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킴스클럽 KKR에 매각한다지만…
입력 2016-03-28 17:44 
이랜드가 대형 슈퍼 킴스클럽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글로벌 사모투자펀드(PEF)인 KKR를 선정했다. 하지만 매각가격을 공개하지 않은 데다 뉴코아 강남점은 KKR를 비롯한 추가 원매자들과 별도 매각협상을 진행하겠다고 밝혀 '깜깜이 매각'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또 시장에서는 이랜드가 신용등급 강등을 피하기 위해 보여주기 식으로 서둘러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를 발표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28일 이랜드는 "킴스클럽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KKR를 선정했다"며 "온·오프라인 유통업을 주요 투자 대상으로 하는 KKR가 기존 투자 업체들과의 시너지 차원에서 킴스클럽 투자에 가장 적극적인 의사를 보여왔다"고 밝혔다. KKR는 전국 37개 킴스클럽 점포의 영업권과 물류시설 등 부대시설을 인수한다. KKR 인수 대상에서 최고 알짜로 꼽히는 뉴코아 강남점은 제외됐다. 지난주 시장에서 "이번 매각 대상에서 뉴코아 강남점이 빠진다"는 소문이 돌자 이랜드 측에서 적극 부인했는데 일주일 만에 말을 뒤집은 것이다.
이에 대해 이랜드 관계자는 "뉴코아 강남점을 아예 매각하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다"며 "KKR도 여전히 뉴코아 강남점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뉴코아 강남점에 대한 다른 원매자가 있는지 더 찾아본 뒤 별도로 매각협상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애초 강남점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롯데·신세계 등 대형 유통업체들과 협상을 더 해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랜드는 이번 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인 매각가격도 공개하지 않았다. 당초 이랜드는 킴스클럽 매각가격으로 1조원을 희망해왔다. 작년 말 신용평가사들이 이랜드월드와 이랜드리테일 신용등급을 줄줄이 하향 조정했을 당시에도 이랜드 측은 "킴스클럽 매각을 통해 1조원가량의 유동성이 추가로 공급되면 재무구조가 크게 개선될 것"이라며 투자자들을 안심시켰다.
하지만 이랜드 측 기대와 달리 신세계·롯데를 비롯한 대형 유통기업들 불참으로 킴스클럽 매각은 사실상 흥행에 실패했다는 평가다. KKR의 단독 응찰로 전략적투자자(SI)들 간 경쟁구도가 형성되지 못해 매각가격도 1조원보다 크게 낮아졌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관측이다.
한 투자은행(IB) 관계자는 "가격을 공개하지 않은 것은 예상보다 매각가격이 낮기 때문이 아니겠느냐"며 "당초 이랜드가 얘기했던 1조원이라는 가격도 킴스클럽 인수를 검토해 본 기업들 사이에서는 터무니없이 높은 숫자라는 얘기가 나왔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킴스클럽의 지난해 상각전영업이익(EBIDTA)을 700억~800억원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경우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적정 매각가는 7000억원 안팎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이랜드가 서둘러 우선협상대상자를 발표한 것에 대해 시장에서는 29일 한국신용평가가 이랜드에 대한 '크레딧 세미나'를 여는 것을 염두에 둔 조치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날 세미나에서 이랜드의 신용등급 분석·진단과 전망이 발표될 예정이어서 회사채 투자자들에게 이랜드 재무상태를 파악하는 중요한 잣대가 될 전망이다.
실제 최근 시장에서는 신용평가사들이 이랜드 계열사 신용등급을 한 단계 더 떨어뜨릴 수 있다는 관측이 흘러나왔다.
한국신용평가 이랜드그룹 담당 애널리스트는 최근 "올해 BBB등급이 요구하는 재무건전성 수준을 맞추기 어려울 것"이라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기업평가도 "글로벌 경제 저성장 기조, 주력인 패션사업 경쟁 심화, 과거 인수·합병(M&A)을 진행한 기업들의 시너지 지연 등으로 사업기반이 약화됐다"며 "이랜드 계열사들이 창출해 내는 현금으론 이미 과중한 부채를 감당하기 역부족"이라고 진단했다.
현재 이랜드월드와 이랜드리테일 회사채 신용등급은 BBB이며 이랜드파크 기업어음(CP) 신용등급은 A3다. 신용등급이 또 한 단계 강등돼 BBB-로 떨어지면 회사채 발행에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회사채 CP 등 시장 조달 비중이 높은 이랜드그룹으로선 신용등급 하락이 최대 위협이 되는 사안이다.
이랜드그룹은 이를 피하기 위해 킴스클럽 매각과 이랜드리테일 상장(IPO)을 추진하는 등 재무구조 개선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이랜드는 이날 "이랜드리테일 IPO 주간사로 현대증권을 선정할 예정"이라며 이랜드리테일 상장에 속도를 낼 것임을 시사했다.
[김효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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