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보톡스 제조한 일당 '덜미'…소독도 안 한 병에 입김 '후'

주름 개선 등 미용치료 용도로 자주 사용하는 보톡스를 가짜로 만들어 시중에 유통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특수상해 등의 혐의로 제약회사 영업사원 홍모(31)씨를 구속하고 김모(32)씨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7일 밝혔습니다.

홍씨 등은 지난달 29일 영등포구에 제조공장을 차려 만든 가짜 보톡스 3천500개 중 800개를 인터넷을 통해 만난 A(40)씨에게 4천480만원에 판매한 혐의 등을 받고 있습니다.

조사 결과 이들은 전문 의약품인 미백제를 위조한 포장재에 넣어 보톡스로 속여 판매했습니다.

디자인 전공자인 홍씨는 진품과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정교하게 종이 포장재와 라벨을 위조했습니다. 제품이 담기는 유리병을 닫는 고무 뚜껑은 국내에서 구할 수 없어 미국에서 따로 수입했습니다.

이들은 밀폐 시설이 아닌 불결한 공장을 제조공장으로 개조해 가짜 보톡스를 1개씩 생산했습니다. 소독되지 않은 유리병에 미백제를 넣고 증류수를 떨어뜨린 뒤 제조자가 입김으로 불어 완성했습니다.

진품으로 알았던 A씨는 가짜라는 사실을 알고 홍씨 등을 유인하려고 "1천200개를 6천840만원에 더사겠다"고 제안했습니다.

이달 11일 여의도의 한 아파트 담벼락에서 A씨가 홍씨를 붙잡고 따지자, 홍씨는 미리 준비한 전기충격기를 발사하고 A씨의 얼굴을 수차례 때렸다가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경찰은 제조 공장 압수 과정에서 1개씩 제작하던 가짜 보톡스를 한 번에 100개씩 대량 생산하려고 들여놓은 설비를 발견했습니다. 전체 생산량은 1만개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또 나머지 가짜 보톡스와 함께 인공 유방, 성형 시술용 필러 등도 적발했습니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보톡스의 수요가 많아 돈이 될 것으로 생각해 범행했다"고 진술했습니다.

경찰은 가짜 보톡스 성분 분석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했지만, 보톡스의 원료인 보툴리눔 독소를 검사할 수 있는 장비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분석을 의뢰해 보툴리눔 독소 함유 여부를 검사할 수는 있었으나 독소의 양이 얼마나 되는지, 인체 유해성이 있는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고 경찰은 전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가짜 보톡스가 널리 퍼지면 국민 보건에 치명적인 위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감정 시스템 등 체계적인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경찰은 이들이 생산한 가짜 보톡스 중 2천여개가 시중에 유통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경로를 추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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